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합에 R&B·입에 붙는 가사자이언티, 못하는 게 뭐니?

-새 앨범 ‘OO’ 국내외 인기몰이…호소력 짙은 묘한 음색 돋보여

R&B 힙합 음악가 자이언티<사진>의 새로운 앨범 ‘OO’가 국내외에서 관심을 받고 있다. ‘OO’에는 7개의 신곡이 실려있다. 타이틀곡 ‘노래’와 지드래곤이 피처링을 맡은 ‘Complex’가 특히 인기다.

자이언티의 신보는 아메바컬처에서 프로듀서 테디가 있는 YG엔터테인먼트 산하 ‘더 블랙 레이블’로 소속사를 옮긴 지 1년만에 나왔다. 자이언티는 “테디는 존경하는 형님이다. 원타임때부터 팬이었다. 굉장히 섬세하고 정확하다. 하지만 앨범에 일일이 간여하지 않고 지지해준다”고 말했다.

자이언티가 소속사를 옮긴 것은 2014년작 ‘양화대교’이전부터 함께 했던 스태프와 프로듀서들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따라서 소속사를 옮겨도 음악을 하는 데 있어 달라진 것은 별로 없다고 한다.


신보 앨범명인 ‘OO’(오오)는 자이언티가 좋아하는 안경을 시각화한 것이다. 본명인 김해솔과는 별개로 자이언티라는 뮤지션 브랜드를 강조한 것이다.

가요계에서 자이언티는 분명 강점이 있다. 힙합을 베이스로 하면서도 멜로디 파트를 직접 소화할 수 있고, 알앤비 소울 재즈 등 다양한 음악장르의 분위기가 난다. 그는 알앤비와 재즈, 가요를 많이 듣고, 문화사회현상에도 영향을 받는다고 했다.

“제 보컬에 멜로디가 있고, 목소리에 독특한 점이 있고, 그래서 개성이 있다고 얘기해 주시는 분들이 있다. 목소리는 힙합과 닿아있는데, 래퍼들이 만드는 음악에서 볼 수 없는 멜로디를 접하고 박수를 쳐주실 때 좋았다. 힙합이 어느샌가 주류가 된 것은 저에게는 반갑다. 제 음악 기반에 힙합이 있다. 발라드나 서정적인 보컬 스타일과 다르게 좀 랩적인 게 있다. 요즘 트렌드랑 내 음악이 맞는 것 같다.”

자이언티의 또 다른 무기는 묘한 음색이다. 발라드에서 사용되는 애절한 목소리와는 다르다. 애절하기보다는 애처로운 목소리를 구사하는데, 간절함의 강도를 높이지 않고 한두번 정도 탁탁 하고 단순하게 던지는 스타일이다. 계속 던지지 않고 오히려 여백을 만들기 때문에 그의 애처로움은 오히려 강한 호소력을 발휘한다.

“제 목소리가 어떤 특징이 있다고 한다기보다는 그런 방식에 익숙해져 있다고 보는 게 맞다. 나는 미니멀한 걸 좋아한다. 미니멀리스트다. 단소, 절제, 정제된 사운드를 내기가 쉽지 않아 연구를 하고 있다. 그 결과가 이번 신보 음악이다.”

자이언티의 또 다른 매력은 평범한 가사다. 지나치게 평범해서 오히려 특별하다. 이번 노래들의 가사만 봐도 재밌다. ‘이 노래는 유명해지지 않았으면 해’로 시작하는 ‘노래’도 흥미롭다. ‘Complex’는 ‘내가 아이돌이었음 좋겠어/사랑 노래만 쓰면 되니까 노래 못하면 벗으면 되니까’에서 아이돌 비하 논란이 살짝 일었지만, 전체를 보고나면 그런 것과는 조금도 상관없다. 그는 ‘노래를 꺼내 먹어요’라고 표현할 정도다.

“가사는 의식의 흐름대로 쓴다. 흘러가는 대로 쓴다. 이게 잘되겠지, 이런 생각으로 쓰지는 않는다. 이거 정말 재미있다는 느낌을 반영한다. 나는 작사부터 먼저 한다. 곡이 없는 상태에서 노랫말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 노랫말에 어울리는 멜로디가 따라온다. ‘오늘 아침에 김치찌개 먹었어’라면 여기에 어울리는 멜로디가 있을 것이다. 나는 그런 식으로 작업한다.”

자이언티는 “‘아버지는 택시드라이버’라는 자전적인 걸로 유명해졌다. 내가 일기장에 쓴게 유명해져, 저에게 말을 거는게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그런 당황스러움과 놀라움, 반가움 등을 이번 타이틀곡에 담았다”고 했다.

“제가 처음 등장했을 때는 완성도 보다는 희소성으로 부각됐다. 당시 힙합과 알앤비 보컬이 거의 없었지만 크러쉬와 딘 등 이런 포지션이 나오면서 이제 완성도가 중요하게 됐다. 앞으로 음악시장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궁금하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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