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국제영화제’에서 한국 배우가 여우주연상을 받은 것은 2007년 전도연이 이창동 감독의 ‘밀양’으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이후 10년만이다.
김민희가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작품은 홍상수 감독의 ‘밤의 해변에서 혼자’다. 국내에서는 다음달 개봉 예정이다.
홍상수 감독의 그의 19번째 장편영화인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유부남인 영화감독 상원과의 관계로 인해 모든 걸 잃은 여배우 영희의 이야기다.
두 사람은 실제 지난해 6월부터 불륜설에 휩싸여 있었으니 실제 자신들의 이야기를 영화로 옮긴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올만하다.
김민희는 수상소감에서 “누군가에게는 이 영화가 가슴에 깊은 울림을 줄 것이라 생각한다”라면서 “이렇게 아름다운 영화를 만들어준 홍상수 감독에게 고맙다. 그리고 존경하고 사랑한다”는 말을 남겼다.
김민희가 홍상수 감독 영화의 주연을 맡은 건 2015년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에 이어 이번이 두번째다.
김민희의 이번 수상은 베를린이 홍상수 감독의 영화세계를 인정한 결과이기도 하다. 홍 감독은 ‘밤과 낮’(2008)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2013) 이후 세 번째로 베를린 영화제에 도전했다.
수상하는 데 거의 10년이 걸렸지만 지식인의 속물스러움과 허위의식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홍상수 감독의 작품세계와 ‘밤의 해변에 혼자’에서 호연을 펼친 김민희에게 관심이 갖게됐다는 것이다. 지식인의 속물근성을 파헤치는 홍 감독의 작품세계는 차이와 반복으로 표현될 정도로 일관돼 있다.
홍상수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좋은 영화란 새로운 감각을 일깨워주고 나의 사고방식을 변화시키는 영화”라고 한 적이 있다. 홍 감독은 영화를 통해 자기 이야기를 하고, 그걸 세상에 평가받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베를린 영화제의 수상은 이의 중간평가 같은 것이다.
홍상수 감독은 1996년 현대인의 피폐한 일상을 보여준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을 시작으로 대학강사, 영화감독, 화가, 소설가 지망생 등 자신을 포함한 소위 ‘먹물’들의 허위의식을 폭로해왔다. “아닌 척 하고 폼 잡고 있지만 결코 별 것 아냐”라고 그들의 위선적 욕망을 휘저어버린다.
앞으로 김민희와 홍상수는 어떤 영화인생을 살 것인가? 이번 시상식에서 두 사람은 손을 잡고 있었고, 커플링 같은 반지를 나눠 끼고 있었다.
김민희는 수상 이후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상업적인 영화를 하는 것이 내게 큰 의미는 없다”고 말했다.
이 말은 아마 김민희가 제작비가 적게 들고 매우 빠르게 찍는 독립영화 방식의 홍상수 감독 영화 제작에 계속 참가할 것이라는 말의 우회적 표현일 것 같다.
사회적 인간으로서 그들의 불륜을 지지하지는 못하지만, 영화감독과 배우로서 그들의 자유로운 작품은 기대가 된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