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기의 대중문화비평] 뻔한 신파를 유쾌하게…조정석이 하면 다르다

드라마 ‘질투의 화신’서 유방암 걸린 마초

최근 개봉 ‘형’선 사고당한 국가대표의 형

철저한 캐릭터 분석통해 정교한 감정연기

시청자 몰입·공감 넘어 설득 이끌어내…

“비극을 희극으로 만드는 최고의 능력”

조정석은 연기 자체가 연구대상이다. 조정석의 연기는 재미도 있고, 진심도 느껴지며, 여심까지 제대로 움켜잡는다.

이게 쉬운 일은 아니다. 어떤 배우는 열심히 하는데 발연기라는 소리를 듣는다. 

조정석의 연기가 제대로 먹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가지 감정을 세분해서 표현해내는 능력이 있다는 뜻이다. 보통 배우들이 차이를 잘 못느끼는 부분까지도 감정을 구분짓는다. 그래서 그는 몰입과 공감, 설득을 이끌어낸다. 이는 조정석이 그 어떤 캐릭터도 소화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뿐만 아니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비극적 상황을 희극으로 바꿔치는 연기는 조정석이 최고”라고 했다.

조정석은 캐릭터를 철저하게 분석하고 연구한다. 거기에 “장면이 어떻게 하면 재밌을까를 생각”한다. 조정석은 여러 가지 감정을 세분해서 표현해내는 능력이 있다. 보통 배우들이 차이를 잘 못느끼는 부분까지도 감정을 구분짓는다. 그래서 그는 몰입과 공감, 설득을 이끌어낸다. 이는 조정석이 그 어떤 캐릭터도 소화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 24일 개봉한 영화 ‘형’에서 그렇고, 큰 반응을 이끌어낸 SBS 수목극 ‘질투의 화신’에서도 그렇다. ‘형’에서 미워할 수 없는 형 ‘두식’ 역을 맡은 조정석이나, 경기중 불의의 사고를 당한 유도국가 대표인 동생 고두영(도경수)은 모두 강한 신파적 스토리를 따라간다. 조정석은 눈물 나는 이 신파적 상황을 웃기게 만들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정덕현은 “찰리 채플린이 얘기했던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는 얘기가 떠오르는 배우가 조정석이다”고 한다. 이 말도 조정석이 액면 그대로의 감정을 단편적으로 사용하는 배우가 아니라, 어떤 감정도 끄집어낼 수 있고, 디테일한 연기로 복합적인 감정을 표현해낸다는 뜻을 담고 있다.

그리고 또 하나. 조정석은 즉흥적으로, 또는 본능적으로 캐릭터의 감을 잡아 연기하는 게 아니라, 캐릭터를 철저하게 분석하고 연구한다. 병에 걸리는 환자 캐릭터라면 외관부터 말하는 것까지 세세하게 분석한다.

조정석은 “매체가 바뀌고 카메라에 대한 이해도는 그전보다 훨씬 더 좋아졌다. 저는 장면이 어떻게 하면 재밌을까를 생각한다”면서 “납득이는 저에게 도움이 되는 유리한 앵글이었다. 무대위의 모습처럼 혼자 놔두니까 오히려 편했다”고 말했다.

‘질투의 화신’에서 화신은 3년간 자신을 짝사랑하던 공효진(표나리)을 싫다면서 절친(고경표)에게 소개시켜줘놓고 뒤늦게 후회로 몸부림친다. 자칫 ‘찌질남’ 내지는 ‘못난 남자’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조정석은 이 세 명이 한 집에 동거까지 하게 되는, 말도 안되는 상황들을 자연스러운 연기로 커버해냈다.

화신의 단점조차도 매력으로 승화시키는 조정석의 정교한 감정 열연은 ‘질투의 화신’이 인기를 얻게 된 주요한 요인이었다. 호흡과 발성, 표정에 디테일이 살아있어 어떨 때는 귀엽고, 어떨 때는 섹시하게, 또 어떨 때는 웃프게 느껴지는 등 많은 느낌을 살려냈다. 심지어 그는 아이돌 댄스 가수 연기도 잘 할 수 있다. 마지막 회 결혼식 신에서 조정석이 간호사, 여의사와 함께 춤추고 노래하는 장면은 뮤지컬을 보는 듯 했다.

그래서 조정석에게 물어봤다. 화신 캐릭터의 인기 비결을?

조정석은 “서숙향 작가님도 화신은 표나리를 무시하고 짜증내는 게 더 매력적이라는 말을 해주셨다. 화신은 속에 없는 말을 하는 게 아니라 진심으로 표현한다”고 말했다.

이어 “자기 밖에 모르는 것 같지만 매력이 있다. 그 느낌이 어떤 것인지 감각으로 느꼈다. 만약 다르게 이해했다면 표현이 제가 한 것처럼 안됐을 것이다. 예컨대, 작은 연기, 컵라면, 컵라면 없다면서 하는 연기도 거칠고 눈이 확 돌아가는 모습으로 하지 않았다. 그런 마음이 전해진 것 같다. 저도 새로운 느낌, 신선한 느낌이었다. 겁나 찌질하고 열변을 통하는 것 자체가”라고 덧붙였다.

조정석은 “드라마는 처음부터 대본이 다 안나오지만 초반 화신 캐릭터를 어느 정도 이해하고 들어갔다”면서 “내가 모르는 나를 발견한 것도 있다. 나의 다른 모습을 발견했다기보다는 감정적으로 새로운 모습을 이끌어냈다는 뜻이다. 불임 선고를 받아 남자로서의 자괴감과 상실감을 느끼는 것 등이다”고 말했다. 이어 “설정 자체가 신선했다. 드라마를 본후 유방암을 진단받아 치료한 남자가 있다고 들었다. 남자 유방암은 대부분은 말기에 발견된다고 한다”고 했다.

조정석은 “화신 캐릭터 자체는 마초지만 나는 마초는 아니다. 내가 생각하는 남자는 의리가 있어야 하고, 친구를 소중히 여길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굵직하게 선택하고 판단할 줄 알아야 하고 부모에게 잘해야 한다”면서 “제 주위에는 남자가 많다. 소개시켜주고 싶다”고 했다.

조정석은 상대역인 공효진에 대해서는 “연기 스타일적으로 저와 잘 맞아떨어졌다”면서 “공효진 선배와 꼭 한번 해보고싶다고 말했었는데, 실제로 해보니, 자기 스타일을 가진 대단한 배우라는 점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공효진은 “조정석은 멋진 배우다. 츤데레도 있고, 노래도 잘하고 춤도 잘춘다. 신부가 그것을 보면 쓰러질 것이다”고 했다.
 
wp@heraldcorp.com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