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은 고구마 드라마가 아니다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SBS 월화 드라마 ‘피고인’은 얼핏 보면 답답하다.

딸과 아내를 죽인 살인자 누명을 쓴 박정우 검사(지성)의 누명이 언제 밝혀지냐고? 


이걸 공개하면 드라마는 끝난다. 그래서 고구마 드라마의 요소를 띠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주로 회마다 마지막에 하나씩 공개될 때마다 섬뜩할 정도다.  이는 고구마 부분을 상쇄하고도 남음이 있다.

김민석(이성규 역)이 지성 옆 집에 살았고, 지성의 딸 하연이를 유괴해 차 안에 태우고 있는 장면은 충격적이었다. 여기서도 반전이 있을지 알 수 없다.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 정의를 보여주는 과정 자체는 너무도 험난하고, 차민호 등 돈과 권력을 가진 자들의 방해공작은 굳건하기만 하다.

오히려 이런 점이 우리 사회의 실제 모습과도 오버랩되는 부분이 있어 더욱 현실적으로 느껴진다. 주인공 박정우가 기억이 잘 안 찾아지는 것도 마찬가지다. 시청자들은 답답하지만 현재적 정서를 건드리는 ‘피고인‘의 손을 들어주었다. 13일 방송된 ‘피고인’ 7회분 시청률은 20.9%(닐슨 코리아)를 기록했다.

면회실로 자신을 찾아온 이성규에게 박정우는 ‘네가 했다는 말이 무슨 소린 지, 그 노래를 어떻게 알고 있는 지’ 묻지만 성규는 “형이 죽을까 봐 그냥 해 본 말”이라면서 “그만 가봐야겠다. 금방 온다고 했다”라며 일어선다.

‘금방 온다고 했다’라는 성규의 말을 듣고 정우는 하연이가 바로 가까이 있음을 눈치채고, “하연이 여기 있지?”라고 울부짖고 성규는 놀라 도망간다.

정우는 “성규야… “라고 절규하며 수갑을 찬 채 면회실 복도를 달려 성규를 붙잡으려 하지만 쇠창살에 막혀 좌절한다. 겁에 질려 교도소 건물 밖으로 나간 성규는 자신의 차 시동을 걸고 출발할 준비를 마친다. 카메라는 옆자리의 노란 유치원 가방을 비춘 뒤, 뒷자리의 정우의 딸 하연의 해맑은 얼굴을 보여준다.

이렇게 전개하면 시청자는 드라마에 푹 빠질 수 밖에 없다. 소름이 돋는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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