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 고구마 전개에도 시청률이 높은 이유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 SBS 월화 드라마 ‘피고인’의 시청률이 매우 높게 나타나고 있다. 멜로 하나 없는데다 시청자의 두뇌 플레이가 필요하고, 더구나 요즘들어 고구마 전개가 이어지고 있는데도 시청률이 20%에 육박한다. 여기서 시청 패턴의 변화가 읽혀진다.

‘피고인’은 딸과 아내를 죽인 누명을 쓰고 사형수가 된 검사 ‘박정우’(지성)가 기억 상실이란 최악 상황에서 벌이는 투쟁과 복수극이다. 이런 장르물은 ‘미드’(미국 드라마)에 많았고 우리 시청자에게는 잘 안먹힐 때도 더러 있었다. 마니아들이 주로 봤다. 하지만 20%에 가까운 시청률은 마니아만으로는 절대 나올 수 없는 수치다.


‘역적: 백성을 훔친 도적’과 ‘김과장’의 인기의 큰 축은 사이다 전개에 있다. 반면 ‘피고인‘은 진실을 밝혀줄 고동윤 수사관이 죽어가는 등 고구마 500개를 주고 있다. 물론 나중에 보여줄 사이다를 기대하고 있지만, 시청자들은 그 과정의 재미를 느끼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좀 더 세련되고 지적인 시청층이 광범위하게 자리를 잡았다는 방증이다.

시청자들이 큰 틀에서의 ‘피고인’의 서사(의 궁금증)를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신호다. 지성이 과연 자기 아내와 딸을 죽였을까? 그렇다면 사건은 어떻게 된 것이며 지성은 악인 ‘차민호’(엄기준)를 상대로 어떻게 복수극을 벌일지를 기대한다는 얘기다.

이 과정에서 지성의 열연과 부성애(가족애) 코드가 잘 먹히고 있다. 서은혜 변호사를 연기하는 권유리의 연기가 겉도는 등 아쉬움이 없는 건 아니지만, 장르물의 기대는 저버리지 않고 있다. 사건 전개 과정과 추리를 즐기는 수준 높은 시청자들이 ‘피고인’의 완성도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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