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의지’ 불태우는 반기문…4년전에는 “정치생각 없다”

대담집으로 본 반기문의 말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일본이 머리를 조아릴 필요가 없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져 홍역을 치르고 있는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은 실제 이같은 발언을 직접 하지는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반 전 총장의 대담집 ‘반기문과의 대화’(Conversation with Ban Ki-moon)’에 따르면 최근 논란이 됐던 위안부 발언과 관련해서 책의 저자인 톰 플레이트 로욜라 메리마운트 대학 교수가 “많은 한국 정치인들과 달리 반기문은 일본이 이웃국가들과 유익한 관계를 맺기 위해 이틀에 한 번 꼴로 머리를 조아려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논평을 달았다.

저자의 논평 이후 반 전 총장의 발언이 실렸다. “한일합방이 이뤄진 지 100년째 되는 2010년에 일본을 방문했을 때 저는 일본 고위 관료들에게 말했다. ‘이 기회에 일본이 한국인들에게 진심으로 진실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 과거사를 놓고 너무 많은 말을 해서는 안 된다. 과거를 정리하는 최선의 방법은 앞으로 다가올 100년을 내다보는 것이다. 그러니 총리, 즉 일본 정부가 진심 어린 사과를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고 이 책은 전하고 있다.

책에서는 계속해서 반 전 총장이 “한국 정부는 일본과 (성실하게) 협상해야 한다. 한국 국민이기도 하지만 유엔 사무총장 입장에서 저는 한국과 일본이 조화롭고 건설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관계,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안보에 도움이 되는 관계로 나아가길 바란다. 이것이 제가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바라는 바이다”고 진술했다.

한편 귀국 이후 20일 동안 대선주자로서 대권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반 전 총장이지만, 4년 전에는 정치 의사가 없었던 점도 확인됐다. 반 전 총장은 임기가 끝나고 대통령 선거에 나갈 것이라는 관측에 대해 “저는 저의 자질을 잘 압니다. 저는 타고난 외교관입니다. 정치요? 국내 정치에 전념할 분들은 저 말고도 많다고 생각합니다”고 발언했다.

그러나 반 전 총장은 “사무총장이라는 자리가 정치적인 자리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네, 물론 저도 여러 가지 정치적인 문제를 처리해야 합니다”고 답변해 이미 내ㆍ외치 분권형 대통령제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분석도 가능하다.

최근 친인척 연루 스캔들 관련, 측근이나 가족이 연루된 스캔들을 걱정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런 생각은 하지 않는다. 유엔에 윤리국을 신설한 사람이 바로 나다. 그전에는 유엔에 윤리국이 없었다. 유엔서 진행하는 모든 사업과 기금을 윤리국에서 감독하고 검토하게 하고 있다“며 “어렵게 자랐기 때문에 가난에 대해 잘 안다. 책임과 윤리를 기본으로 살아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주변에서 각종 의혹이 일고 있는 것에 대해서 “송구스럽다”는 입장만 밝히고 있다. 

이태형 기자/th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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