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시장·유승민 의원 논리 돋보여
지난 2일 방송된 JTBC ‘뉴스룸-신년특집대토론’은 시청률이 무려 12.1%(수도권, 전국은 11.9%)나 나왔다. 시사교양프로그램에서 이런 시청률이 나온 것은 극히 드물다.
‘2017년 한국 어디로 가나’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날 토론은 몇가지를 생각하게 했다. 특히 시청률이 1~2%대에 그치는 MBC ‘백분토론’에 대한 관심이 예전 같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날 방송은 토론 프로그램이 나아갈 방향까지 체크해볼수 있는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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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토론 프로그램은 유익한 이야기를 많이 해도 재미가 없다는 소리를 들어왔다. 토론 프로그램은 대표적인 ‘노잼’ 콘텐츠다. 하지만 이날 토론은 재미가 있었다. 노이즈도 있었다. 그 ‘주범’은 전원책 변호사였다. 그러나 이날 전 변호사는 과했다.
자신의 이야기를 분명하게 전달하고 토론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는다는 전제가 붙는다면, 다소 개성적인 표현과 의견 개진도 용납해줘야 한다. 지나치게 격식을 따져 말하는 순서를 한사람씩 기다리는 양반식의 진행은 토론을 따분하게 만든다.
전원책 변호사가 대선레이스의 다크호스로 떠오른 이재명 성남시장의 말을 반박하고 수치가 틀림을 지적하는 것까지는 좋은데, 상대가 말할 수 있는 기회를 방해할 자유는 없다. 그런데도 전 변호사는 자기 할 말을 장황하게 늘어놔 상대가 말할 시간을 부족하게 함으로써 진행자인 손석희 앵커를 힘들게 했다.
결과적으로 전 변호사는 여기에 말리지 않고 차분하게 자신의 입장을 밝힌 이재명 시장을 띄워준 셈이 됐다. 이재명 시장의 최대 약점은 과하게 흥분하는 점, 다시 말해 막말과 감정조절 장애다. 하지만 이날은 전 변호사가 흥분하는 바람에 오히려 이재명 시장의 차분함이 돋보였다.
이재명 시장은 공적 권한의 사적 사용의 문제점과 가족내의 분란, 전과자가 된 사연, 철거민 사태 등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며 약자를 보호해 공정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원책 변호사의 포퓰리즘 공격에도 이 시장은 차분하게 반격했다.
전원책 변호사는 토론을 ‘썰전’식으로 했다. ‘썰전’에서는 이런 저런 이야기를 마구 던져도 농담으로 받아들여지는 부분이 있지만 토론프로그램은 다르다. 전 변호사는 ‘썰전’에서도 위태로울 때가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썰전’은 녹화라서 편집으로 걸러낼 수 있지만 이날 토론은 생방송이라 자신이 스스로 조절하지 않으면 토론의 흐름이 깨질 수도 있다.
이날 토론은 경제학자답게 차분하게 보수의 경제논리를 편 유승민 의원과 궁금한 요소를 많이 지닌 이재명 시장과 ‘썰전’의 두 논객이 깊이있게 토론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는데, 전원책 변호사가 흥분하는 바람에 후반 들면서 토론의 흐름이 깨진 감이 있다.
그런 가운데서도 새누리당을 탈당해 개혁보수신당에 몸담은 유승민 의원이 “보수가 시장 경제만 옹호해야 한다는 논리는 재벌이 전파한 것” “보수가 복지나 분배에 대해서 개혁적 정책을 못한다 하는 것은 극우들의 논리” “영국 보수가 살아난 이유가 지주 계급에서 상인으로 넘어가다 하층민 계급까지 보호했기 때문이다” 등 정치 경제적 이념의 보수에 대한 차분한 의견개진은 들어볼만한 이야기였다.
결과적으로 이날 신년특집대토론은 전원책 변호사가 ‘썰전’에서 캐릭터를 가져와 흥미유발에는 성공했지만, 전 변호사의 태도논란을 불러오며 ‘썰전’과 토론프로그램은 다르다는 점을 확인시켜주었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