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퀴티 늘어도 집 크기 안늘린다…주택시장 트렌드 변화

에퀴티

미국 주택 시장의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 주택 시장은 이른바 생애 첫 주택 구입자와 어퍼 무버(Upper mover)의 시너지 효과로 성장한다. 생애 첫 주택 구매자가 중저가 주택을 매입해 시장에 유입되면 주택의 가치 증가로 자산을 늘린 사람들은 보다 더 크고 비싼 주택으로 이주하며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것이다.

하지만 금융위기 이후 겪은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이같은 주택 시장의 트렌드가 바뀌었다. 금융위기가 수습되며 지난 몇년간의 부동산 시장이 호황세를 보인데 따라 깡통주택이 급감하며 에퀴티가 늘었지만 더 큰 집으로 이사하는 구매자 비율은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정보 포털 아톰 데이타의 최근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전역의 깡통주택 수는 전년 대비 130만채나 감소한 540만채로 전체 주택의 9.6%에 해당했다. 깡통주택 비율이 역대 최고치를 나타냈던 지난 2012년 1분기와 비교하면 감소폭이무려 700만채에 달한다. 깡통주택이 줄면서 지난 1년 사이 에퀴티 리치(에퀴티 50%)의 비율은 전년 동기 대비 130만채가 증가한 1300만채로 지난 20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부동산 경제학자들은 “지난 3년간 에퀴티 리치가 480만명이나 증가했지만 더 큰 집을 사 이사하는 비율은 오히려 감소했다”며 “실례로 부동산 가치가 역대 최고치를 나타냈던 지난 2000년에서 2008년 사이 평균 4.26년에 불과하던 주택 평균 보유 기간은 지난해 7.88년으로 크게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어퍼 무버들이 대폭 감소했기 때문으로 특히 샌프란시스코, 샌호세, LA, 그리고 샌디에고 등 가주 주요 도시들은 주택 평균 보유 기간이 10년에 육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택 구매자들이 새 집으로 옮기는 것을 주저하는 것은 시장에 대한 불안심리 때문이다. 현장 브로커들은 “다년간의 시장 침체로 신규 주택의 공급이 줄어든 것과 대출 조건이 강화된 것도 이유가 되겠지만 그보다는 주택 구매에 따른 자산 증식 효과를 의심하다 보니 더 큰 집으로 옮기며 부채가 증가하는 것을 꺼려하는 분위기가 많다”며 “수치상으로 주택 거래가 매월 늘고 있지만 저가에서 고가로의 상향 이동은 그리 많지 않다. 생애 첫 주택 구매자를 제외한 대다수의 바이어들이 현 보유주택과 가격대가 크게 다르지 않은 집으로 옮기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주별로는 하와이(37.8%), 버몬트(36.9%), 캘리포니아(36.0%), 뉴욕(34.9%)그리고 오레건(32.0%)의 에퀴티 리치 비율이 높았고 .도시별로는 샌호세(51.6%), 샌프란시스코(48%), 호놀룰루(40%), LA(39%), 그리고 피츠버그(35.8%)가 타 도시 대비 주택 보유에 따른 자산 증식 효과를 톡톡히 누린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네바다(19.5%), 일리노이(16.6%), 오하이오(16.3%)는 전국에서 깡통 주택의 비율이 가장 높았고, 도시별로는 라스베가스(22.7%), 클리블랜드(21.5%), 애크론(20.1%)의 깡통주택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한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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