‘미니멀 라이프’가족·한 집 짓는 삼형제등
관찰 통해 시청자에 삶 돌아볼 기회제공
생존 아닌 보통 사람들 ‘실존’보여줘야
KBS ‘사람과 사람들’은 지난해 9월부터 방송되고 있는 휴먼다큐프로그램이다. 일반 휴먼다큐와 조금 다른 점은 새로운 방식의 삶을 선택하는 사람에게 주목한다는 것이다. 현대인은 가치관도 다양하고, 삶의 방식도 다양화되고 있다는 점이 ‘사람과 사람들’의 존재가치를 높여준다.
가령, ‘암벽등반을 하는 70대 부부’는 그동안 자식을 기르느라 자신에게 한번도 투자하지 못했는데, 처음으로 자신에게 돈을 쓰는 노부부의 모습을 가감없이 보여준다.
그런데 관찰형 카메라 시선으로 새로운 삶을 선택한 사람들을 보여주는 것, 이것 자체로도 어떤 깨달음과 문제의식을 계기로 그런 삶을 살게되었는지를 시청자에게 알려주는 효과가 있다.
그것을 보고 어떻게 느끼는지는 시청자의 자유다. 삶의 트렌드로 삼을 수도 있고, 실용 정보가 될 수도 있다. 어떻게든 참고자료가 될 수 있다.
또한 그렇게 살지 않고 여전히 경제적 이유나 관습에 끌려다니는 대다수 사람들을 자연스럽게 각성하게 하거나, 기존 가치관에 대해 의문을 품어보는 계기로 작용할 수도 있다. 좋은 의미로 성찰의 기회다.
‘그 동네 구멍가게에는 다섯 사장님이 있다’(48부)편을 보면 7평짜리 가게에 사장님만 무려 5명이 있다. 요일별로, 시간별로 주인이 바뀐다. 가게가 보통 식당처럼 음식이나 물건만 파는 거래관계만 형성되는 게 아니라, 사람과 사람간의 정도 쌓아나가는 걸 실현시킨다는 걸 알게된다.
불안한 청춘들이 거품을 걷어내고 미래를 준비하는 알찬 과정을 보여주고, 하고싶은 걸 하는 게 행복이라고 말한 그 코너가 요즘 취업을 준비하는 젊은 시청자에게도 많은 참고가 됐을 것 같다.
삶의 방식이란 게 정답이 없는데도 우리가 사는 모습을 보면, 정해진 길이 있는 것처럼 사는 경향이 있다. 대학에 가고 취직 준비를 하고, 취업하는 직종도 공무원이거나 대기업 사원등 목표가 비슷한 경우가 많다. 뭘 해야 먹고 사는지에 대해 선택권이 다양하게 열려있지 않다. 몇 개 안되는 선택지중 하나를 이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젊은이들을 보면 안쓰럽다.
하지만 ‘사람과 사람들’을 보면 그렇게 살지 않아도 먹고 살 수 있음을 보여준다. 먹고 사는 방법 뿐만 아니라 어떻게 삶을 살 것인가에 대한 문제, 즉 삶의 가치관에도 하나의 해답을 제공하기도 한다.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가지고 산다’(44부)에서는 물건을 버려 집을 텅 비우고 나니 오히려 편안해지고 행복해지는 사람들을 소개했다. 미니멀 라이프는 간결하지만 충만하다. 무조건 갖지 말자는 무소유가 아니라 필요없는 걸 갖지 말자는 철학이다. 불필요한 물건을 줄이면 삶의 일정도 구조조정된다. 불필요한 약속이나 소모적인 관계를 버리고 가족과 같은 중요한 사람에 더 집중할 수 있음을 이 사례가 보여준다.
‘삼형제, 집을 짓다’(49, 50부)는 어릴 때 같이 살던 형제들도 성인이 되면 결혼해 제각기 뿔뿔히 흩어져 살게 돼 소통이 힘든 보통 사람들에게 생각해볼 거리를 제공한다. 삼형제들이 부모님이 떠나기 싫어하는 헌집을 허물고 그 옆에 새 집을 짓는 걸 계기로 형제가족들이 다시 뭉칠 수 있게 됨을 보여주었다. 요즘 같이 소통이 중요한 시기에 가족간의 소통을 강화한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
누구나 자신이 좋아하고 행복해질 수 있는 삶과 일을 선택하면 된다. 그런 점에서 사람들의 삶은 다양한 게 좋다.
‘사람과 사람들’에서 사람들의 다양한 삶을 보여주는 건 좋은데, 자칫 이상한 사람들을 찾아다니는 게 되어서는 안된다. 무인도에 들어가서 혼자 사는 것은 너무 특별한 삶이다. 이런 게 아이템으로 성립이 안된다는 뜻이 아니지만, 기능적인 생존보다는 실존이라는 인문학적인 관점에서 의미부여가 좀 더 이뤄졌으면 한다.
‘사람과 사람들’이 계속 진행되면 아이템 찾는 게 수월하지 않을 수 있는데, 특이하고 이상한 사람을 찾기 시작하면 의미가 퇴색될 수 있음을 염두에 둬야 한다. 특별하지 않은 사람이라도 실존의 의미가 있다면 충분히 가치있는 아이템이다.
또 새로운 삶을 선택한 사람들의 모습을 너무 낭만적으로 그려내면 안된다. 이들은 많은 생각과 고민끝에 선택한 삶일 것이다. 고난과 극복방법 등에서 포인트를 잘 잡아야 한다.
‘사람과 사람들’은 시청자의 생각에 큰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주변에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 사는 모습에서 나오는 공감과 감동 요소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영방송인 만큼 보통사람, 서민들의 다양한 삶을 섬세하게 보여줌으로써 더욱 차별화를 꾀했으면 한다.
‘파바로티와 도밍고’는 새로운 삶이나 취미로는 좋은 아이템이지만 서민 이야기와는 거리가 있다. 산골에 살면서 고가의 오토바이가 등장하는 것도 서민 이야기는 아니다.
wp@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