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는 여러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생과 사, 환생과 윤회 등 묵직한 소재를 다루며 성찰할 가치가 있게 만들고 있다는 점과 함께 그림이 너무 멋있다는 점이 주요한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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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의 그림은 멋있고 고급스럽다. 공유가 입는 오버 코드 등 사람이건 사물이건 한마디로 세련됐다. 순간이동으로 나타나는 캐나다 퀘백과, 도깨비와 도깨비 소녀, 저승사자가 동거하는 저택 등은 단순한 웨스턴 분위기가 아니다. 도깨비 집은 외관이 유럽의 고성 같다. 서구적인 것과 클래식한 것이 합쳐져 고급스러움을 유발한다.
고려시대와 현재, 한국과 캐나다 등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설정과 세련된 연출 화면, 김은숙 작가의 능숙한 ‘워딩’법이 제대로 먹혔다.
이에 따라 PPL(간접광고)도 ‘물 반 PPL 반’으로 할 수 있는 최적 환경이 구축된 셈이다. ‘도끼비‘는 아낌없이 PPL을 토해내고 있다.
“PPL을 이야기로 녹여낸다” “드라마에 PPL을 녹여내는 건지, PPL을 하려고 드라마를 만드는지” “홀수 회는 광고 하고 짝수 회는 이야기 전개하고” “너무 과도한 PPL은 PPL이 아니었음을”
이는 ‘도깨비’ PPL에 대한 기사의 제목 또는 댓글, 블로거의 지적이다. 모두 다 다 맞는 말 같다. PPL을 이야기로 녹여낼 때도 있고, 정서적 허용치를 넘어 과할 때도 있다. ‘도깨비‘는 ‘PPL 담론’이라고 할 정도로 PPL에 대한 이야기도 넘친다.
10회에서는 불멸의 삶을 사는 김신(공유)의 고려무신인 상장군 시절 이야기가 거의 다 공개됐다. 엔딩으로 나왔던 왕의 옷을 입은 이동욱의 이야기만 남았다. 이렇게 이야기를 풀어가면서도 중간에 철부지 재벌3세인 유덕화(육성효)가 “오, 올라가. 내려가. 꺾여” 하며 일룸 가구의 기능을 설명하는 대사는 눈쌀을 지푸리게 한다.
도깨비 저택의 인테리어를 거의 일룸 제품으로 하는 등으로 PPL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했다 할 정도로 중간광고들의 능숙한 배치에 감탄하면서도 정도를 넘을 때가 있다는 말이다.
한류드라마의 선배격인 ‘겨울연가’를 만들던 2002년, 이런 일이 있었다. 배용준이 최지우와 용평리조트의 식당에서 음식을 먹고 계산할때 L카드를 내밀면, 그 카드 회사에서 1회 노출당 몇천만원을 준다고 했다. 한번 하는데 1초도 안 걸린다.
그런데 남자주연배우가 그걸 왜 꼭 그렇게 해야되느냐고 한사코 반대했다고 한다. 그래서 드라마 제작사 대표는 거의 다 들어온 돈을 받지 못했다.
그 때만 해도 드라마 PPL에 대한 생각이 지금과는 많이 달랐다. 작가나 PD, 배우들이 거의 PPL을 꺼렸다. 지금도 PPL을 꺼리지만 어쩔 수 없는 필요악적 측면이 있어 받아들인다고 봐야 한다. PPL=돈(제작비)이기 때문이다.
제작비는 먹이사슬의 최상부에 있다. 이를 거역하기는 쉽지 않다. 제작비가 없다면 배우의 연기, 작가의 집필, PD의 연출, 스태프의 업무가 돌아가지 않는다. 받아들여야 된다.
드라마 PPL 인식의 변천사를 보면 ‘학습된 무기력’이 생각난다. 처음에는 제작사 대표 등 직원외에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반대했지만 이제 피할 수 없다면 받아들이는 형국이다. 모르긴 해도 육성재가 일룸 가구 대사를 거부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러니 PPL은 드라마의 꿀이요 독이다. 스토리에 녹여들어가면 좋지만, 그렇지 못하면 불편함과 짜증은 시청자의 몫이 된다. 나는 ‘도깨비’의 팬이다. PPL도 좋다. 하지만 가끔씩 나타나 몰입을 방해하는 돌출형 PPL은 자제해줬으면 한다.
/wp@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