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극적 마무리…‘한끼줍쇼’ 승자는 위대한 시민

-한끼줍쇼 역대 최고시청률 5.586% 기염
-김영철 “최고 시청률 찍어드릴게” 공언했지만…
-박수도 짝이 맞아야 소리나는 법
-각본 없는 드라마 주인공은 언제나 시민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이번에도 ‘한끼줍쇼’는 시청자들을 울렸다.

‘과연 될까’하며 조마조마하게 지켜보던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터뜨린 장본인은 목소리 큰 강호동도, 노련한 이경규도 아니었다.

그 주인공은 소박하지만 하루하루를 묵묵히 사는 위대한 시민이었다.

지난 1일 방송된 ‘한끼줍쇼’는 시청률 5.586%(닐슨코리아, 전국유료방송가구 기준)의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날 게스트로 나온 개그맨 김영철이 “역대 최고시청률 찍어드릴게요”라고 공언하긴 했지만, 김영철 효과로 보기엔 문을 열어준 시민들의 공헌도가 너무나 컸다.

[사진=JTBC ‘한끼줍쇼’ 캡처]

성남시 분당구 백현동에서 녹화된 이번 방송에서 이경규-김영철 조와 강호동-이상민 조는 제각각 방문한 집에 최적의 ‘한끼’ 손님이었다.

일부러 짤 수도 없는 ‘오프된’ 상황에서 우연히 최고의 퍼즐이 맞춰졌다.

▶예상하지도, 의도하지도 않은 최고의 퍼즐=이경규와 김영철이 방문한 가정에서는 아들이 영어과외를 받는 중이었다.

‘영어 개그의 달인’ 김영철은 쌓아놨던 영어실력을 유감없이 터뜨렸다.

식사 후 가족들과 가진 유흥의 자리에서 ‘하춘화’로 변신한 김영철을 온 마음으로 받아들인 사람은 뜻밖에도 영어공부하던 준형이의 외할머니였다.

김영철의 하춘화 모창에 어깨를 들썩이던 외할머니가 마무리 부분을 받아 한 소절을 직접 불렀을 때 ‘한끼줍쇼’는 최고의 예능이었다.

나중에 “하춘화 노래 가사를 모두 외우고 있다”는 할머니의 한 마디는 시청자들을 전율케 했다. 일부러 섭외해도 안되고 섭외할 수도 없는 ‘한끼줍쇼’의 기획의도에 단순히 따른 데서 나온 천운같은 결과였다.


천운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밤 8시까지 실패하면 미션이 종료되는 상황. 강호동과 이상민이 약 5분여를 남겨두고 백현동의 한 상가주택 입성에 성공하는 장면은 또 다른 천운의 서막이었다.

어머니가 아들 저녁식사를 챙겨주러 왔다가 마주친 강호동과 이상민은 기적적으로 ‘한끼’를 허락받는다.

이 집 벨은 고장이 나 있었다. 벨을 눌러 한끼를 구걸해야 하는 두 사람에게 불가능에 가까운 미션이었다. 더구나 시간은 10분도 남지 않은 상황.

그런데 집으로 들어서는 주인(준형이 엄마)을 우연히 만났다. 일종의 기적 같았다.

집으로 들어서자 더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중학생인 아들 혼자서 저녁을 먹기 위해 비빔밥을 만들고 있었다.

냉장고에는 먹을 게 거의 없었다. 어머니는 급히 계란 후라이를 만들어 아들 포함 세 명분의 비빔밤을 뚝딱 내놨다.

▶‘한끼줍쇼’가 매번 기적을 만드는 법=시청자들은 대접할 게 없는 상황에서 대담하게 문을 열어준 주인의 ‘멘탈’에 잠시 당황했다.

그러나 내공이 없지는 않았다. 두런두런 이어지는 대화 속에 시청자들은 조금씩 편해졌다.

분위기 반전은 남편과의 통화였다. 아웅다웅 철천지 원수같은 부부의 모습을 예상한 시청자들에게 달달한 부부의 대화는 새로운 감흥을 줬다.

사랑 가득한 소시민의 일상이 얼마나 행복한 지를 보여줬다.

말없이 부부와 아들간의 따뜻한 대화를 지켜보던 이상민이 눈물을 보였다. 시청자들도 따라 울었다.

잘 알려진 이유로 가정을 꾸리지 못한 이상민은 “횡단보도를 건널 때 문득 저 건너편 사람들은 어떻게 살까 궁금할 때가 있다”며 “지금 이 순간 바로 그 건너편에 와 있는 것 아니냐”며 깨달음을 전했다.

그는 눈 앞에서 펼쳐진 부부와 자식간의 따뜻한 대화를 정말 부럽게 바라봤다.

‘한끼줍쇼’는 언제나 제작진이 의도치 않은 반전 드라마를 쓴다. 바로 그 점이 ‘한끼줍쇼’의 킬링 포인트다.

‘한끼줍쇼’의 진정성은 짜여진 각본을 배제한 채 다수 시민들의 일상으로 그냥 뛰어드는 데 있다. 성공이냐, 실패냐는 시민들이 판가름한다.

그런데 매번 ‘안될 듯, 안될 듯’ 하면서도 기막힌 감동 스토리가 쓰여지는 것을 보면 제작자들의 노력에 ‘천운’마저 더해지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영화 ‘명량’에서 이순신 장군은 명량해전의 승리비결을 천운이라고 했다. 여기서 보듯이 천운은 단순한 행운은 아닌 것 같다.

‘진인사대천명(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을 다 하고 하늘의 뜻을 기다림)’의 자세로 임한 뒤 그 결과는 하늘만이 안다.

첫 방송부터 지금까지 이런 자세를 담담히 유지해 온 ‘한끼줍쇼’는 매번 겸손한 기적을 일으킨다.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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