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정화와 ‘예능인력소’ 제작진은 자신들이 저지른 사안의 심각성을 아직 모르는 것 같다. 잘못을 했으면 큰 죄를 졌다고 사과하고 넘어갈 생각을 하지 않고 서로 핑퐁게임을 하며 물타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일이 계속 잘못된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
한번 보자. 예정화는 “구라 오빠와 정민이가 사귄다고 들었다”고 근거도 없는 말을 해 자신이 공격을 받게 되자 “제작진의 요청이었다”고 해명했다. 이에 제작진은 “전체 출연자에게 ‘이 부분(김구라-김정민 열애)도 언급해 달라’는 지시가 있긴 했다. 하지만 따로 지시를 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이게 사실이라면 제작진과 출연자 공히 큰 잘못을 저지른 셈이다. 제작진은 사실도 아닌 걸 출연자에게 던지게 했다. 근거 없는 얘기를 막아야 할 제작진이 이를 부추긴 꼴이 됐다. PD는 설령 출연자가 그런 말을 했다고 해도 알아보고 편집으로 그 부분을 잘라내야 했다.
제작진이 언급을 지시했다 해서 예정화의 잘못이 없어지는건 아니다. 그래서 이건 예정화의 1차 잘못은 그대로 남아있는 채 2차 잘못이 추가되는 것이다.
제작진이 “두 사람(김구라-김정민)이 사귄다는 말을 해달라”고 해서 출연자가 하는 건 더욱 심각한 문제다. 제작진은 사기방송을 기획하고, 출연자는 그것을 선봉에서 홍보한 셈이다. 예정화는 지금까지 예능에서 했던 말의 진위마저 의심받게 됐다.
물론 갈수록 방송사 프로그램들의 출혈 경쟁이 심해지다 보니 나타난 무리수라고 생각해 볼 수도 있겠다. 자극제를 쳐서라도 존재감을 부각시키겠다는 전략 말이다. 언제 ‘예능인력소’가 실검 1위를 해보겠는가? 하지만 이런 불미스러운 일로 1위를 해서는 안된다. ‘예능인력소’는 이번 일로 신뢰를 잃었다.
이런 일이 발생하는 건 콘텐츠로 승부하지 않기 때문이다. 예정화는 운동선수를 트레이닝 시키는 일 외에 무슨 콘텐츠를 가지고 방송에 나오는지를 스스로 생각해봐야 한다. 자신이 없다면 운동선수를 트레이닝하는 프로그램에만 나와야 한다. 더이상 예능에서 책임지지도 못할 말을 해서는 안된다. PD가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라고 해도 거부해야 한다. 그래야 시청자들은 방송에서 예정화라는 존재를 인정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