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재개그’ 연명 대신 소통이 살길
이경규, 프로그램 분석·진행연구 착실
유재석, 끊임없는 공부·예의까지 장착
김국진, 동료MC 받쳐주며 조화 돋보여
지난 연말 발생한 이휘재의 MC 논란은 많은 걸 생각하게 했다. 이휘재가 자신의 무리한 발언 대상이 된 성동일과 조정석, 아이유에게 사과 하는 것으로 일단락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휘재가 진행하는 방법을 거의 전면적으로 개편하지 않는 한 해결되기 어려운 숙제다. 이건 한 국면의 진행의 문제가 아닌, 자신의 진행 전체적인 문제와 연관돼 있다.
예능 MC들은 누구든지 재미있게 진행하고 싶어한다. 상대를 핀잔 주며 콕콕 찌르는 행위도 밋밋하지 않고 재미있게 진행하기 위함이었다고 한다.
이런 상황은 문제가 되면 “과욕을 부렸다”고 하지만, 그냥 넘어간 경우도 숱하게 많았다. 이제 이런 방식은 점점 더 위험해지고 있다. 시청자의 분노를 자아낼 가능성이 높다.
예능 프로그램이 변화하고 진화하는 사이 예능MC들의 진행 역할과 기능도 감소돼가고 있어 예능MC들의 고민과, 존재감을높이면서 재미있게 예능을 하려는 강박이 과거보다 더 커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휘재는 그런 상황들을 잘못 해석한 듯하다. 연예인들과 친함을 과시하는 듯 했고, 그들보다 ‘위’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드는 코멘트를 해왔다. 지금은 ‘마이크 권력’을 잡은 예능MC일지라도 그 권력을 완전히 내려놓고 진행을 해야 한다.
대중들은 능력이 있어도 너무 많은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예능인들에 대한 거부감이 있다. 이 거부감은 과거에 비해 늘어가고 있다. 이는 예능이나 드라마나 마찬가지다. 수년간 지상파에서 잘 안보였던 박수홍과 드라마에 출연을 계속 해왔지만 ‘또 오해영’이전에는 잘 안보였던 서현진이 요즘 뜨는 것도 신선함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프로, 저 프로에 나오는 예능인들은 프로그램마다 자신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를 시청자에게 보여줘야 한다. 그런 것 없이 여기저기 출연하면 시청자들은 ‘방송사 비선실세’의 도움을 받는 것 아니냐고 생각한다.
예능 MC들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어느 정도 ‘올드한 진행’을 피하기는 어렵다. 진행은 나이의 문제는 아니다. 그렇다 해도 특히 72년생인 이휘재 보다 나이가 많은, 40대 후반 이상 나이가 든 예능인은 10~20대와 소통하기 위한 준비를 열심히 해야 한다. ‘아재개그’로만 버틸 수는 없다.
이경규는 프로그램을 열심히 보는 편이다. 몇번 만나봤더니, 프로그램을 자신의 시각으로 분석하고 있었다. MC의 장단점, 프로그램의 좋은 점과 문제점을 지적했다.
유재석은 연예계에 관련된 거의 모든 뉴스들을 파악하고 있다. 녹화가 없는 날은 집에서 방송을 꼼꼼하게 모니터링한다. 이런 게 예능MC의 늙지 않는 기본 비결이다. 이런 기본 업무에 충실하지 못한 예능MC들도 많다. 유재석은 여기에 ‘올바르게 사는 연예인의 표본’이라는 무기가 하나 더 있다.
그동안 프로그램의 부침이 있었지만 케이블에서 큰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강호동은 “절벽에 뛰어내릴 정도의 태도, 즉 마음가짐이 달라졌다”고 밝혔다.
1979년생인 김종민은 아직 중년 예능인은 아니지만 ‘1박2일’등 예능에 많이 노출돼 신선도가 떨어진다. 하지만 그는 힘든 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의 KBS 예능 대상을 두고 “보통 사람과 보통 연예인을 대표해서 받은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김종민은 남에게 웃음을 주지만 자신은 낮추기 때문에 오래 간다.
김국진이 프로그램을 늘려가는 케이스는 중년 예능인이 두고두고 참고할 만하다. 김국진도 ‘옛날식 진행’을 한다. 하지만 그는 무리하지 않고 나대지 않으면서 조용히 강하다. 그는 ‘라디오스타’에서도 오래 자리를 지키면서 전면에 나오지 않았다. 그러면서 개성 강한 멤버들속에서 전체를 아우르며 프로그램의 중심을 잡아주고 있다.
그에 대한 시청자들의 호감이 이어지면서 이미지가 더욱 좋아졌다. ‘불 타는 청춘’을 통해 강수지와 연애를 하는 것도 시청자들의 응원과 지지를 받았다.
이처럼 김국진은 대중의 지지가 있고 요청이 있어 ‘손맛토크쇼 베테랑’‘집밥 백선생2’등으로 프로그램 수를 늘려나갔다. 김국진과 대화를 해보면 유명인이고 이미 스타를 거쳤는데도, 자기 분수를 너무 잘 아는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예능인들은 많은 방송에 출연하면 다양한 대중의 반응에 직면하게 된다. 칭찬도 있고 비판적인 반응도 나온다. 반응이 좋지 않다면, 단순 비방성 악플이 아니라면 그 원인을 분석하고 빨리 고쳐야 한다. 그 경고음을 무시하고 계속 가다가는 언젠가는 한 방에 훅 갈 수도 있다. 이건 모든 방송인에게 적용되는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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