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 리정철 기소? 추방?

北배후설 규명 갈림길

북한국적 용의자 리정철(47)을 어찌 할까. 말레이시아 경찰이 고민에 빠졌다. 김정남 암살사건 연루 혐의로 체포한 리정철의 기소 여부를 두고서다.

리정철은 경찰이 이번 사건과 관련해 신병을 확보한 유일한 북한국적 용의자다. 북한 배후설을 밝힐 수 있는 ‘키 맨’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범행에 관여한 증거가 크게 드러나지 않고 있다. 기소 대신 추방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2일 말레이시아 수사당국에 따르면 김정남 지난달 17일 체포된 리정철의 구금 기간은 3일 만료된다. 이날까지 기소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경찰은 인도네시아 국적의 시티 아이샤(25)와 베트남 국적의 도안 티 흐엉(29) 등 김정남 암살을 실행한 2명의 외국인 여성은 살인혐의로 이미 기소했다. 김정남 피살 과정이 담긴 폐쇄회로TV 영상과 김정남의 시신에서 검출된 VX 등이 확실한 증거가 됐다.

그러나 리정철의 경우 범행에 직접 개입한 증거가 공개되지 않았다. 자신의 차량을 이용해 범행 당일 평양으로 도주한 북한 국적 용의자 4명을 도와준 것이 전부다. 당시 공항 CCTV에는 달아난 4명의 용의자가 리정철의 차량을 이용하는 장면이 찍혔지만, 리정철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차량이 사라졌을 뿐이라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다만, 약학과 화학 전문가인 그는 현지 건강보조식품업체 ‘톰보 엔터프라이즈 SDN’에서 일하지 않으면서도 서류상으로는 IT부문 직원으로 취업해 이민법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난 상태다.

따라서 경찰이 김정남 살해 범행 공모 또는 지시 혐의를 입증하지 못하면 구금 기간 만료와 함께 풀려나거나 이민법 위반으로 추방될 가능성은 있다.

현지언론에서도 그가 기소되지 않고 풀려날 것이라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문재연 기자/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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