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면 돈 되지만 갈데가 없어서…”

House Keys on Stack of Money

“팔면 돈 되지만 갈데가 없어서…”

한인 최 모씨는 최근 ‘지금 살고 있는 집을 팔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았다. 이사에 대해 별 관심이 없었지만 셀러가 던진 가격을 듣고나니 마음이 혹하기 시작했다.

지난 2010년 숏세일 당시 매입했던 가격에 비해 15만달러 이상이 오른 가격을 제시받은 것이다. 사람 마음이란 것이 웃겨서 한번 바람이 들고나니 자기도 모르게 이사가고 싶은 집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문제는 그때부터였다. 내집 값이 오른 만큼 다른 집도 가격이 오른 것이다. 다시 말해 지금 사는 집을 팔아도 원하는 집을 사기는 힘들다는 것을 알게된 것이다.

최 씨의 경우 40만달러에 샀던 집에 57만 달러의 오퍼를 받았는데 원하는 수준의 주택은 가격대가 70만달러 초반대까지 올랐다. 처음 집을 살때보다 가격차가 더 벌어진 것이다.

최 씨는 “괜히 바람만 들었다”며 “혹시라도 또 한번 부동산 경기침체가 오면 어쩌나 하는 불안도 있고 여기에 나이를 먹어가다보니 실직에 대한 우려도 있다. 다운페이는 감당할 수 있지만 월페이먼트와 세금이 오르는 상황에서 애들에게 돈 들어갈데도 많아지다 보니 새집을 사더라도 감당할 수 없겠다는 판단이 섰다”고 말했다.

부동산 정보 포털 아톰 데이타의 최근 집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주택 거래를 통해 기존 주택소유주가 챙기는 평균 수익은 약 4만 4000달러다. 이는 거래당 24%(구매가 대비)에 해당하는 것으로 부동산 버블이 역대 최고치에 달했던 지난 2007년 3분기 이래 최고치다.

특히 캘리포니아 지역은 주택 구매시 발생하는 차액이 전국 최고수준이다. 35만6500달러로 미 전체 대도시 1위에 오른 샌호세를 시작으로 27만 6759달러의 샌프란시스코가 2위, 18만 7000달러의 LA가 3위다. 여기에 5위에 랭크된 옥스나드-벤츄라(16만달러)까지 더하면 차액 상위 5개 도시 중 무려 4곳이 가주에 몰려 있다. 톱 5에는 없지만 중가주 모데스토 역시 투자대비 수익(ROI) 51%로 전국 상위군에 속해 있다.

만일 정상적인 부동산 시장이였다면 주택가 상승에 고무된 기존 소유주들이 시장에 유입되면서 보다 활발한 거래가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시장 현실은 이와 다르다. 올해 4분기 현재 주택 소유주들의 평균 보유기간은 8년으로 전년동기(7.68년)에 비해 오히려 늘었다. 지난 2000년 1분기와 2007년 3분기(각 4.26년)과 비교하면 보유기간은 약 2배에 달한다. 중고 매물 비율도 정상치(6개월)에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이는 곧 집을 팔면 많은 돈을 벌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유주들이 집을 내놓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이유는 앞서 언급한 최 씨의 사례와 같다. 팔아도 살림을 줄여가지 않는 이상 살 집을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부동산 브로커들은 “지난 경기침체에서 비롯된 불안심리, 지나친 집값 인상, 금리 상승, 그리고 매물 부족 등이 복합적으로 나타난 결과”라며 “혹시라도 또 한번의 부동산 경기 침체가 올 지모른다는 불안감에 투자를 망설이는 심리가 있고 집값이 너무 빨리 오르다 보니 집을 팔아도 원하는 집을 사기 힘든 상황이 됐다. 최근 매매시 얼마나 받을 수 있는가 하는 질문은 많이 받아도 실제 리스팅에 올라가는 집이 많지 않은 이유다”고 설명했다. 최한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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