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부’원칙vs현실, 숭고vs이기, 어떤 선택할래?

-특수직업이 건드리는 보편적인 문제

[헤럴드경제 =서병기 선임 기자]큰 인기를 얻고 있는 SBS 월화극 ‘낭만닥터 김사부’는 의사들의 ‘특수한’ 직업세계를 드러내는 장르물이지만, ‘보편적인’ 문제에 대해 이야기한다. 어떻게 살 것이냐의 문제이며 가치 판단의 문제다.

인간은 살면서 많은 선택의 순간에 직면한다. ‘낭만닥터’는 이런 상황에서 원칙적인 선택을 할 것인가, 아니면 현실적인 선택을 할 것인를 이야기한다. 사실 이 순간에 숭고한 선택을 한다는 게 쉽지 않다. 이기적인 선택을 하는 게 쉽다.


많은 드라마들이 사건의 비밀이나 증오만을 이야기하지만, ‘낭만닥터’는 이 둘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에 대해 정면으로 묻는다.

돌담병원의 김사부(한석규)와 그의 제자인 강동주(유연석)는원칙을 지키려고, 원칙을 실천하려고 엄청 애쓰는 사람들이다. 강동주는 내레이션으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자기가 원하는 게 아니라 세상이 원하는 걸 강요하는 시대, 니즈(needs)의 시대다. 결국 다른 사람의 노력도 좌절시켜야 하는 세상이 됐으니…”

그렇다. 갈수록 원칙을 지키고 살기가 어려워진다. 하지만 이 드라마에서는 다행히도 한석규가 원칙을 지키고 사는 걸 알아봐주는 사람이 있다. 거대병원과 돌담병원의 이사장인 정선카지도 대부 신회장(주현)이다. 현실에서는 이런 일이 일어나기가 어렵다. 


인공심장을 달고 있지만 수술이 필요한 72세 노인인 신 회장은 자신의 수술을 자신이 소유하는 큰 병원인 거대병원이 아닌 조그만 지방분원인 돌담병원에 맡긴다. 이유는 이렇다.

“난 살려고 애쓰는 놈이고 넌(한석규) 살리려고 애쓰는 놈이니까 내가 살아날 확률이 그만큼 올라가겠지. 니가 (수술) 하다 죽으면 최소한 억울하지는 않을 것 같아.”

거대병원에는 의사도 많고 좋은 장비도 많지만, 사람을 살리겠다는 원칙이 철저하게 지키지지 않고 있다. 병원도 거대화 되면서 관료화됐다. 사람(의사)이 잘 안보인다. 원칙이 오히려 거대병원 도윤완 원장(최진호)의 이익을 위한 수단이 되기도 한다. 도윤완 원장은 의사로 출발해 출세의 길을 달리고 싶은인물이다. 심지어 자신의 아들인 의사 도인범(양세종)을 돌담병원에 감시자로 심어놓았다. 그 작업을 수행하기 위해 도인범은 수술 경험도 없으면서 있다고 거짓말을 하고 수술실로 들어가는 무리수를 범했다.

‘낭만닥터 김사부’가 돌담파와 거대파의 대결구도로 가치판단의 문제를 건드리는 건 좋은 작업이다. 그러다 보니 유력자 아들의 음주 교통사고, 군대 구타사망사고 등 사회 고발적 성격을 띠는 것도 자연스런 현상이다. 돌담파 내부에서 ‘병원복도에서 진하게 키스하는’ 강동주(유연석) 윤서정(서현진) 에피소드도 좋다. 하지만 두 파의 대결이 조금 더 흥미진진하길 바란다. 돌담파가 위기에 빠져야 할 것 같고, 거대파는 승승장구해야 할 것 같은데, 그래야 보는 재미가 더욱 살아날 것 같은데, 현재는 돌담파가 별 어려움 없이 너무 잘나가는 것 같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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