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작정 주문하는 바이어 선별
실시간 배송 시스템 구축 업체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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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전역 주요 대도시에서 짧게는 2달에 한번씩 의류 트레이드쇼가 열리지만 매년 두차례만 열리는 라스베가스 매직쇼에 대한 관심도는 단연 가장 높다.
전세계 120개국에서 6만명 이상의 바이어들이 행사장을 찾아 하루평균 2억 달러 이상의 현장 계약이 이뤄지는 이유가 가장 크다.
10여년전에 비해 방문객이 절반 수준으로 줄었지만 매직쇼는 여전히 매력적이라는 것이 한인 업체들의 반응이다.
연간 10여차례 열리는 타 지역 의류 트레이드쇼의 매출과 비교해 연간 2차례에 불과한 라스베가스 매직쇼에 참가해 현장에서 받는 계약액이 비슷하거나 오히려 높다는 의견이 많다.
예를 들어 타지역에서 연간 열리는 모든 행사에서 거둬들이는 매출이 100만 달러일때 라스베가스 매직쇼 두 차례 참가해 올리는 매출은 최소 100만 달러에 달한다는 이야기다.
방문하는 바이어들이 압도적으로 많다 보니 현장 판매액이 가장 많지만 허수 주문도 많은 것은 함정이다.
상당수 업체들이 타 지역 의류 트레이드쇼에서 현장 판매 후 실제 배송과 결제로 이어지는 비율이 90% 내외인 것과 달리 라스베가스 매직쇼에서는 70%수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심한 경우 절반 가까이 주문 받은 제품을 배송하지 못하는 업체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행사의 규모도 크고 참가하는 업체도 가장 많다 보니 바이어 입장에서 일단 팔리것 같은 제품을 선점하겠다는 욕심이 크다. 100개 이상의 업체 부스를 방문해 일단 필요해 보이는 신제품의 주문부터 하고 보자는 식이다.이후 실제 약속된 배송일이 다가오면 그 사이 불필요한 주문에 대해 주문을 취소하는 방식이다.
또한 여러 업체에 주문을 넣다 보니 비슷한 분위기의 제품 중 꼭 필요한 제품만 남기고 나머지 제품을 최소하는 경우도 많다.
심한 경우 행사 후 연락을 아예 안 받는 바이어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허수 주문을 줄이는 것이 3주 남짓 남은 라스베가스 매직쇼의 성패를 좌우하게 될 전망이다.
해외에서 대량으로 신제품을 수입해 와 창고에 쌓아 놓고 주문 즉시 배송해주는 업체들은 이런 피해를 줄일 수 있다. 하지만 해외 생산을 위해서는 최소 3개월에서 길게는 1년 가까이 앞서 제품을 개발해야 한다. 유행에 민감한 주니어 라인이나 영컨템포러리 라인을 주로 팔고 있는 LA지역 한인 의류업계 특성을 감안하면 제품의 경쟁력이 다소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현장 계약액은 가장 크지만 허수 주문이 많다는 특성을 감안해 한인 업체들 역시 나름의 해법 마련에 나서고 있다.
‘글램’의 송인석 대표는 “몇년전부터 의류 트레이드쇼의 허수 주문을 줄여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최종 구매 상담 과정에서 실 구매 제품 중심으로 다시한번 바이어와 상담하고 있다”고 말했다.
눈에 띠는 새로운 디자인이나 색상, 소재로 만든 제품을 일단 선택하고 이후 실제 배송일이 가까워지면 갑작스럽게 주문을 취소하는 상황을 최소화 하기 위한 나름의 방법이다.
온라인 및 모바일 시스템을 재고와 배송 관리 시스템과 연동해 시간과 공간에 구애 받지 않고 실시간으로 배송을 진행하는 한인 업체들도 최근 몇년사이 크게 늘었다.
‘니키비키’의 크리스티나 최 대표는 “2008년 이후 생산과 재고 배송 등 모든 과정의 전산화와 모바일 연동을 구현해 라스베가스를 비롯해 미국 각 지역에서 열리는 의류 트레이드쇼에서 결제를 마친 주문의 대부분을 LA에 있는 창고에서 실시간 배송해주고 있다”며 “시스템 구축과 활용을 통해 파는 입장에서는 허수 주문을 크게 줄이게 됐고 구매자는 경쟁 리테일러 보다 빠르게 매장에서 최신 유행 제품을 팔수 있는 효과를 함께 누리고 있다”고 말했다.
‘에슬리’의 스티브 이 대표는 “타 지역 행사에 비해 라스베가스 매직쇼가 허수 주문이 많아 이를 줄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속적인 사후 고객 관리를 통해 허수 주문을 실제 주문으로 바꾸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이경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