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초긴장…“中 3대 수출국이 한국” 냉정해져야

현대차, 신차 출시 지연 등 상황 우려
삼성, 미전실 해체속 보복 현실화 대응 부심
소비재 비중 높은 기업들도 초긴장

국방부와 롯데 간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부지관련 계약이 마무리되면서 중국이 한국기업에 대한 압박과 보복수위가 한층 고조되고 있다. 롯데 뿐 아니라 한국산 자동차 및 소비재를 중심으로 불매운동을 확산해 나가겠다는 협박이 나오면서 글로벌 대기업들은 긴장속에 상황진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環球時報)의 영문판 ‘글로벌 타임스’는 1일 사설을 통해 “한중 갈등이 가속하고 있어 삼성, 현대 등도 조만간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며 “롯데그룹 외 나머지 유명 한국 유통업체들도 중국 소비자들의 제재를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롯데 뿐 아니라 삼성, 현대차 등 특정기업을 지명하면서 불매 운동 등 보복대상이 될 수 있다고 위협한 것이다.

현대차는 사드갈등에 의한 일련의 상황에 긴장감을 놓지 못하고 있다. 중국은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이면서 공장판매 기준 현대차 한해 판매량 중 23%(2016년 기준)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간접적인 영향이긴 하지만 사드 갈등에 현대차 신차 출시까지 지연되는 상황도 나타나고 있다. 현대차 중국 합작법인 베이징현대차는 4월 중국 시장에 선보이려던 쏘나타 플러그인하이브리드카(PHEV) 출시 시점을 내년 2월로 미뤘다. 하지만 현대차의 경우 중국 현지 기업과 50대 50으로 합작해 사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직접적인 규제까지 받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따른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차와 합작한 현지 업체들도 영향을 받기 때문에 중국이 현대차를 직접 규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의 경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상태인데다 미래전략실이 해체된 상황에서 사드 보복이 가시화 될 경우를 우려하고 있다. 중국의 불매운동이 가전 스마트폰 등으로 확산될 경우 피해가 가시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은 당장 불매 운동 등 압박이 현실화되지 않겠지만, 경영 공백 상태에서 보복이 나타날 경우를 우려해 대비책 마련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업종별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최근 2~3년 한류바람으로 중국 소비재 수출 비중이 높은 기업들은 비상이 걸렸고, 중간재 위주로 중국 수출을 확대했던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담담한 표정이다.

중국에 각종 화학, 석유 제품을 수출하고, 또 최근 중국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는 유화 업계는 예의 주시 중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고 있다”며 “예의주시 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우리가 만든 화학 제품이 자국 내 완제품 생산에 필수인 유화 제품 특성상 직접적인 수입중단 같은 조치나 징조는 없지만, 사드를 자국 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보호무역 방패막으로 쓰겠다는 의중을 경계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화 제품에 대한 중국 당국의 규제나 보복 조치는 아직까지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부터 중국 정부의 오락가락 정책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리튬 이온 배터리 업계도 마찬가지다. 중국 정부는 인허가 규정을 또 바꾸며 현지 공장 증설에 나설경우 허가를 내줄 수 있다는 입장을 전하고 있지만, 우리 기업들은 현지 생산 시설 가동률을 20% 선까지 떨어뜨린데 이어, 중국 내 공장 증설 대신 미국과 유럽 등 전통의 소비지 직접 진출로 방향을 돌리고 있다. 또 중국 기업들이 최고의 구매자이자, 또 경쟁사이기도 한 전자 업계도 마찬가지다. 국내 전자업체 한 관계자는 “가뜩이나 중국 장사가 잘 안돼 걱정인데, 외교 문제까지 추가돼 안팎으로 매우 혼란스럽다”며 “롯데에 대한 중국의 사드 보복과 관련 관심있게 예의주시 하고 있는 정도”라고 전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아직 현지에서 별다른 반응은 없다”고 무덤덤한 반응을 보였다.

재계 한 관계자는 “중국의 외형만 가지고 사드 압박에 대해 중국 입장에서 지나치게 우려하는 국내 여론도 큰 문제”라며 “트럼프 등장 이후 거세지는 미국의 중국 압박, 보호무역 중심의 중국 시장 특성 등 여러 변수를 감안해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냉정한 분석과 접근을 당부했다.

실제 2014년 기준 우리의 대중 수출은 중간재가 약 80%를 차지한다. 반면 소비재는 4%, 70억 달러에 불과하다. 중국 전체 소비재 시장에서 우리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FOB 기준)도 0.17% 수준에 불과하다.

중국에서 팔리는 한국산 소비재는 승용차와 필름이나 관, 포장용기 같은 플라스틱 제품이 대부분이다. 최근 한류 영향으로 중국 내 소비가 늘고 있는 한국산 화장품과, 고급 한국산 냉장고와 전자기기는 약 2억 달러 내외의 수출액을 기록했다.

반면 중국의 대 한국 소비재 수출액은 200억 달러를 넘는다. 중국산 김치부터 채소류, 어류 및 자잘한 저가 소비재가 대부분이다. 중국의 대 한국 소비재 무역수지는 2015년에만 122억 달러를 기록했다. 중국의 3대 수출시장이 한국인 이유다. 심지어 중국을 찾는 한국인 숫자도 지난 1월에만 70만명을 넘었다. 반면 이 기간 우리나라에 들어온 중국인 입국자는 56만명에 불과했다.

중국이 한국기업에 대한 보복을 언급했지만, 실상은 한중 무역전쟁으로 중국의 김치공장과 배추 재배 농민들이 입을 피해가 몇 배는 클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 우리 정부도 최근들어 중국의 불법 어획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또 중국인들에 대한 채류 비자 발급 건수를 대폭 줄이는 등 조용히 조치를 취하고 있다. 

박도제ㆍ최정호 기자/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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