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같은 옷만 입을 수는 없다. 많은 장르와 캐릭터, 다양한 이야기가 있다, 한제인은 다양한 장르의 캐릭터가 담겨있는 느낌이었다.”
배우 하지원(38·사진)이 14일 개봉한 영화 ‘목숨건 연애’에 출연한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로맨스, 스릴러, 코믹이 다 들어있다는 초특급 코믹 수사극 ‘목숨 건 연애’는 비공식 수사에 나선 허당 추리 소설가 한제인의 아찔하고 스릴 넘치는 코믹극이다.
“많은 시나리오를 읽었다. 로코 장르는 오랜만인데, 여기에 스릴러와 묶어지는 게 재미있었다. 긴장감 속에 웃음이 나오는 게 단순 로코보다 새롭다.”
하지원은 그동안 영화와 드라마를 넘나들며 몇몇 작품에서는 강한 여전사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로맨스물이라도 스턴트우먼(길라임)처럼 강인한 여성상을 보여주었다. 액션이 재미있다고 했다. 달리기를 그리 잘하지는 않지만, 또 힘이 세지는 않지만 체력만은 자신이 있다. 그래서 하지원은 오토바이, 스킨스쿠버는 물론이고 액션 경험도 풍부하다. ‘기황후’에서는 8시간 말을 타 다리가 까지고, ‘7광구’를 찍을 때는 매일 ‘오늘도 무사히’가 목표였다.
하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프로파일러 제이슨(진백림)과의 액션신도 있지만 망가지는 캐릭터라 할 수 있다. 긴장하면 과민성대장증후군이 발동해, 진한 냄새의 방귀를 끼는 장면도 자주 나온다. 하지원은 그런 장면의 연기도 자연스럽게 해낸다.
‘목숨건 연애’에서 하지원에게 특기할만한 장면은 영어 대사다. ‘대만의 공유’로 불리는 중화권 배우 진백림과의 영어 대사가 만만치 않게 길다. 진백림이 맡은 제이슨은 한제인의 이상형 남자다. 하지원의 영어 연기는 자연스럽기도 하지만, 외국어임에도 감정 전달이 제대로 된다.
“3년전부터 영어를 공부해왔다. 대사를 잘 전달해야 하니까 발음을 굴리지 않고 정확하게 전달하려 했다. 상황에 대한 이해와 전달이 중요하다. 처음에는 한국말로 연기한 다음, 그 느낌을 살려 영어로 대사를 하니까 좋았다. 영어를 외워 대사만 치는 게 아니고, 그 느낌을 살렸다.”
역시 연구하는 배우답다. 영어 대사에 신경 쓴 흔적이 역력하다. 하지원은 작품마다 상대 역(남자)을 잘 살려주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렇게까지 영어 대사에 심혈을 기울여 진백림과의 케미를 만들어 내고, 진백림의 존재감까지 살렸다. “하지원과 같이 출연한 남자 배우들은 하나같이 뜬다”는 공식도 있다. 남자를 살려내는 비결이 무엇인지 물었다.
“소통이 중요하다, 서로 맞닥뜨렸을 때 최대한 감정을 던지고, 그 사람의 감정을 많이 받으려 한다. 이 사람을 멋있게 보이려면, 제 눈에서는 하트뿅뿅이 나온다. 그리고 그 사람의 기운을 받아 연기하면 서로의 호흡이 보인다. 연기는 나 혼자 하는 게 아니다. 가령, 상대가 불쌍한 걸 표현한다면 표정부터 만든다. 그런 식으로 호흡 주고받기를 해나간다.”
하지원은 ‘목숨건 연애’에서 한제인을 짝사랑하는 천정명(설록환 역)과도 좋은 호흡을 맞췄다. “천정명이 적극적이고 쾌활했다. 평상시에는 수줍어하는 듯 했지만 촬영은 서로의 생각을 밝히며 약간 티격태격 으쌰으쌰 분위기였다. 친구처럼 잘 받아줘 연기하기가 좋았다. 천정명은 시나리오보다 더 입체적으로 캐릭터를 구축했다”는 것이다.
하지원은 “다음 작품 캐릭터가 정해진 건 아니지만, 더 강렬한, 조금 더 사람 냄새 나는 캐릭터, 하지원에게 볼 수 없었던 더 깨지는 삶의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