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는 보통 덕후예능을 만들어도 일반인의 관점(궁금증)으로 풀어낸다. 덕후예능을 덕후의 관점에서 풀어내는 것은 케이블에도 흔치 않다.
‘신서유기’는 덕후의 모습을 조금씩 추가해나가면서 ‘일반인 덕후’의 관점에서 이를 풀어나가고 있다. ‘신서유기’가 덕후 아이템을 잡아낼 수 있는 테스트 베드는 회식 자리다. 신효정 PD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송민호와 강호동의 나이 차가 23년이다. 회식에서 나온 이야기를 멤버 전체가 다 알고 있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이 쪽이 아는 이야기면, 저 쪽이 모르고, 저 쪽이 알면 이 쪽이 모르는 식이다. 그런데 상대의 매니악한 모습을 거부감 없이 신기해하고 재밌어 하며 받아들일 준비가 돼있었다. 덕후도 하나의 문화로 인정하는 거다. 스타크래프트 문제가 나온 것도 나영석PD와 내가 스타크를 모른다고 하자 젊은 남자작가들이 ‘아니, 그걸 왜 몰라’라고 하다가 문제롤 만들면 재밌겠다고 생각했다. 게임을 모르는 강호동의 반응이 무척 궁금했다.”
재현과 규현, 송민호는 자신이 좋아해서 오랫동안 해온 것들이 한가지씩은 있다. 그것이 음악이건 게임이건 서로의 관심사를 존중해준다. ‘신서유기’는 밤 12시를 전후해 촬영을 끝내지만 이들은 잠을 자지 않는다. 새벽 3~4시까지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며 수다를 떤다. 여기에 덕질하는 스태프가 붙는다. 신 PD는 “남자들이 저렇게 수다가 많은지 몰랐다”고 했다.
이들은 카메라가 꺼지면 바로 남남으로 돌아가는 가상결혼 버라이어티 ‘우리 결혼했어요’가 아니라, 카메라가 없어도 이전 관계를 그대로 유지하는 ‘신혼일기’ 스타일에 가깝다.
“어느 게임이 좋냐? 음악은 어떤 것 듣냐? 이런 대화를 나누다 디테일로 들어간다. 오버워치(송민호) 스타크(규현) 게임바우(직원) 등에 관한 대화를 나누다가 하루밤이 지나면 서로 친구가 된다. 과거에는 이들이 처음 만나면 어디 사니? 어느 학교 나왔니? 라고 물었다면 지금은 뭐 좋아하니?로 바뀌었다. 공동관심사가 주어지면 이들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송민호는 자신이 관심있는 분야, 특히 음악분야는 가사쓰기부터 시작해 어려운 용어를 사용해 제작진이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말을 하지만, 관심 없는 부분은 살아가는 데 지장이 없을정도면 된다. 송민호가 퀴즈를 내면 극과 극의 상황이 나오고, 어디로 튈 지 알 수 없는 건 그때문이다. 그러니 ‘송모지리’ 같은 캐릭터가 대량으로 나올 수 있다.
송민호는 소속사(YG)의 힘으로 뭔가를 해보려는 친구가 아니다. ‘신서유기’로 출장을 가기 전 밤을 새고 음악, 녹음 작업을 하지만, 예능 공간에 오면 피곤한 티를 조금도 내지 않고 열심히 임한다. 강호동이 송민호를 두고 “탁구를 치면서 실력이 계속 느는 것은 처음 봤다”고 말할 정도다.
송민호 뿐만 아니라 ‘비관돌’ 규현, ‘구미(미친)’ 은지원과는 또 다른 ‘신미’ 캐릭터가 만들어진 안재현 등 덕후 기질이 다분히 있는 멤버들이 ‘신서유기4’에서 보여줄 또 다른 모습이 기대가 된다.
한편, ‘신서유기4‘는 중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오는 6월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