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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규가 변했다(?). 개그맨 이경규가 프로그램에 MC 가 아닌 게스트로 출연한 것도 드문 일인데 여기에 더해 MC들의 요구를 모두 수용하면서 ’1인자의 자리’가 영원하지 않음을 보여 주었다.
지난 4월 1일 JTBC 예능 프로그램 ‘아는 형님’에 위협적인 복학생으로 출연한 그는 예전처럼 카리스마 짱인 형님 포스를 보여주는가 하더니 그것도 잠시, 이내 분위기에 적응하며 모든 것을 내려놓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대본에도 없는 섹시 댄스를 추며 눈알 굴리기 까지 시도했고 재산이 6,000억이라는 서장훈에게 눈에 띠는 관심을 보이면서 망가지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지난해부터 MBC의 ‘마이 리틀 텔레비전’, ‘무한도전’, ‘라디오스타’ 등에 게스트로 출연하는 것을 서슴치 않으며 따낸 종편과 케이블 방송의 ‘공조7′, ‘한끼 줍쇼’, ‘내 집이 나타났다’ 등에 종횡무진하며 거듭나고 있는 그는 수십년간 메인 MC자리를 고수해 오며 자타공인 ‘버럭 경규’라는 닉네임으로 불려왔다. 그런 그가 후배들과 함께 어울리는 모습은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에 반응한다는 뜻이리라.
1981년 MBC 개그 콘테스트 은상을 수상하며 데뷔한 그는 데뷔 시절부터 강한 방송국 관계자들에게는 약하고, 약한 후배나 별볼 일 없는 사람들에게는 강한 사람으로 인식되었다. 필자가 그를 처음 만난 것은 ‘영11′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으로 처음 작가 생활을 시작했던 1982년 초여름이었다. 당시 신출내기 작가였던 내게 까칠했던 그의 태도때문에 도저히 친해질 수 없던 사람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러니까 TV에서 후배 개그맨 이윤석에게 명령하고 군림하는 모습이 진짜 그의 모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는 방송국 관계자인 PD나 국장을 제외한 모든 사람에게 안하무인처럼 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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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2009년부터 2013년까지 방영된 KBS 예능프로그램 ‘해피 선데이’의 ‘남자의 자격(라면의 달인 편)’에서 ‘잘 끓인 라면 하나’로 준우승을 차지해 로열티로 8억을 받았는데 수익금의 일부를 기부하면서 이미지 상승을 이루며 까칠함과 잘난 체는 극에 달했다. 이후로도 SBS의 ‘힐링캠프’에서 게스트들과 MC들에게 군림(?)하며 ’1인자’ 임을 유감없이 과시했던 그가 변하기 시작한 것은 아마도 ‘아빠를 부탁해’라는 SBS 예능 프로그램에 하나 밖에 없는 딸 예림이와 출연하면서부터였던 것 같다.
딸에게는 유일하게 약한(?) 모습이었던 그가 꼼짝 못하는 또 한 사람은 바로 1992년 결혼한 예림이 엄마 강경희씨다.그가 ‘한끼 줍쇼’라는 JTBC의 예능 프로 그램에서 ‘정권이 5번 바뀌는 동안 내 아내는 바뀌지 않았다’고 말하기도 했는데 세상에 무서울 것 없는 그가 아내 앞에서는 순한 양으로 변한다니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 아닌가?
올해로 데뷔 36년째인 그는 이제 ‘이경규 옹’으로 불리고 있을 만큼 원로 방송인이 되었다. 그러나 그는 데뷔한 후 36년 동안 고난의 신인 시절이 거의 없이 처음부터 스타였다. 그토록 까칠한 그가 스타로 36년을 살 수 있었던 것은 아마도 그의 까칠함 보다 ‘몹시 기발한 아이디어’가 더 우위에 있어서 였던 것이 아닐까? 이제 그는 그 어렵다는 예능 프로그램 SBS ‘정글의 법칙’ 뉴질랜드 편에도 곧 등장할 예정이다.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 지 자못 기대된다.
지금 다시 만나면 알아보긴 하려나? 아니, 동갑내기 옛 동료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라도 해줄 법도 한데…. 여하튼 이경규 옹! 요즘 모습으로 쭈~욱 승승장구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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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카 박(Elika Park·한국명 희성)씨는
1982년 ‘영 11′이라는 MBC-TV 쇼 프로그램 구성작가로 데뷔. 방송작가 생활을 하며 여러 매체에 ‘자유기고가’로 연예 관련 칼럼과 뒷얘기를 썼다.1990년대 후반 LA에 정착한 후에도 이벤트회사를 운영하며 프리랜서로 집필활동 중이다. 서울예대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