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카의 연예시대] 여성 드라마작가들(1)

김정수
작가 김정수
김수현
작가 김수현

1990년, 2000년대 연예계를 주도하던 여배우들이 속속 컴백을 앞두고 있다. 고소영, 김희선, 김선아 등 흥행 보증수표라고 인정받으며 이름 값 톡톡히 하는 여배우들의 귀환에 시청자의 기대감도 한껏 부풀어 있다. 특히, 10년 만에 배우로 돌아오는 고소영은 2007년 영화 ‘언니가 간다’ 이후 작품 활동을 중단했고, 2010년 배우 장동건과 결혼한 이후에 2012년 예능 토크쇼 ‘힐링 캠프’에 나온 것 외에는 방송 출연조차 없었는데 2017년 2월 27일 KBS 2TV에서 첫 방송 되는 월화드라마 ‘완벽한 아내’로 컴백한다.

1993년 ‘엄마의 바다’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고소영의 오늘을 있게 한 사람은 이 드라마의 작가 김정수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전원일기’ ‘그대 그리고 나’를 집필했던 김정수 작가는 대한민국 드라마의 전설로 남아 있는 장수 농촌 드라마 ‘전원일기’ 로 스타작가의 대열에 올랐다.

내가 김 작가를 만나 인터뷰를 한 것은 중앙일보에서 발행했던 ‘영 레이디’ 라는 잡지에 ‘기획 기사- 여성 드라마 작가’라는 기사를 쓰기 위해서였다. 김 작가의 단아한 겉모습처럼 전혀 곁을 주지 않는 분이었고 인터뷰하는 동안 내내 긴장을 늦출 수가 없었다. 사실 그때 만난 여성 드라마 작가들은 거의 모두 나를 긴장시켰고 까칠한 성격이었던 것 같다. 그러나 그 중에서 박정란 작가, 이금림 작가를 인터뷰할 때는 무척 포근했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인지 두 작가가 집필한 드라마는 따뜻하고 착한 드라마들이 대부분이었다.

대한민국의 드라마를 논하려면 ‘언어의 마술사’, ‘흥행 보증수표’라 불리는 김수현 작가를 빼놓고는 말할 수 없다. 당시 김수현 작가의 아성은 그 누구도 위협할 수 없을 만큼 대단했고 ‘김수현 사단’ 이라는 말이 생겼을 만큼 연예인들은 그녀의 드라마에 출연하고 나면 스타가 됐다. 이렇듯 드라마의 성공 여부는 작가의 이름값으로 좌지우지 되기도 했는데 시청률을 움직이는 연령층은 30대 여성들이고 그녀들의 마음을 가장 잘 아는 것이 바로 여성 작가들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금림
작가 이금림
작가 박정란<YONHAP NO-0809>
작가 박정란

여성작가들의 장점은 디테일한 묘사에 뛰어나고 감각적인 대사를 잘 써낸다는 것인데 한 방송사 PD는 “남성 작가들이 딱히 선이 굵은 것도 아니고, 스케일이 큰 것도 아니다. 여성 시청자들 마음에 들려고 무척 노력하지만, 기본적으로 안된다”라고까지 말한다. 인기 여성작가들이 총출동한 요사이 한국방송사 간의 드라마 경쟁은 정말 볼 만한 싸움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한편 걱정스러운 것은 이런 ‘피 말리는 싸움’이 여성 작가 개개인에 대한 평가로 돌아가면서 또다시 ‘여성’ 작가들의 한계를 강조하는 쪽으로 재론될 수도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어쨌든 그동안 방영되었던 수많은 드라마 중에서 MBC-TV의 ‘천번의 입맞춤’, SBS-TV의 ‘천일의 약속’, ‘내일이 오면’, KBS-TV ‘복희 누나’ 를 집필하는 작가들은 80년대 초부터 오늘날까지 드라마 시청률을 좌지우지 하는 관록 있는 작가들이다.

특히 지난 2011년 SBS-TV를 통해 방영된 ‘천일의 약속’은 김수현 작가의 저력을 보여줬다. 소녀 가장으로 불운한 삶을 살아 온 여자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제는 알츠하이머 (퇴행성 뇌질환)에 걸려 기억을 잃어가는데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난 약혼녀까지 있는 남자와 사랑을 한다. 집안의 반대와 여자의 병이 가져올 파국은 더 들여다보지 않아도 뻔한, 언뜻보면 전형적인 신파극같은 이야기인데도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야기 설정만 보면 ‘막장’이라 욕을 먹는 다른 방송 드라마들과 크게 다를 바 없었지만 김수현 드라마를 아무도 막장으로 부르지 않고 항상 높은 기대치로 평가하는 것은 완성도 높은 대본으로 ‘뻔한 멜로’를 기품 있게 만드는 그녀만의 능력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최고의 예우를 받는 스타작가로 꼽히고 있는데 얼마 전 방송가에 ‘백지수표를 받은 스타 작가가 탄생했다’는 말이 나돌아 ‘김수현의 아성도 무너지고 마는 거 아냐’ ‘스타작가 판도에 큰 변화를 초래할 것이다’등의 소문이 났다. 그 이후 김수현 작가가 집필한 ‘그래 그런 거야(2016년 2월~8월까지 방영되었던 SBS-TV의 주말 드라마)’가 예상했던 시청률을 기록하지 못했으며 사람들이 ‘이제 김수현도 별 수 없나?’라고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만들었다.<계속>

엘리카 박

엘리카 박(Elika Park·한국명 희성)씨는

1982년 ‘영 11′이라는 MBC-TV 쇼 프로그램 구성작가로 데뷔. 방송작가 생활을 하며 여러 매체에 ‘자유기고가’로 연예 관련 칼럼과 뒷얘기를 썼다.1990년대 후반 LA에 정착한 후에도 이벤트회사를 운영하며 프리랜서로 집필활동 중이다. 서울예대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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