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놉시스를 보면서 내 캐릭터에 살을 붙여나갔다. 엄마, 아빠, 이복동생 허준재역을 맡은 이민호 등 한 인물을 대할 때마다 허치현의 표정과 심경, 관계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를 생각해봤다. 극이 진행되면서 나도 어떻게 될지 몰라 모든 가능성을 열어놨다. 시청자들도 허치현이 나쁜 놈일지, 좋은 놈일지를 궁금하게 여길 수 있게 시청자와 줄타기를 했다.”
![]() |
사진=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
![]() |
사진=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
극중 이지훈의 모친 황신혜(강서희 역)는 물욕으로 재혼한 남편을 조금씩 시력을 잃게 만드는 악녀다.
“처음에는 어머니를 경계했다. 악행을 그만뒀으면 해서다. 왜 이 사람은 타협이란 게 없고 절대 악으로만 살려고 할까? 하지만 살인 용의자로 공개 수배령이 내려진 탈옥수인 마대영(성동일)이 나의 친아빠인 걸 알고, 차라리 엄마를 지키는 게 나았다. 나에게 ‘너는 꽃길만 걸어라’라고 말한 엄마가 경멸스러웠지만 아버지가 살인마라는 사실이 더 충격적이었다.”
이지훈은 결국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허치현 캐릭터에 강한 인상을 불어넣었다. 그는 “이번 작품으로 화제성도 높았고 나의 인지도도 올라갔다. 현장에는 몇십년의 경력을 가진 선배들이 많아 많을 걸 배울 수 있었다”면서 “날 힘들게 해서라도 살아남아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책임감을 가지고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전했다.
이번 작품에서 가장 많은 촬영을 한 상대는 엄마 역의 황신혜였다. 주변에 황신혜라는 배우를 아는 사람이 없어 조사를 해봤더니 “톱스타라 까칠할 수 있다” 등의 팩트들이 전해졌다.
“실제 만나봤더니 황신혜 선배님은 개그감도 좋고, 너무 털털했다. 한때 탑스타 미녀 배우가 이런 역할을 한다는 게 쉽지 않았을 것이다. 완전히 자신을 버리고 연기했다.”
이복동생인 이민호는 자신보다 한살 위였다. 한류스타라는생각에 쉽게 다가가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실제 민호 형은 장난끼가 많았다. 유머 감각도 좋았다. 스타의 면모가 아닌 인간다운 모습이 보였다.”
이지훈은 아버지 역으로 나왔던 최정우(허일중 역)에게도 문제가 있었다는 말을 빼놓지 않았다. 못된 아들 역할을 하면서, 그렇게 된 원인을 깊이 생각한 듯 했다.
“(나를 길러준) 아버지가 조금만 현명하게 나에게 대해줬다면 허치현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버지는 항상 준재(이민호)만 찾았다.”
역시 배우는 캐릭터를 경험하면서 한 뼘쯤 자라는 것 같았다. 이지훈은 허치현을 연기하며 가족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고 한다.
![]() |
사진=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
![]() |
사진=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
배우 이지훈은 가수 겸 연기자인 이지훈(37)과 이름이 같다. 불편함이 없는 건 아니지만, 이제 개명하기에는 늦었다. 오히려 이번 작품에 대한 모니터를 가장 열심히 해준 사람은 이지훈 형이었다고 한다. 지훈이 형과 ‘정글의 법칙’에 함께 갔으면 한다고 했다.
이지훈은 또 다른 자신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드라마를 하고 싶고, 기회가 되면 영화도 하고 싶다고 했다. 뮤지컬과 연극에도 도전할 계획을 세웠다. 그동안 출연했던 드라마에서 브로맨스를 잘 만들었지만, 앞으로는 로맨스를 하고싶다고 했다.
“제 연애 경험을 토대로 결혼하고픈 남자친구를 연기하고 싶다. 여성들에게 심쿵 포인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