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지 같은 의드…‘낭만닥터’ 식상함을 도려내다

김사부, 시청률 20%대 고공질주
‘정의로운 의사’ 큰 틀은 그대로
기인·협사 등 등장 다양한 ‘무공’
한석규·유연석 ‘캐릭터의 힘’도

SBS 월화극 ‘낭만닥터 김사부’의 10회(6일 방송) 시청률이 무려 22.8%를 기록했다. 타 방송 경쟁드라마의 시청률이 3~4대%임을 감안하면 대단한 성취다. 사람들은 ‘의드(의학드라마) 불패’를 이야기하지만 반드시 그런 것 같지는 않다.

‘낭만닥터 김사부’는 ‘하얀 거탑’과 ‘용팔이’처럼 병원권력에 대항하는 정의로운 의사를 그린 의학드라마의 연장선상에 있다. 그런 점에서 기존 의학드라마와 성격이 겹친다. 하지만 표현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한마디로 무협지 같은 경쟁구도를 보여준다는 점이다. 중원을 배경으로 다양한 종류의 무공을 펼치는 흥미진진한 승부가 이뤄지고 있다. 여기에는 기인(奇人)도 있고 협사(俠士)도 있다. ‘무협의학드라마’라 할만하다. 마치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을 연상시키는 거대파와 돌담파의 대결. 이 점은 이 드라마를 쓰고 있는 강은경 작가의 초기작 ‘제빵왕 김탁구’와 유사하다. 각 파에 스승과 제자들이 있다.

돌담파와 거대파는 많은 요소가 대립된다. 돌담파는 초라하지만 인간적인 반면 거대파는 물량 작전을 펼치지만 비인간적이다. 돌담파를 대표하는 김사부(한석규)는 ‘환자가 살아야 병원이 산다’고 믿는 의사다. 병원의 규정보다는 사람살리기가 우선이므로 위급한 사람을 살리기 위해서는 병원 규정은 쉽게 위반한다. 이에 반해 거대파를 대표하는 도윤완 원장(최진호)은 ‘병원이 살아야 의사도 사는 것. 손기술만 좋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믿는 의사다. 그는 의사라기 보다는 병원경영자에 가깝다.

돌담파에는 강동주(유연석) 윤서정(서현진) 도인범(양세종) 같은 한석규 제자들이 있다. 윤서정은 도윤완을 배신(?)한 캐릭터이고, 심지어 도인범은 도윤완 원장의 아들이다.

‘낭만닥터 김사부’가 긴장하면서 보게 되는 것은 몰아치기에 있다. 강간범 수술실에 침입한 한 가장(이철민)이 의사를 인질로 잡고 강간범 수술을 중지하라고 협박한다. 이런 점들이 과할 때도 있다. 때로는 비현실적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를 상쇄시키는 장치도 만들어놨다.

한석규라는 인물의 캐릭터다. 사람들이 원하는 의사상을 병원권력구도에 밀려 시골병원에 있는 김사부에게 잔뜩 투영해놨다.

김사부는 “좋은 의사, 최고의 의사보다 환자에게 필요한 의사가 되라”고 한다. 김사부는 “무슨 일이 있어도 이 아이는 내가 살린다”라고 한다. 그 아이의 아버지인 최감사가 말하는 병원 규정대로 하다가는 최감사의 딸인 그 아이를 살릴 수 없다. 도원장의 하수인격으로 돌담병원에 파견된 최감사는 한석규에게 설득당했다. 한석규는 환자가 이해하기도 힘든 병원 규정들을 설명하는 시간에 환자를 치료한다.

자신의 카지노 주방 화재에서 김사부를 목격했던 카지노 회장(신구)은 “보통 의사들은 사람이 다치면 그 다친 부분만 치료를 해주는데, 이 놈(김사부)은 사람을 덜 다치게 해보려고 죽을지도 모르고 불구덩이 속으로 뛰어든다. 내 목숨을 맡겨도 될 진짜 의사”라고 김사부를 설명한다.

한석규라는 스승에게 배워 무한 성장할 유연석의 내레이션도 붕 떠 있는 드라마의 무게 중심을 내려놓는 장치다.

“가치상실의 시대, 성공 이데올로기에 갇혀 길잃은 사람들.. 실리를 챙길 수 있으면 타인의 아픔은 아랑곳하지 않는 시대, 상처를 자기방어라는 이름으로 외면하는 시대.”

이런 점들이 비록 김사부는 비현실적인 면을 지닌 의사라 하더라도, 의사의 신념이니 사명이니 하는 소리가 멀게 느껴져도, 우리가 이 드라마에 정서적으로 몰입할 수 있는 이유가 되고 있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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