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르미’ 작가 ”정치와 멜로의 균형 가장 어려웠다”

[헤럴드경제 =서병기 선임 기자] 최근 종영한 ‘구르미 그린 달빛’ 작감(작가와 감독)에게 가장 궁금한 게 하나 있었다.

정치(사건)와 멜로중 어디를 중시했으며, 둘의 균형 문제는 어떻게 해결했냐는 것이었다.

초반에는 청춘들의 ‘궁퍼스‘(궁 캠퍼스)의 모습이 강하더니 종반부인 ‘구르미’ 16회에 오면 갑자기 홍경래의 대사가 너무 많아졌다. 사회성 짙은 드라마가 됐다. 


죽은 줄만 알았던 홍라온의 아버지인 홍경래가 살아돌아와 백성을 위한 정치만이 아닌 백성에 의한 정치를 설파했다. 그는 이를 위해 백성이 내린 왕은 자신과 백성을 똑같이 ‘사람’으로 여겨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구성법은 굉장히 영리한 계산이거나, 아니면 밸런스가 조금 잘못됐거나 둘 중의 하나일 것이다. 결과적으로는 성공이었다.

‘구르미’는 조선 순조(김승수)때라는 구체적 역사를 기반으로 하면서 허구를 섞은 퓨전사극이다. 특히 이 드라마는 순조의 아들이자 헌종의 아버지인 효명세자(박보검)라는 실존인물로부터 모티브를 가져와 가상의 이야기를 펼쳤다.

그러나 보니 정치도 해야 하고 로맨스도 보여주어야 했다. ‘풋풋한 정치 로맨스‘가 된 것이다.

김민정 작가는 월간 방송작가 11월호 인터뷰에서 “제일 어려웠던 것중 하나가 정치와 멜로의 균형이었다. 정치 얘기는 이영(박보검)이 성장을 하려면 안 다룰 수가 없는 얘기다. 근데 둘 중 한쪽으로 치우치면 드라마의 색깔이 달라진다“면서 ”심지어 대본에서 정치 얘기가 너무 커지거나, 너무 로맨스 위주로 가면 그 회차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갈렸다. 이야기가 딱 적절한 비율로 섞인 회차는 반응이 뜨거웠다“고 전했다.

이어 김 작가는 “시청률이 한번 주춤한 때가 있었는데. 후반부에서 홍경래가 돌아오고 김헌(천호진)쪽을 처단하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약간 로맨스가 약해졌을 때였다. 시청자들이 좀 더 그런 괴리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방법이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고 덧붙였다.

조선이 대한제국을 거쳐 일제의 식민지로 전락한 것은 사실상 순조때부터라고 봐야한다. 그후 헌-철-고-순종은 제대로 된 왕권을 한번도 사용하지 못했다. 11살에 왕이 된 순조는 극종 김헌(천호진 분-실제 김조순 같은 인물)에게 치여 아무 것도 못했다. 말 못하는 왕이었다. 그 후에도 어린 왕들이 집권했다. 그러는 사이 안동김씨와 풍양조씨 등 세도가들은 국정을 농단했다.

이때 너무나 일찍 죽은 효명세자는 조선의 마지막 희망이었다. 그래서 ‘구르미‘의 원작과는 또 다른 엔딩이 관심을 끌었다. 이에 대해 김 작가는 “조선의 마지막 희망인 효명세자가 그 왕좌를 버리고, 나라를 버리고 사랑 찾아 떠난 것 같은 느낌을 주면 안되겠다 생각했다”면서 “효명이 만약에 단명하지 않았다면, 조선이, 우리나라가 달라졌을까? 그 기대감, 그래서 효명세자가 가장 진취적이고 정열적으로 무언가를 펼치려고 하는, 그 순간에 우리 드라마가 끝나는 것이 최고의 판타지다. 효명이 어떤 생각과 마음으로 나라는 이끌려고 했는지를 보여줄 있으니까. 거기서 희망찬 메시지를 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고 답했다.

wp@heraldcorp.com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