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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전 로스앤젤레스국제공항(LAX) 톰 브래들리 터미널.
지난 2007년 한국의 대통령 선거 직전 정국을 뒤흔들었던 이른바 ‘BBK 주가조작 사건’의 장본인 김경준(51) 전 BBK 투자자문 대표가 만기출소 후 미국으로 온다는 소식으로 로컬 취재진이 몰려들었다.
한국날짜 29일 오후 2시 40분 인천공항을 출발한 아시아나항공편으로 LA에 도착한 다른 한인 방문객들도 입국장에서 카메라 프레시가 터지자 관심을 표시하며 “김경준 씨와 같이 타고 왔다”고 전하기도 했다. 비행기가 도착한 지 1시간 20여분이 지나서야 정장에 노타이 흰색 드레스셔츠 차림으로 큼직한 수화물 가방을 카트에 실은 채 터미널 입국장으로 나온 김 씨는 오랜 만에 미국 땅을 밟은 소감을 묻자 “오래됐다. 지금 집에 가고 싶다”라고 말했다.
미국 시민권자인 김 씨는 2007년 11월 한국으로 송환된 뒤 꼭 10년 만에 다시 LA로 돌아온 셈이다.
그는 “정확히 말하면 9년 반만에 다시 왔다. 당연히 제 본국인 미국에 와서 기분이 좋다. 오랫동안 고생을 많기 하긴 했다. 여러모로 여기 오게 돼서 고맙다. 가족을 만날 기회를 갖고 싶다”라고 말했다.
입국장에는 김 씨의 누나이자 BBK 의혹 폭로자 중 한 명인 에리카 김씨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아무도 마중 나오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주차장 건물까지 혼자 카트를 밀고 걸어가면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은 김씨는 이날따라 화씨 85도까지 치솟은 화창한 여름같은 기온에 “LA 날씨가 그리웠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말 가족이 나오지 않은 것이냐’라는 질문에 김 씨는 “집에 까지 걸어가려고 한다”라며 농담을 던지는가 하면 우버 택시를 타고가느냐는 말에 “우버도 회원권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답하는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8년 간 만기 복역한 김씨의 징역형은 2015년 만료됐지만 검찰이 벌금형의 시효를 연장시켜 노역장에서 2년여를 더 지냈다. 김씨는 수감 중 형기와 벌금형 시효 연장이 위법이라며 소송을 제기했지만,모두 패소해 형량을 다 채우고 미국도착 하루 전날 출소했다.
미국 국적인 김씨는 금고 이상 형을 확정받은 외국인은 강제 추방되는 출입국관리법에 따라 청주교도소 내에 있는 외국인보호소로 옮겨져 관련 심사를 받았다.
김씨가 출소하자 면담한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에 따르면 김씨는 진상 규명을 위해 나설 것이고 미국으로 돌아가면 적절한 언론사와 인터뷰도 할 계획이 있다고 전해 앞으로 그의 움직임이 주목되고 있다. LA/연합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