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하늘, “제가 억울하게 생겼나봐요”

-”나는 착한 게 아니고 긍정적인 사람입니다“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제가 억울하게 생겼나봐요.”

오는 16일 개봉하는 영화 ‘재심’에서 강압적인 수사로 인해 목격자라는 이유로 택시기사 살인 누명을 쓰고 10년을 감옥에서 보낸 현우를 연기한 강하늘의 말이다. ‘재심’은 빚만 쌓인 벼랑끝 변호사 준영(정우)이 현우 사건을 맡아 진실을 찾기 위한 사투를 벌이는 휴먼드라마다. 2013년 6월 시사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를 통해 다뤄진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을 모티브로 해 허구가 가미됐다.

강하늘은 ‘재심’에서 그간의 순수하고 착한 이미지를 넘어 차가운 청년 모습까지 놀라운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강하늘은 맑은 소년이었던 현우가 억울한 수감생활을 한 이후 모두가 멸시하는 사람이 돼 세상과 단절된 생활을 하게 되는 과정을 진심어린 연기로 보여주며 가슴 먹먹하게 했다.

“시나리오를 보기 전부터 이 사건을 알았다. 더 자세히 조사도 했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이런 연기를 선보여야지 하는 것은 없었고, 현우가 좋았다. 실화가 가진 문제의식이 아니라 시나리오가 재밌어 선택했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강하늘의 관심은 그 억울함 뒤에는 뭐가 있을까 하는 것이다. 왜 이런 사건이 일어났는가? 그 이면에는 무슨 일이 있는가? 경찰은 왜 거짓 자백을 강요했을까? 경찰이 그렇게 행동하게 된 당위성이 무엇이었나 하는 의문들을 가지고 연기해나갔다.

강하늘은 실제 피해자를 만났다. 촬영장에 2~3차례 왔다고 했다. 너무 순박한 남자라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실제 현우에게 한마디도 제대로 못했다.

강하늘은 ‘재심’에서 그간의 순수하고 착한 이미지를 넘어 차가운 청년 모습까지 놀라운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그 분이 보낸 10년 세월, 나는 하루도 그런 삶을 살아보지 못했다. 내가 그 얘기를 끄내는 게 건방지고, 주제 넘어 보였다. 하필 현우가 상상속에서 택시기사를 해치는 장면을 재현하는 장면을 촬영할 때 오셨다.”

충무로가 믿고 보는 배우 강하늘은 2010년 ‘평양성‘부터 2011년 ‘너는 펫’, 2014년 ‘스물’ ‘순수의 시대’ ‘소녀괴담’, 2015년 ‘좋아해줘’ ‘동주’ ‘세시봉’ 등에 출연하며 쉼없이 달려왔다. ‘미생’ ‘달의 연인-보보경심려’ 등 출연한 드라마도 적지 않다. 그는 ‘미생’으로 대중스타가 됐고, 시인 윤동주를 재현한 ‘동주’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이번 작품의 현우역은 연기 변신은 아니다. 착한 애가 억울한 일을 당해 안타깝기만 했다. 하지만 저런 일을 저지를 수도 있는 캐릭터로 만들기 위해 불량스럽게 보이려고 했다. 머리도 장발인데 브릿지를 넣고, 문신도 여러 곳에 하고, 겉멋도 들게 했다.”

강하늘은 연기 변신이 아니라고 했지만 ‘현우’가 되기 위해 공을 들였다. 날카롭고 날이 서있는 느낌을 주기 위해 살을 빼며 다이어트를 했다. 그가 오토바이 타는 장면은 기억에 오래 남아있다. 허세를 부리며 지그재그로 타고, 달리는 오토바이에서 일회용 라이터를 켜는 모습도 보여준다.

강하늘은 미담의 아이콘이다. 착하다고 소문이 나있다. 촬영장에서는 항상 웃는다. 그는 “선하다기보기 보다는 긍정적인 사람이다”고 해명했다. 


“그런 이미지로 살려면 힘들지 않냐고 물어보는 사람들도 있는데, 나는 편안하게 살고 있다. 그렇게 착한 사람도 아니다. 가장 중요시 하는 건 예의다. 주변 사람들과 얼굴 찌푸리지 말자는 것인데, 착한 걸로 둔갑됐다. 착한 이미지에 대한 스트레스는 없다. 나로 살면 된다. 주변에 백명이 있건 천명이 있건.”

하지만 강하늘은 “사람을 나쁘게 보기 시작하면 그 사람은 진짜 나빠진다”고 말하고, 팔찌에 ‘내가 부여하는 의미 외에 어떤 의미도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일본어로 새겨놓을 걸 보면 착한 사람임이 분명하다.

그는 드라마 ‘달의 연인’에서는 8황자 왕욱 역을 맡았다. 아내는 죽을 병에 걸렸고,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아이유) 옆에는 다른 남자(이준기)가 있는 역이었다.

“그런 상황에 빠진 적은 없지만, 캐릭터는 충분히 이해됐다. 내가 이해한 만큼만 느낌으로 표현했다. 중간에 썸 타는 연기들이, 제 생각으로 가장 현실적이었다. 자기 감정을 숨기면서도 남에게는 다르게 드러낼때, 이런 알고리즘이 현실에서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이다.”

불확실과 싸우는 게 연기자의 숙명이라는 강하늘은 명상을 하며 마음을 다스린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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