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방정’ 웃음뒤 아픈 가족사김영철의 진한 페이소스…

코미디언 김영철<사진>의 가족사 공개가 사람들의 응원으로 이어지고 있다. 힘들었겠다는 공감과 힘내라는 응원, 그리고 지금처럼 계속 웃겨달라는 부탁을 함께 전하고 있다.

코미디언들은 자신의 아픈 가족사를 공개하길 꺼린다. 자칫 진지해질 수 있어서다. 진지해지면 코미디를 할 수 없다. 그래서인지 김영철도 그동안 가족사를 거의 알리지 않았다. 현 소속사 대표 프로듀서인 윤종신도 이를 몰랐다고 페이스북에 올렸다.


김영철은 기자에게 “감성팔이 하는 건 싫었다”면서 “대중에게 항상 밝은 사람으로 기억에 남고 싶었다”고 말했다. 오래된 일이지만 고교시절 1년 간격으로 엄마의 이혼과 교통사고로 친형을 잃은 사연은 본인에게는 적지 않은 아픔으로 남아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숨길 필요가 없다. 자연스러운 자리에서 말하면 된다. 토크 버스킹인 JTBC ‘말하는대로’는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좋은 자리다. 대중은 연예인이라고 해도 직업과 가정사를 구분할 줄 안다. 연예인도 힘든 건 힘들다고 해야 하는데, 이번에 김영철이 그런 부분을 자연스럽게 살짝 보여주었다.

사실 김영철도 가족사를 공개하려고 하지 않았다. 하지만 ‘말하는대로’ 작가와 워낙 친해 “오빠 힘든 점 없었어”라고 묻는 인터뷰가 자연스러웠고, “아버지와 친형이 돌아가셨다. 그래서 둘째 아이를 가져야 할지 고민이다”는 손병호 선배의 말을 듣고 용기를 얻었다.

김영철의 주무기는 밝음과 유쾌함, 촐싹거림, 잔망스러움, 깨방정(또는 입방정) 등이다. 그는 이것들을 개그에 십분 활용한다. 흉내 개그를 할 때 그의 표정을 보면 알 수 있다. 엄마의 긍정DNA를 물려받았다는 김영철은 가볍기만 한 웃음이 아니라 진하게 우려낸 웃음, 페이소스가 스며있음을 조금은 알게 됐다. 명랑 뒤에 스며있는 페이소스라고나 할까. 나이가 들어가며 그의 개그가 정서적 호소력을 점점 더 발휘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병기 선임기자/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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