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게 무기’ 박중훈표 라디오왜일까…욕심없이 녹는 이 마음

27년만의 복귀, 유쾌한 입담 청취자 호평

KBS 해피FM ‘박중훈의 라디오스타’의 진행자인 배우 박중훈<사진>이 퇴근길 청취자들에게 좋은 벗이 되고 있다.

지난 9일부터 무려 27년만에 라디오 DJ로 복귀한 박중훈은 특유의 재치있는 입담과 유쾌함을 무기로 창취자에게 퇴근길의 즐거움과 소소한 위로를 건네고 있다.

박중훈은 “배철수 씨나 이금희 씨처럼 음악적으로 엄청난 지식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니다. 나의 무기는 이 분들보다 팝송을 잘 모르는 것이다”면서 “내가 잘 알아서 하는 게 아니라, 서로 소통하는, 즉 마음을 여는 자리라고 생각해 나도 듣고 들려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40여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그중 ‘라디오스타’는 지금도 무장해제 하고 본다. 제가 출연한 영화들이 호평과 혹평을 받기도 했는데, 이 영화만은 사람들이 마음을 열고 좋은 영화라고 얘기 해준다. 제가 하는 라디오 프로그램도 이와 궤를 같이하고 있다. 지쳐 있는 퇴근시간에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열어놓고 이렇습니다 라고 한다.”

이충언 PD는 “KBS 내에서도 박중훈 씨는 호감도가 높았다. 영화 ‘라디오스타’에서 DJ를 한 박중훈 씨가 실제로 DJ를 하면 이질감이 적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판단이 적중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박중훈의 라디오스타’는 4050 청취자를 주요 타깃으로 하면서 80, 90년대 유행했던 인기 팝음악과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이야기가 곁들여지고 있다. 정해진 룰은 없지만, 1시간 55분동안 최신곡도 1~2개 정도는 들려준다.

50대라고 나이든 가수의 노래만 좋아한다는 법은 없다. 실제 50대 초반인 박중훈은 4050 세대의 추억도 이야기하지만 50대의 현재 이야기도 잘한다. 나이보다 훨씬 젊게 사는 그의 열린 사고가 청취자에게 하나의 힌트를 줄 수 있을 것 같다.

“무슨 메시지를 드리거나 목적이 있는 건 아니다. 서로 편하게 같이 음악을 듣고, 대화를 나눈다는 정도다. 욕심도 크게 안부린다. 단기일 승부가 안된다. 성의껏 음악을 들려드리면 한분 두 분 찾아오실 것이다.”

박중훈은 지난 6년간 작품 활동을 하지 않았다. 작품에 출연은 안했지만, 감독으로서 작업은 계속 해왔다. “배우의 일은 시작하면 금방 드러나지만 감독 일은 오래 걸린다”는 것.

박중훈은 고립된 시나리오 작업을 하다 라디오 DJ 섭외를 받았을때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즐거움의 자리다. 위로까지 받을 수 있다면 금상첨화”라는 심정으로 응했다.

심원섭 라디오 부장 말대로 연기자가 2차 표현자라면 라디오 DJ는 1차 표현자다. 배우는 수없이 많은 캐릭터들을 연기하지만 DJ는 자기 본연의 모습으로 다가간다. 말하자면 인간 박중훈의 모습이 보여진다. 박중훈은 제스처와 표정이 들어가지 않은, 목소리와 말의 내용만으로 조금 쓸쓸한 퇴근길의 담소 상대로 손색이 없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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