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는대로’는 거리에서 ‘말’로 하는 버스킹이다. 길 가는사람들이 이 강연을 듣고 질문과 의견을 던질 수도 있다. 연예인을 포함해 각 분야에서 자기만의 철학을 가진 사람들이 거리에서 게릴라 강연을 펼친다.
주제는 자유롭다.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부터 관심사, 전문 분야 등에 대해 말하면 된다. 연남동, 가로수길, 한강 공원, 홍대, 강남역, 코엑스, 연대앞, 왕십리역, 건대입구역 등에서 벌어진다. 그래서 ‘말하는대로(大路)’이기도 하다.
‘말하는대로’는 한때 유행했던 공감 위로형 토크쇼이기는 하지만, 취지와 의도, 메카니즘이 차별화된다. 최근 위로와 힐링을 내세운 프로그램들이 많았다. 하지만 ‘말하는대로’는 대책 없이, 또는 무조건의 위로는 아니다. 유명한 사람이나 이름 없는 사람이나 사람 사는 건 다 비슷하다는 점, 고민에 대해 대화를 나누면서 해결책을 제시하는 게 아니라 서로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이 특징이다.
‘말하는대로’는 매주 3명이 나와 토크 버스킹을 벌인다. 인지도 높은 연예인과, 연예인은 아니지만 전문 분야에서 일해온 사람, 알려지지 않는 스탠다드 일반인으로 출연진을 꾸미려고 한다.
자신 만의 얘기로 끝나는 게 아니고 출연진과 MC인 ‘하희열’(유희열과 하하) 등 옆사람들이 이야기에 살을 붙여주고 공명해준다. 사람이란 얘기를 들어보기 전에는 그 사람을 잘 모른다. 예상치 못한 속 깊은 얘기 등 다양한 얘기가 나오는 잡지 같은 프로그램이다.
그동안 제법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로 소통력을 발휘했다. 재심 변호사로 활동하는 박준영은 고졸 출신 변호사로 자신에게 사건을 맡기려고 하지 않는 현실을 엎어 존재감을 키워야겠다는 개인적인 욕망이 시청자를 공감하게 했다. 정의의 사도가 되겠다는 말보다 훨씬 더 잘 와닿았다.
예능 작가 출신의 유병재도 초기 ‘말하는대로’를 띄운 수훈갑이다. 심각한 상황과 유머러스한 상황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그의 스탠딩 코미디는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늦깎이 배우 허성태의 인생 강연도 취업난에 시달리는 젊은 층들의 공감대를 형성했다. 대선을 앞두고 이재명 성남시장, 안희정 충남 도지사 등 정치인들도 나오는 프로그램이다.
배우 신동욱, 가수 김윤아, 가수 솔비의 살아온 이야기도 시청자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곽정은, 김동영 작가의 버스킹도 공명이 컸다. “슬픈 내색을 하지 않는다. 내 안에 검은 아이가 있다”라고 말했던 가수 김세정은 걸그룹이 무슨 별 얘기가 있을까라는 편견을 씻어준 버스킹이었다.
진행자인 유희열과 하하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 버스킹을 하기 전 출연자의 긴장을 풀어주는 임무를 맡고 있다. 그중에서 유희열은 상대방의 얘기를 잘 이끌어낸다. 제작진이 출연자와 사전 인터뷰를 해보고 “이런 이야기는 안하겠지”라고 생각했던 그 이상을 끄집어낸다는 것이다. 또 하하는 진지한 프로그램이 되기 쉬운 ‘말하는대로’를 케주얼하게, 교양 같지 않고 예능분위기로 만드는데 일조한다. 이재명 성남시장과 안희정충남지사에게도 격의 없이 농담을 하며 분위기를 느슨하게 만든다.
제작진에 따르면, 출연자 섭외를 해보면 프로그램 취지는 좋은데 자신이 나가 말 잘할 자신은 없다고 하지만, 막상 나오고 나면 준비한 내용보다 훨씬 더 자세하고, 오랫동안 말한다고 했다.
5개월이 다 돼가는 ‘말하는대로’는 기대 이상으로 선전하고 있다. 소통과 공감, 힐링을 말하지만 막상 “어떻게?”라는 문제에 직면하면 해답을 구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말하는대로’는 그 질문에 소박한 해답이 될 수 있다. KBS ‘강연 100°C’가 산전수전을 겪은 사람들의 인생기를 담았다면 ‘생각하는대로’는 평범한 사람이나 특별한 사람 등 할 이야기가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해 생활밀착형 강연을 선보인다는 점에서 서로 차별화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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