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강력 지진에 원전사고 초유의 재난
최악 사태막기 위한 처절한 사투 생생
영화속 무능한 정부 현실과 오버랩도
“원전사고에 대해 고민하는 계기됐으면”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 원전폭발 사고의 처참함을 보여주고 무능한 정부의 모습을 비판하는 동시에 배우들의 열연이 더해진 ‘판도라’였다.
영화 ‘판도라’기자간담회가 열렸다. ‘판도라’는 역대 최대 규모의 강진에 이어 한반도를 위협하는 원전사고까지 예고없이 찾아온 대한민국 초유의 재난 속에서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한 평범한 사람들의 사투를 그린 작품이다. ‘연가시’ 박정우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으며 4년간의 기획을 거쳤다. 여기에 김남길, 문정희, 정진영, 이경영, 강신일, 김대명, 유승목, 김주현 그리고 김명민이 출연한다.
이날 김명민은 “대통령 역을 맡았다고 할 때마다 사람들이 웃더라. 대통령 역을 최선을 다해 소화하려고 했다. 영화를 보시고 안 좋은 이야기는 사적으로 해달라. 좋은 이야기만 기사로 써달라”고 운을 뗐다.
이어 김명민은 “난 별로 한 게 없다. 무능한 대통령을 어떻게 하면 무능하지 않게 보이려 연기할까 했는데 역시나 무능해 보이더라”며 “영화에서 제일 많이 한 대사가 ‘죄송합니다’였다. 굉장히 송구스럽다. 대통령 역이라 청와대에서 럭셔리하게 촬영했다. 영화 촬영 중에 재난 현장에 가본 적이 없어서 송구스럽고 죄송스럽다. 고생 많았단 이야기를 배우들에게 하고 싶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내가 대통령 캐릭터를 현실적으로 그리면 짜증난다고 말해서 구설수에 올랐다”는 박정우 감독은 “내가 생각하는 훌륭한 대통령을 생각하면서 대통령 캐릭터를 설정했다. 초반에는 현실적으로 봤음직한 대통령의 모습이지만, 후반부에는 능력이 특출나거나 그런 것보다는 사람 냄새 나고 책임져야 할 국민의 목숨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아주는 대통령으로 설정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김명민은 “총리만 잘 만났어도 그런 일은 없었을 텐데”라며 “젊은 대통령이라고 했는데 내가 보기엔 화면에서 늙어 보이더라. 젊게 봐줘서 감사하다.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무엇인가 고민을 많이 했다. 무능하지만 각성을 한 이후 컨트롤타워의 부재를 정확히 메꾸고 수장으로서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려 했다. 현장에 가보지 않고 상황을 통제하는 게 답답하더라. 내가 실제 대통령이었으면 그렇지 않았을 텐데 말이다. 다음에 대통령 역을 맡는다면 무능한 대통령 말고 유능한 대통령을 연기하고 싶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이와 함께 박정우 감독은 “영화에선 사실성이 가장 중요하다. 나름대로 정말 현실과 비슷하게 세트도 만들고 영화를 만들려 했다”며 “실제로 후쿠시마 원전의 경우 얼마나 녹아 있는지, 사고 몇년이 지난 지금도 정확히 모르잖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상력을 가미해 최대한 현실적으로 만들기 위해서 노력했다”고 말했다.
반면 아쉬움이 많았다는 김남길은 “사투리 연기가 조금 아쉽다. 현장에서는 사투리 선생님이 옆에서 자연스럽다고 했었는데, 오늘 영화를 보니 손발이 오그라들더라”며 “장르적으로 힘을 빼고 연기를 해야 하는데, 내가 생각하기엔 아직 내가 능숙하지 못해서 표현하는 방식에 있어서 아쉬움이 있다”고 털어놨다.
문정희는 “‘판도라’는 12세관람가다. 영화를 찍기 전엔 원자력발전소에 대해 어떠한 자료도 찾을 수 없었다. 정보를 얻기도 쉽지 않았다. 다른 나라는 환경 쪽으로 눈을 돌리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나라도 원자력만이 에너지가 아니란 것을 알았으면 하더라. 나도 동요되는 부분이 많았다. 여러가지 사건들 때문에 뭉클하신 분들도 있고 화가 나는 분들도 있겠지만, ‘판도라’가 이야기하는 건 결국 가족애와 희망이다. 가족단위 관객들이 와서 봐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진영은 “국민들이 사회 부패한 시스템에 분노하고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런 시국이 더해져 영화에 오히려 방해가 될 수 있다고는 생각한다”며 “영화를 보면서 관객이 짚어가면서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원자력발전소 사고를 소재로 상업영화를 만든 건 최초가 아닌가 싶다. 원전 사고에 대해 모두 다같이 생각해봤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강조했다.
“긴 호흡으로 연기하는데 부담이 됐다”는 김주현은 “시나리오를 보고 현실과 닮은 부분이 있더라. 과장되지 않고 현실적으로 연기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는데, 박정우 감독님이 조언도 해주고 많이 알려줬다. 현장 분위기는 걸크러쉬 분위기보다는, 내가 버스 운전에 미숙한 부분이 있어서 시동도 많이 꺼졌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박정우 감독은 “흥행은 내심 기대하고 있는데 경쟁자인 아줌마 둘이 있잖나. 우린 4년을 준비했는데 그쪽은 40년을 준비했고, 우린 100억 원이 들어갔는데 거긴 몇천억 원이다. 관중 동원력도 훨씬 뛰어나다. 도저히 이길 수가 없다”며 “나라를 안정시키는 것도 물론이고 안전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뼈있는 말을 남겼다.
한편 ‘판도라’는 오는 12월7일 개봉한다.
이소담 기자/popnew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