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 있을 때 대비를”…두산重, 가스터빈 R&D 공격투자

연구개발비 3000억대 쏟아부어
10년간 3조6000억 수입대체 효과

두산중공업이 가스터빈 관련 대규모 연구개발(R&D)을 위해 자금 확보에 나섰다. 신주를 인수할 수 있는 권한이 부여된 회사채(BW)를 발행하면서다. 의문도 따라 붙는다. 왜 지금이냐다. 두산중공업 측은 ‘미래 사업’을 준비해야 할 적기이고, 회사에 여력이 생겼으며, 마침 자금 시장에도 유동성이 확보됐기 때문이라 설명했다.

두산중공업이 최근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해 확보하겠다고 밝힌 자금 규모는 모두 5000억원이다. 두산중공업은 확보한 자금 가운데 3200억원을 가스터빈 연구개발에 사용키로 했다. 가스터빈 사업은 지난 2014년 국책연구과제로 선정된 이후 오는 2019년 상용화를 목표로 연구개발이 진행중이다.

두산중공업은 한동안 일본 미쓰비시 면허를 받아 가스터빈을 생산 해왔으나 기술 이전 등 벽이 높아 지금은 중단한 상태다. 가스터빈 시장의 진입장벽이 높은 것은 군사적 활용가치가 높은 산업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GE등 전세계에서 단 4곳만이 가스터빈 원천기술을 확보한 상태다.

아직은 한국이 가스터빈 분야에서 거둔 성과는 미미하다. 발전사들과 정부까지 나서서 국책과제로 가스터빈을 꼽았지만, 대부분 한국에서 발전용으로 사용되는 가스터빈은 모두 외산이다. 특히 최근 LNG발전 비중이 30%를 넘어서면서 가스터빈 발주가 늘어났고 이에 따른 혜택도 해외 메이저 가스터빈 생산업체들에 모두 돌아갔다. 두산중공업이 오는 2019년 개발을 목표로 하는 발전효율 40% 가스터빈 생산 역시 외산 업체들에 비하면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GE의 경우 2014년에 이미 발전효율 60%이상인 3세대 제품을 선보인 바 있다.

그럼에도 두산중공업측이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어 연구개발에 나선 것은 가스터빈 시장의 성장성이 가파르기 때문이다. 대형 가스터빈이 상용화되면 향후 10년간 3조6000억원대의 수입 대체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된다. 수출 증대 효과 역시 5조원 규모에 이른다. 전세계 발전소 가스터빈 시장은 연간 18조원 가량이고, 향후 기후변화 협약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량이 제한될 경우 가스터빈 시장은 더 빠르게 성장할 전망이다.

두산그룹 계열사들의 실적 호전도 공격적 투자를 가능케 한 배경이다. 지난해 (주)두산은 영업이익 9172억원, 당기순이익 504억원을 기록하며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

지난 2015년 1조700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그룹 전체가 ‘위기’에 빠졌던 것과 비교하면 상황이 크게 호전 된 것이다. 두산중공업도 올해 수주목표를 10조6000억원으로 잡고 수주전에 가세하고 있다. 여기에 대규모 SOC 투자를 약속한 미국 트럼프 정부의 공언도 있어, 두산밥캣의 실적 호전도 기대된다.

지난해 11월 한국 정부가 발표한 ‘부동산 대책’도 두산중공업이 BW를 발행키로 한 배경이다. 대책 전 부동산으로 집중되던 자금이 금융권으로 흘러들 공산이 커졌고, 이 때문에 BW 발행에 따를 수 있는 위험 요소도 낮아졌다는 설명이다. 

홍석희 기자/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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