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걸그룹이 여자친구형이냐, 트와이스형이냐를 묻는 건 이 두 그룹이 가장 먼저 자신의 정체성을 인정받아 인지도를 높였기 때문이다. 여자친구는 ‘파워청순’이고, 트와이스는 ‘앙증청순’이다.
그런데 걸그룹 여자친구가 달라졌다. 네 번째 미니앨범 ‘디 어웨이크닝’의 타이틀곡 ‘핑거팁’은 기존 학교 3부작과 첫 정규앨범 ‘너 그리고 나’와는 많이 다르다. 그래서 반갑다.
SBS ‘인기가요’ 등을 통해 공개된 ‘핑거팁’은 이전의 히트 곡보다 더 강력하고 활기찬 사운드를 채우면서 한층 펑키해진 스타일링으로 분위기를 바꿨다.
‘파워청순’에서 ‘파워시크’로의 전환이다. 팀 리더인 소원은 “새로 데뷔한다는 마음으로 불렀다”고 전했다.
여자친구의 연관 키워드는 제이팝, AKB48, SES, 소녀시대, ‘꽈당’ 직캠, 중소기획사의 승리 등이다. ‘유리구슬’에서 시작해 ‘오늘부터 우리는’ ‘시간을 달려서’ 등 학교 3부작과 ‘너 그리고 나’는 소녀 감성이라는 일관된 분위기의 틀안에서 성장하는 모양새였다.
여자친구는 제이팝 스타일에 청순한 걸그룹 선배, 예컨대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 분위기에서 출발했지만, 갈수록 여자친구만의 매력과 정체성을 다져나갔다. 그래서인지 골수 팬덤보다는 일반 팬덤이 더 많은 걸그룹이 됐다.
특히 파워풀한 칼각 퍼포먼스는 여느 걸그룹에서는 보기 힘든 빡센 안무로 여자친구만의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여자친구의 춤을 보면 쉽게 만들어낸 하늘하늘한 청순이 아니라고 말하는 듯하다. 이번 ‘핑거팁’에서도 여자친구의 역동적인 안무가 노래에 잘 스며든다.
‘핑거팁’은 펑키한 디스코 장르에 여자친구 스타일의 락 사운드를 가미한 댄스곡이다.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조종하는’ 당차고 주체적인 소녀들의 사랑방식을 표현해낸 노래이다.이번에는 메인보컬 유주에 대한 의존도도 많이 줄어들었다.
여자친구는 음악적 변신의 타이밍을 잘 잡은 것 같다. 이번에도 학교 3부작의 연장선 같은 음악을 내놓았다면 이미지 소모라는 측면에서 칭찬을 받기 힘들었을 것이다.
이번이 막내 멤버들이 여고생 교복을 벗고 모두 성인이 된 만큼 변신 타이밍으로서 적기일 수 있다. 다소 위험부담이 있지만, 미래 지향적인 걸그룹으로서의 가치는 더욱 올라가게 되니까.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