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업계 ‘김영란 메뉴’ 최대 수혜는? 세종호텔 ‘테이크아웃 도시락’

-출시 40일 만에 2400여개 판매, 일 평균 60개 꼴

-값 대폭 낮춰 가성비 극대화, 호텔 지배인이 직접 배달

[헤럴드경제=장연주 기자] 서울 명동 세종호텔의 ‘테이크아웃 도시락’이 호텔가의 일명 ‘김영란 메뉴’로는 단연 성공리에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김영란 법’으로 불리는 청탁금지법이 올 9월28일 시행되면서 3만원 이하 메뉴를 출시했던 호텔들이 대부분 매출 및 이용객 측면에서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어서 그비결이 눈길을 끈다.

15일 세종호텔에 따르면, 올 10월 출시된 테이크아웃 도시락은 한달 만에 무려 1800여개가 판매됐고, 11월에도 10일까지 약 600개가 팔려 나갔다. 호텔 측은 당초 한달에 100~200개 정도만 팔리면 선방했다고 예상했지만, 한번에 200~300개 주문이 들어오기도 해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메뉴는 총 5가지로, 1만원짜리 석쇠불고기 도시락부터 치킨스테이크 도시락, 연어스테이크 도시락, 소불고기 도시락, 2만7000원짜리 안심스테이크 도시락 등이다. 

세종호텔의 테이크아웃 도시락 중 가장 인기가 있는 안심스테이크 도시락과 소불고기 도시락.

가장 인기있는 메뉴는 안심스테이크와 소불고기 도시락이다. 인기 비결은 최소 하루 전에만 주문하면, 당일날 호텔 지배인이 바로 만든 따끈한 도시락을 직접 갖다준다는 점이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최고급 호텔 음식을 저렴하게 즐길 수 있어 가성비가 매우 좋다는 점도 입소문을 타고 있다. 안심스테이크 도시락은 도시락으로 먹기 어려운 메뉴로, 호텔에서 먹는 안심스테이크 코스 요리와 같은데도 가격은 절반 수준이다. 현재 세종호텔의 안심스테이트 세트 메뉴 가격은 4만5000원이다.

도시락의 주 고객은 회의실을 갖춘 기업체와 병원, 학교 관계자 등이다. 갑작스런 도시락 이용고객 증가로 세종호텔은 ‘도시락 전담팀’까지 구성했다. 세종호텔의 이탈리아 레스토랑 ‘베르디’의 전문 요리사로 구성된 도시락 조리 담당자가 5명이나 된다.

세종호텔의 테이크아웃 도시락 중 가장 인기가 있는 안심스테이크 도시락과 소불고기 도시락.

세종호텔 관계자는 “외부시선을 꺼리는 이들이나 점심 미팅때 도시락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며 “가격이 매우 저렴하지만 생각보다 많이 팔려 박리다매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호텔업계는 이에 대해 ‘도시락을 배달하는 호텔’이라는 이색적인 콘셉트에다 가성비가 높은 음식, 기존 도시락에서 볼 수 없었던 차별화된 메뉴, 신뢰성을 더하는 호텔 지배인의 배달 등을 두루 갖췄다고 보고 있다. 가성비를 중시하는 트렌드와 맞물려 앉아서 손님을 기다리던 호텔이 직접 고객을 찾아 나서 매출 부진을 극복하는 좋은 사례라는 분석이다.
yeonjoo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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