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알’(그것이 알고싶다) 소재를 B급 코미디로 풀어낸 도봉순의 힘

연쇄납치사건 네번째 희생자
엽기 호러물같은 공포감도…
‘가녀린 괴력’ 박보영의 매력
악인 물리칠 때 카타르시스도

JTBC 금토드라마 ‘힘쎈여자 도봉순’이 괴력을 발휘하고 있다. 두 자리수를 눈앞에 두고 있는 시청률이 어디까지 갈지도 관심거리다. 여성만을 대상으로 하는 범죄라는 사회적으로 심각하고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풀어가는 방식은 B급 코미디다.

보여주는 화면이 엽기 호러물일 정도로 공포스러울 때도 있고 여성 연쇄납치사건의 4번째 희생자가 발생하자 공개수사로 전환될 정도로 사회적으로 심각 한 사안을 다루지만, 코믹 감성을 잃지 않는다.

코믹 감성은 틀니 분리 연기를 하는 용역깡패 김원해의 과장 연기를 봐도 알 수 있고, 박형식 집에 침입했다가 박보영에게 잡힌 두 남자 조폭이 합방부적이 들어가 있는 이불을 깔고 자다 계속 사랑 모드가 돼 있는 것에서도 알 수 있다.

무거운 주제를 B급 코미디로 풀어낸 드라마 ‘힘쎈여자 도봉순’이 시청자의 관심 속에 두 자리수 시청률을 눈앞에 두고 있다. 사진은 드라마 속 한 장면.

소시오패스가 등장하는 등 사회적 분노를 유발시키는 범죄를 심각한 A급으로 풀어가면 ‘그것이 알고싶다’와 별 다를 게 없다. 이런 건 뉴스나 다큐물에서 많이 봤다. 표현의 자유가 드라마보다 더 많은 영화도 이런 내용을 독하게 풀어나가는 장르물들이 많다. 보는 게 힘들 때도 있다. ‘힘쎈여자 도봉순’의 스토리는 이런 무거운 주제를 심각하지 않게 풀어나간다.

귀엽고 예쁘고 가녀린 박보영의 ‘순수 괴력녀’라는 도봉순 캐릭터의 성격은 여기에 잘 부합된다. 작은 체구의 박보영이 악인들을 괴력으로 물리칠 때마다 통쾌함과 카타르시스를 안겨준다.

물론 비중이 높아진 조폭, 범죄라는 어두운 세계의 완급 조절이 필요하다. 시청자들이 ‘뽀블리’(박보영 러블리)로서의 박보영의 사랑스러움과 잘 생기고 귀여우면서 연기도 잘하는 박형식의 매력에 더 많이 빠져있다.

시청자들이 귀엽고 능청스러운 모습이 버무려진 박보영과, 설렘이 동반되는 박보영과 4차원 자뻑남 박형식간의 멜로 케미, 이제는 츤데레 형사 인국두(지수)까지 가세한 삼각멜로에 빠져들면서 스토리는 조금씩 진행된다. 시청자들이 박보영과 박형식을 보면서 하는 말이 있다. “애들이 왜 이렇게 이쁘고 귀엽냐” 그러면서 시청률도 회마다 1~2%씩 상승해, 어느새 두자리수를 목전에 두고 있다.

박보영(도봉순)은 지난 17일 기자간담회에서 “이미지 소비는 제가 해결해야 될 부분이다. 앞으로 제가 해나가면서 해결해야할 커다란 산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지만, 아직은 너무 귀여워서 볼 맛이 난다. ‘뽀블리’라는 이미지가 그녀에게는 독보적인 매력자본이고, 시청자에게는 즐겁게 볼 수 있는 요소다.

박보영은 남녀노소가 좋아하는 귀여움이 있다. 멜로는 물론이고 미스터리, 코믹도 된다. 박보영은 웃기지 않아도 코믹이 된다. 가령, 17일 방송된 7회에서 박보영은 안민혁(박형식)을 공격하기 위해 칩입한 두 괴한을 프라이팬 한 방으로 잡아 묶어놓고 밥을 주는데, 이 자체로도 웃음이 나온다. 귀여운 여성이 우락부락한 건달에게 밥을 떠먹여주는 모습은 충분히 그림이 된다.

또 박형식은 잘 생겼을 뿐만 아니라, 기대를 훨씬 뛰어넘는 연기를 보여준다. 적어도 연기할 때는 아이돌 가수라는 생각이 조금도 나지 않을 정도로 연기를 잘해낸다.

이번 작품에서도 ‘아인소프트’라는 게임회사를 창업한 CEO지만 복잡한 가정사로 협박에 시달리는 안민혁이라는 캐릭터를 오버하지 않고 그려내고 있다. 자신의 상처와 아픔을 드러내는 내면 연기도 좋았다는 반응들이 나오고 있다.

두 사람은 각자의 매력과 함께 CEO와 경호인이라는 본래의 직분을 넘어서는 케미가 나오며 본격적인 ‘멍뭉커플’의 모습이 나오기 시작했다. 두 사람이 사랑을 느끼기 전에도 여자경호원이 경호를 해야할 남자의 집이라는 사적 공간에 들어와 이미 설렘이 있었지만,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다.

박보영은 앞으로 약자인 여성을 납치하는 범죄, 몸무게가 40~48㎏의 마른 여성만을 노리는 여성연쇄납치범죄를 시원하게 해결해 도봉동의 평화를 되찾을 것이다. 힘을 제대로 쓰기 위해 힘 조절하는 법도 익혔다. 양적 힘에서 질적 힘으로의 전환이라는 레벨업이다.

사회 공공의 적인 조폭 사업체 백탁파도 완전히 제압할 것이다. 사랑하는 남자(박형식)의 아버지인 안출도도 백탁(임원희)과 악연이 있는 깡패출신 기업인이지만, 도봉순이 ‘악’을 희석시킬 것이다.

이 드라마는 ‘만일 여자가 남자보다 힘이 세다면 세상은 어찌 되었을까?’라는 발칙한 상상에서 출발했지만 결국 힘의 쓰임새에 관한 이야기다. 힘을 잘못 사용하면 괴력이 사라져버린다.

‘힘쎈여자 도봉순’은 남자들이 여성에게 혼나는 드라마이기도 하다. 그냥 혼내는 게 아니라 사회적으로 충분한 이유를 가지고 있다. 어떤 의미에서는 ‘젠더(gender) 드라마’라 할 수도 있다. 모계혈통으로 힘을 대물림하는 ‘외할머니-엄마-딸’의 쓰리 샷이 주는 아름다움이 있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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