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수수료, 벤딩비 지급하면 남는 것 없어”
-서울시 “소비자 부담 오를까봐, 어쩔수 없다”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 직장인 김모(27ㆍ서울 동대문구) 씨는 종량제 봉투를 구입하기 위해 동네 슈퍼를 찾았다가 낭패를 봤다. 아무생각 없이 카드만 들고 봉투를 구입하러 간 슈퍼에서 “종량제 봉투는 카드결제가 되지 않는다”는 대답만 듣고 나왔다. 빈손으로 슈퍼를 나온 김 씨는 현금을 가지고 다시 슈퍼마켓을 방문한 뒤 종량제 봉투를 구입할 수 있었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종량제 봉투시스템이 서울시에 도입되고 20년이 넘었지만, 일선에서는 여전히 종량제봉투와 관련한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일반 슈퍼마켓에서는 종량제봉투를 현금으로만 판매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한 지방자치단체에서 판매하고 있는 종량제 봉투. [사진=헤럴드경제DB] |
현행 종량제 봉투 체제에서는 카드결제가 의무적으로 가능하지만, 일선 슈퍼에서는 카드로 종량제 봉투를 결제할 시 마진이 남지 않아 사실상 카드결제가 이뤄지지 않고 있지 않다.
서울시 지자체들이 상점들에 부여하는 수익률은 판매금액의 6~7%수준. 기본적인 20L 종량제 봉투 10장 4900원어치를 구매하면 294~343원의 수익이 남는 셈인데 카드 수수료를 제외하면 일선 슈퍼에서는 종량제 봉투를 팔아도 남는 금액이 없기 때문이다.
20L짜리 종량제 봉투를 일선 슈퍼에서 구매할 때, 사업자 측에서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222.5~247원사이다. 일선 슈퍼에서는 고객이 카드로 결제할 경우 카드수수료로 2.5~3% 금액이 부과되고, 횟수당 100원씩 카드 단말기 설치업체에게 벤딩(Vending)비란 이름의 추가 수수료가 나간다. 71.5~96원 사이의 금액이 업주 입장에서 떨어지는 셈이지만, 가게 유지비를 고려했을 때는 사실상 마진이 남지 않는 셈이다.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가 종량제봉투 비닐봉지를 들고 있다. [사진=헤럴드경제DB] |
종량제봉투 판매업자들의 고충이 전해지며 강남구 등 일부 지역구에서 1%(49원)씩 수익률을 높였지만 여전히 판매업자들에게 혜택으로 이어지지는 못하고 있다.
이에 서울에서 슈퍼를 운영중인 한 자영업자는 “종량제봉투를 찾는 손님이 오면 먼저 ‘카드로는 상품을 드리지 못한다’고 말한다”며 “마진이 남지 않기 때문에 업주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이 현금으로만 종량제 봉투를 판메하게 된다”고 했다. 아울러 “우리도 종량제 봉투를 구입할 때 현금으로 구입한다”며 “현금은 당장 필요하고, 카드는 다음달에 결제 금액이 들어오니, 이런 점에서도 꺼리는 이유가 된다”고 했다.
이런 문제를 관장하는 서울시청이나 일선 구청 입장에서는 문제를 쉽게 결정하기 어렵다. 카드결제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 판매업자들의 수익을 올려주자니 소비자들의 비용 부담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관공서에서 비용적인 부담을 맡자니, 이미 종량제 봉투ㆍ길거리 청소로 인한 비용 부담이 많은 편이라 선뜻 나서기 쉽지 않다.
이에 서울시청 관계자는 “원칙적으로는 종량제 봉투도 카드결제가 가능해야 하지만, 현실적인 제약 때문에 불가능하다”며 “카드결제를 현실화하기 위해 업자들의 수익을 올리자니, 소비자들의 부담이 가중되기 때문에 가격을 함부로 올릴 수도 없다”고 했다. 또 “자치구가 종량제 봉투로 거둬들이는 수익으로는 일선 지방자치단체에서 청소비용의 30%도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관공서에서 추가적으로 종량제봉투 가격을 감당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