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녀가 옹주라 ‘러브라인’못맺어
복면가왕서 노래실력 뽐내 화제
“노파 등 다양한 役 도전하고파”
배우 서하준(27)은 최근 끝난 MBC 사극 ‘옥중화’에 명종 왕으로 중간에 투입됐다. 하지만 단번에 옥녀 진세연과 러브라인이 형성됐다.
서하준은 사극에 나온 왕중에서 얼굴이 가장 하얀 왕이었을 것이다. 게다가 젊고 잘 생겼다. 시청자들이 고수-진세연보다 서하준-진세연 커플을 더 많이 응원한 이유다.
제작진은 이 고민을 쉽게 해결했다. 옥녀의 엄마가 성은을 입어 옥녀가 옹주로 밝혀짐으로써 왕과는 맺어질 수 없게 돼 이들 러브라인은 싱겁게 끝났다. 메인 남자주인공인 고수와는 사랑으로 결실을 맺지 않고 외지부(오늘날 변호사에 해당)라는 일을 함께 하는 동료 사이로 마무리했다.
어쨌든 서하준은 그리 많지 않은 분량으로 존재감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그가 명종 캐릭터를 연기한 방법을 보자.
“명종 역을 하는 데 가장 중요시 한 것은 옥녀에게 다가갈때의 이미지와 백성에게 비쳐지는 임금의 근엄함, 이 두 가지를 살리는 것이었다. 이중 하나라도 어그러지면 명종 캐릭터를 살리지 못하고 변질될 수 있었다. 이것이 가장 큰 숙제였다.”
서하준은 특히 옥녀와 케미가 좋았다는 반응에 대해서는 “댓글과 응원글에 감사한다”면서도 “어울린다는 반응에 얼떨떨했다”고 말했다. 이어 서하준은 “중간에 투입돼 누가 되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이 있었는데, 옥녀와도 쉽게 친해졌고 고수 선배가 나에게 다가와 컨디션을 물어보는 등 출연자들이 잘 대해줘 쉽게 적응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특히 진세연에 대해서는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진세연은 존경이라는 단어가 부끄럽지 않을 정도로 매사 긍정적이었다. 막판에는 대사량도 엄청났는데도 모두 다 소화했다. 촬영장에서 단 한번도 흐트러진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다. 심지어 현장에서 잠자는 모습도 본 적이 없다. 내가 잊고 있던 부분을 상기시켜준 배우다”고 말했다.
서하준은 명종 역할에 대해 “많은 걸 얻어간다”고 하면서도 명종 연기의 차별성을 설명해나갔다.
“명종은 엄마인 문정왕후(김미숙 분) 등 소윤 세력의 죄악을 폭로하고 개혁하는 옥녀등 대윤세력의 후원자다. 엄마가 적대세력인 셈이다. 나는 말을 먼저하고 행동하는 반면 엄마는 행동을 먼저 하고 말을 해 고민이 많았다. 엄마에 대한 감정선을 지키면서, 가슴에는 용을 달고 있는 왕으로서의 근엄함과 책임감, 이 두 요소를 잘 조율해야 했다. 백성에 대한 마음과 엄마에 대한 마음이다. 이 부분은 이병훈 감독님이 많이 잡아주셨다.”
서하준은 사극의 거장인 이병훈 PD와의 작업에서 많은 걸 배웠다고 했다. 올해로 73세인 이 감독이 현장에서 보여준 에너지는 엄청났다고 했다.
“사극에는 출연배우들이 많은데, 역할이 작은 배우들도 대본 리딩하러 오면 일일히 이름을 다 기억하고 계신다. 촬영장에서 휴대폰으로 배우들의 사진을 찍어 설명까지 달아 배우들에게 보내준다. 배우와 스태프중에서 열정이 가장 강한 사람은 이병훈 감독님이었다. 젊은이들이 따라오기 힘든 뚝심을 지니고 계셨다.”
서하준은 서울에서 태어난 후 전북 정읍과 경북 경산에서 살고 다시 서울에 올라왔다. 초중학교 시절 지방에서 생활 한 게 배우로서는 좋은 경험이었다고 한다.
서하준은 상문고 2학년때 친구들과 연극 공연을 본 후 커튼콜에서 배우들이 우는 모습 등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이후 연기에 대한 호기심을 항상 가지고 살았다. 데뷔작인 ‘오로라 공주’를 거쳐 한작품씩 연기력을 쌓아나갔다. 연극도 ‘죽은 시인의 사회’ ‘맥베드’ 등 네 작품이나 했다. 드라마 OST도 부르고 ‘복면가왕’에도 나올 만큼 노래실력도 갖췄다. 서하준은 웨이크보드 등 각종 수상레포츠와 클라이밍, 볼링 등 몸을 사용하는 운동은 거의 만능이다.
그는 자신에게 끊임없이 본질적 질문을 던지는 배우다. 배우가 되기 전에 사람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하지? 어떻게 하면 행복할 수 있을까?
“행복을 본질적으로 느낄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정직한 연기, 거짓되지 않는 연기를 할 수 있다. 다양한 삶을 살고싶다.
캐릭터에 국한 되지 말고, 제 나이 또래에 할 수 없는 노파 같은 역에도 도전하고 싶다.”
서하준은 학업에 대한 목마름도 있다고 했다. 총각인 그는 자신을 가장(家長)이라고 했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