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년보다 5~6주 늦게 구매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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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의류도매업계가 최근 ‘개미군단’으로 불리는 소상인들의 방문이 급감하면서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이들의 빈자리를 20개 내외 매장을 운영중인 의류 체인들로 채우고 있다. 당장은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속사정을 조금만 들여다 보면 마냥 즐거워 할 상황은 아니다.
20개에서 많게는 50개 정도의 매장을 운영 중인 중소규모 의류체인들이 LA지역 한인 의류 도매업계를 찾아 새 제품을 본격적으로 구매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일 전후다. 예년같으면 2월 초순부터 진행하던 봄과 여름용 의류 제품 구매가 5~6주 가량 늦어진 셈이다.
이들이 구매를 늦춘 데는 판매 부진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임은 물론이다. 소규모 의류 소매 체인들은 최근 몇년간 이어진 매출 부진의 여파로 새로운 제품을 살 여력이 크게 떨어져 기존에 확보해둔 재고 상품으로 버텨 오다가 마지 못해 새로운 제품 구매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그러다보니 예년에 비해 구매량도 크게 떨어졌다. 일부 업체는 지난해와 비교해 절반 수준까지 구매량을 크게 줄였다.
시기도 늦어지고 구매량도 줄다 보니 의류 도매업체 입장에서 생산을 위한 판매량 예측이 더욱 어려워졌다. 중견 업체는 6개월에서 1년 앞서 유행할 제품을 예측해 중국이나 베트남 등 생산비용이 저렴한 지역에서 대량 생산을 통해 비용을 크게 절감, 가격 경쟁력을 충분히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한인 의류 도매업계의 70%이상을 차지하는 중소 업체들은 대규모 자본이 필요한 해외 생산이 사실상 불가능해 여전히 미국에서 관련 제품을 만들고 있다. 한인 의류 도매업주 입장에서 볼때 올해처럼 판매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을 감안하면 재고량 증가라는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쉽사리 원단을 확보해 사전에 제품을 생산하기도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원단 수급도 예년에 비해 어렵다.
3~4년 전만해도 원단 수입상들이 유행할 색상과 디자인이 반영된 원단을 매년 1~2월 중에 중국이나 한국 등 주요 원단 생산지에서 수입해 공급해왔지만 이들 역시 재고에 대한 부담감으로 수입량을 극히 보수적으로 잡고 있다.
결국 실제 필요한 원단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원산지 의뢰부터 생산과 해외 운송 등 최소 6주 가량을 기다려야 한다.
한 업주는 “규모가 큰 업체들은 나름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대형 의류상들과 거래도 늘리고 생산 비용도 줄이고 있지만 소규모 의류 도매상들은 올해 최악의 한해가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며 “결국 경기가 회복되고 의류 소비가 늘어야 해결될 문제지만 현재 상황에서 볼때 당분간 불경기는 이어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경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