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기 연예톡톡]남궁민의 연기스타일이 ‘김과장’에 미치는 영향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 수목극의 경쟁구도가 흥미롭다. ‘김과장’은 승승장구하며 4회만에 200억이 들어간 대작 ‘사임당’을 시청률로 눌렀다. 이건 큰 화제다.‘김과장’은 상대의 약점이라는 반사이득도 보고 있다. ‘사임당’은 무겁다. 타깃층도 확실하게 잡지 못했다. 반면 ‘김과장’은 가벼우면서 (무거운 내용을 포함해) 할 말은 다한다.

김성룡 TQ그룹 경리부 과장을 연기하는 남궁민은 능청능청하면서 사이다를 제공한다. ‘김과장’의 작가는 2013년 KBS ‘굿 닥터‘를 썼던 박재범 작가인데, 코믹하지만 “의협심은 사라지고 협심증만 남은 시대’ 등 대사는 예사롭지 않다.

이런 와중에도 ‘미씽나인’은 거론 자체가 안된다. 구성이 산만해서 긴장감이 살지 못하고 감정선을 쌓아나가지 못해 화제성이 약화됐다. ‘미씽나인’은 무인도에서 생존하기 이전에 드라마로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 같다.

‘김과장‘은 주인공 남궁민 외에도 주변인물들도 살아있지만, 남궁민의 연기로 인해 드라마의 집중력을 더하고 있는 건 분명하다.

기자는 ‘냄새를 보는 소녀’ ‘리멤버-아들의 전쟁’ 등 남궁민이 출연한 드라마가 끝났을때 몇차례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당시 그가 밝힌 연기론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있다. 그는 캐릭터에 몰입 내지 빙의된 메소드 연기를 펼치지 않는다고 했다. 자신이 캐릭터에 빠져든다기 보다는 사람들이 자신의 연기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를 생각하며 연기를 한다고 했다. 말하자면 계산된 연기다.

“연기는 몰입일까? 보는 사람을 의식해서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걸까? 저는 후자를 더 중시한다.”

가령, 화난 연기를 할 때는 시청자에게 그 사실을 알게 해줘야 한다는 것. 남궁민은 김성룡을 소화하기 위해 연기에 대한 자기만의 상상과 느낌으로 연기한다.

“연기는 테크닉과 감정이다. 테크닉만으로는 사람들을 감동시킬 수 없다. 다큐멘터리를 보고 감동하는 건 현실에서 공감할 수 있고 혼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이걸 연기에 적용해보면, 연기할 때에는 테크닉인지, 감정인지 잘 모르겠다. 캐릭터를 이해한 상태에서 테크닉(계산)을 생각하면서 연기할 당시의 느낌과 감정을 그대로 가져가는 게 조금은 혼을 담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남궁민은 캐릭터를 이해하고, 표정과 행동은 리얼하지는 않지만, 시청자 반응까지 염두에 둔 연기를 펼친다. 코미디가 가지고 있는 조금 과장된 점까지 동원해 이를 최적화시킨다. 문화평론가 정덕현은 이를 “짐 케리 같은 연기”라고 했다.

이 점은 남궁민이 다양한 얼굴(표정)을 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남궁민은 연쇄살인범(‘냄새를 보는 소녀’)이나 망나니 재벌 2세(‘리멤버-아들의 전쟁’), 힘없는 사람을 돕는 변호사(‘미녀 공심이’) 등으로 극과 극의 연기변신이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작가가 창조해낸 김성룡 과장 캐릭터는 남궁민의 이런 연기 스타일이 가미돼 생명력을 가지게 된 것이다.

김과장은 복잡한 캐릭터다. 재주가 있고 정의로운 것 같은데도 삥땅을 치는 꾼의 기질까지 타고났다. 많은 사람이 먹고 살아야 하는 기업인 TQ그룹에는 악의 축인 도어락 3인방을 동원해 회계를 조작하며 기업을 사유화시키는 박영규 회장의 탐욕이 있다.

작가는 남궁민을 통해 큰 부정과 작은 부정, 큰 도둑과 작은 도둑 등 부정(不正)에 관한 사회적 메시지를 마구마구 투척한다. 듣기 편하지 않은 이런 딱딱한 이야기를 남궁민의 능글능글한 연기로 끌고간다.

문화평론가 정덕현은 ”‘김과장‘은 지금 같은 시대에 특히 잘먹히는 스토리다“면서 “남궁민이 핫도그를 입에 물고 여유자적하듯이 회사에 가는 모습이 너무 좋다. 실제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회사에 목매고 있는데…”라고 말했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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