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차세대 리더십 네트워크 현황과 과제 (1)

[기획]차세대 리더십 네트워크 현황과 과제

글싣는 순서

(1)시야를 넓혀 다양성을 갖춰라

(2)차세대 한인 리더십의 현주소는

(3))모든 곳에서 리더를 만들어라

(4)특별 인터뷰-미셀 박 스틸 오렌지카운티 수퍼바이저

미국뿐 아니라 전세계가 정치 경제적으로 급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가장 큰 한인 이민사회를 형성하고 있는 미국내 차세대 리더십 네트워크 재정립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차세대 한인 리더십은 흔히 미국에 있는 1.5세나 2,3세 정치인들이 속속 등장하고 또 그들이 나름의 네트워크를 형성해 한인사회 뿐 아니라 한미 양국간 교류 증진에 이바지 한다는 거창한 명분으로 포장되게 마련이다. 그같은 관점에서 차세대 한인들이 미국 사회 각계 각층에서 약진하기를 바라고 있지만 2016년 현재의 모습을 보면 아직 기대를 충족할 단계는 아니다.

현재 미 전역에서는 30명이 넘는 한인 정치인들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 중 절반 정도는 차세대 한인들로 채워지고 있다.미국내 한인 이민이 본격화된 1980년대 이후 쉽지 않은 이민 생활속에서 먹고 사는 문제 해결이 우선이었던 이전 세대들이 경제적인 풍요에 집중하며 상대적으로 등한시 했던 정치 역량은 최근 10여년 사이 급격히 신장된 것은 사실이다.또 한인 정치인들의 전국적인 모임인 미주한인위원회(Council of Korean American·CKA)와 같은 조직도 하나 둘 씩 늘어가고 있다.여전히 정치 분야에 집중된 차세대 리더십을 경제와 문화를 비롯해 생활 전반으로 확대해 차세대들이 리더십 형성을 위해 세대구분 없이 차근 차근 준비해 나간다면 기대 보다 빠른 시일안에 만족스런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1)시야를 넓혀 다양성을 갖춰라

1980년대 이후 본격화된 한인 이민 역사는 40년 가까이 지난 현재 경제적으로 성공한 한인들을 다수 배출하며 소수계 중 성공적인 미국 정착을 이룬 커뮤니티로 꼽힌다. 그에 따라 주류사회의 유력 정치인들에게는 한인커뮤니티가 정치후원금에 후한 지역이라는 인식도 없지 않다.경제적 안정을 위해 노력한 이민 1세대들 덕분에 모국인 한국처럼 단기간에 압축성장은 했지만 미국사회에서 리더십을 양성하는 일에는 다소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온 게 현실이다.1세대 뿐 아니라 미국서 태어나서 자란 자녀들도 대부분 리더십 보다는 고소득의 안정적인 직업을 위한 개인적인 성취감에 초점을 둔 고등교육에 집중해 왔다.

한인 1.5세나 2세들 가운데서는 학교성적이 1등인 사람은 많지만 리더는 없다는 말이 나돌기도 했다. 한인 2세 의사와 변호사 등 전문직 종사자들의 숫자도 해마다 크게 늘고 있지만 정작 이들 가운데 한인이민사회에서 리더 역할을 할 인물을 찾기란 쉽지 않다.차세대 리더십 양성에 소홀히 한 결과다.

지난해 LA지역에서 처음으로 배출된 한인 시의원인 데이빗 류의 사례는 이와 관련해 되짚어볼 만하다. 가족들의 미래를 위해 한국에서 안정적인 직업을 포기한 채 1980년대 중반 미국으로 이민 온 그의 부모는 힘들게 가정을 꾸렸고 장남이었던 데이빗 류 의원이 자신들이 원하는 바대로 의대에 진학할 줄 알았다.

의대에 진학한 많은 한인 차세대들이 겪은 것 처럼 열심히 공부한 류 의원은 학비가 저렴한 주립대인 UCLA에서 생물학을 전공했고 곧 의대 진학을 이룰 것으로 기대되기도 했다.

하지만 3학년때 전공을 경제학으로 바꿨고 UCLA에서 한인학생회장과 한미연합회 등 커뮤니티 단체를 시작으로 6년간 LA카운티 수퍼바이저 보좌관을 거쳐 정부가 운영하는 정신병원에서 디렉터 등을 거쳤다.

류 의원은 “그 시절의 다양한 경험이 리더로서의 덕목과 자질을 갖추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강조했다. LA시의원 출마 후에는 10여년 동안 각종 사회 활동을 통해 쌓은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한인 사회 뿐 아니라 출마한 선거구에서도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당당히 시의회에 입성하게 됐다.

데이빗 류 의원의 경우 물론 정치인이라는 결과로 이어졌지만 차세대 한인 리더라는 아젠다는 정치에 국한되지 않는다.

과학 등 기술 분야에 진출한 미국에만 5000명이 넘고 재미한인과학기술자협회란 이름으로 활발한 네트워크를 이루고 있고 매년 각 지부마다 차세대 한인들을 돕기 위한 다양한 활동도 이어가고 있다.영화 등 문화 산업이 집중돼 있는 LA는 할리우드에서 다양한 한인들이 활동하고 있다.

특히 애니메이션 분야에서는 100명이 넘는 한인들이 활동중이며 이미 디즈니나 드림웍스 등 대표적인 제작사에서 디렉터급 이상의 자리에서 리더십을 발휘하는 경우도 많다.

차세대 한인 리더십 네트워크를 정치에 국한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어느 분야든 리더는 필요하고 각 분야에서 활동중인 리더는 단순히 한인들과의 교류에서 끝나지 않는다. 본인이 속한 조직에서 시작해 업계로 확대된 후 한국 뿐 아니라 다른 나라까지 네트워크가 빠르게 확대되는 과정을 겪게 된다. 중요한 것은 각 분야에 있는 차세대 한인 리더들을 결속할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있다는 것이다.
이경준 기자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