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카의 연예시대]
그때 그 시절 안방극장 사로잡은 여성 드라마 작가들 ②
![1995년-모래시계](http://heraldk.com/wp-content/uploads/2017/02/2017022401000094300003586.jpg) |
송지나 작가를 유명하게 만든 드라마 ‘모래시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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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나](http://heraldk.com/wp-content/uploads/2017/02/2017022401000094300003582.jpg) |
‘모래시계’ ‘태왕사신기’의 작가 송지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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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방송작가로 활동할 당시엔 김수현 작가를 사실 만나지 못했다. 인터뷰를 위해 댁으로 전화를 했는데 “아유…! 나는 여편네들 쭈~욱 줄 서서 나오는데 나가기 싫어요…. 나중에 봐요….”라며 사양하는 바람에 그후로는 다시 연락도 못 하고 말았다.
2011년부터 2012년까지 KBS2 TV소설 ‘복희 누나’를 집필했던 이금림 작가는 드라마 제작 발표회 때 재미만 추구하는 드라마의 막장코드에 대해 “시청자들이 드라마에 재미와 감동을 원하지만 요즘 드라마들은 감동은 놓치고 재미에만 치중하고 있다”라고 일침을 가하며 “복희 누나는 아침드라마의 문제점들이 회자되고 있던 참에 그런 것들을 모두 불식시키고 아침드라마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시도해보자는 KBS의 요청으로 집필하고 있다”라고 일갈했다. 아울어 “복희 누나는 드라마의 재미보다 감동에 포커스를 두고 있다. 앞서 말한 드라마의 패러다임은 드라마로서의 감동이다. 요즘은 드라마보다 다큐멘터리가 더 감동적이다. 그 이유는 삶의 진정성 때문이다. 인간의 밑바닥에 흐르는 진정성을 짚어준다면 충분한 감동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드라마 집필의도를 설명했었다.
그의 소신대로 이어져 가는 ‘복희 누나’를 보면서 나는 모처럼 따뜻한 인간관계와 마음을 나누는 삶을 드라마로 보았었던 기억이
![박리미](http://heraldk.com/wp-content/uploads/2017/02/2017022401000094300003585.jpg) |
‘사랑이 꽃 피는 나무’의 박리미 작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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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다. 이금림 작가는 내가 취재했을 당시 ‘고교생 일기’(1983년~1986방송)라는 드라마로 세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시원스레 정원이 보이는 작가의 스위트 홈에서 인터뷰를 하였는데 교사출신답게 조근 조근 설명 하듯이 이야기를 하던 그 분을 나는 30년이 지난 지금까지 잊지 못한다. 당시 50대인 나이인데도 소녀처럼 매우 감상적인 성품이었고 지금으로 말하면 ‘아들 바보’라 할 수 있을 만큼 아들을 너무나 사랑했으며 글을 쓰기 위해 혼자 지내기 일쑤여서 매일 볼 수 없는 아들이 너무나 그립다고 했다.
![사랑이꽃피는나무-이미지](http://heraldk.com/wp-content/uploads/2017/02/2017022401000094300003587.jpg) |
박리미 작가의 히트작 ‘사랑이 꽃피는 나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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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잠깐, 여성 작가들은 대부분 혼자 지내면서 집필을 하고 있었는데 이혼이 대부분의 이유였지만 이금림 작가는 글을 쓰기 위해 혼자 지내는 집이 있었고 박정란 작가의 남편 분은 외항선 선장이었으며 김정수 작가의 남편은 지방에서 교수님으로 재직 중이라 했다. 물론 김수현 작가는 외동딸과 함께 산다는 것 말고는 사생활이 공개된 적이 없으니 더 자세한 사항은 알 수 없었다.
![주찬옥](http://heraldk.com/wp-content/uploads/2017/02/2017022401000094300003583.jpg) |
‘여자는 무엇으로 사는가’의 드라마작가 주찬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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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하튼 작가라는 직업은 예나 지금이나 피를 말리며 작품 하나 완성하는 것이 마치 아이 하나 낳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말들을 하는데 이렇게 혼자 지내면서 작업을 해야 하는 걸 보면 이 말이 딱 맞는 것 같다. 2015년부터 2016년에 걸쳐 MBC 일일 드라마 ‘아름다운 당신’을 집필했던 박정란 작가는 1984년 ‘딸이 더 좋아’라는 드라마를 집필하면서 유명해졌고 거의 모든 드라마 상에
![양인자](http://heraldk.com/wp-content/uploads/2017/02/2017022401000094300003584.jpg) |
‘청춘일기’의 양인자 작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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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좀처럼 악역을 찾아 볼 수 없었는데 그녀 작품의 성향에 잘 나타나 있듯이 화 한번 내지 않을 법한 선한 성품의 소유자다.
‘두려움 없는 사랑’, ‘못잊어’ 등의 드라마를 집필한 홍승연 작가는 딸 하나를 키우며 살고 있었는데 작품은 언제나 인기를 누렸지만 그분의 인품에 대해서는 노 코멘트다. 이외에 요즘은 작사가로 활동을 더 많이 하고 있는 ‘금남의 집’, ‘청춘 일기’ 등의 양인자 작가, ‘사랑이 꽃 피는 나무’의 박리미 작가 등은 인상에 별로 새겨지지 않았다.
당시 젊은 작가로 주목을 받던 ‘여명의 눈동자’, ‘모래시계’, ‘태왕 사신기’로 유명한 송지나 작가와 ‘여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남자를 믿었네’를 집필한 주찬옥 작가 두 사람은 잘 알고 지냈다. 주찬옥 작가는 교양 프로 작가를 하다가 MBC 베스트 셀러 극장 ‘매혹’으로 드라마 작가가 되었고 송지나 작가는 대학 4학년 때 MBC 라디오 ‘별이 빛나는 밤에’구성작가를 하고 있을 때, 내가 보조 작가로 아르바이트를 할 때 처음 만났다.
1982년에 내가 ‘영11′이라는 쇼 프로의 TV구성 작가로 데뷔했을 때, 이미 송지나 작가는 ‘호랑이 선생님’을 집필하기 시작한 드라마 작가가 되었다. 송지나 작가는 아니, 지나 언니는 드라마 역사에 길이 남을 만한 인기드라마를 집필한 유명 작가이기 이전에 부모에게 효녀였고 동생들에게 헌신적인 언니였으며 하나뿐인 아들과는 친구처럼 지내는 엄마이고 만나는 사람들에게는 상냥한 미소를 건네는 선한 성품을 지닌, 이 시대의 진정한 스타 작가라 생각된다. 보고 싶네요,지나언니~!
●엘리카 박(Elika Park·한국명 희성)씨는
1982년 ‘영 11′이라는 MBC-TV 쇼 프로그램 구성작가로 데뷔. 방송작가 생활을 하며 여러 매체에 ‘자유기고가’로 연예 관련 칼럼과 뒷얘기를 썼다.1990년대 후반 LA에 정착한 후에도 이벤트회사를 운영하며 프리랜서로 집필활동 중이다. 서울예대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