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광역시 부평구에는 음악도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음악도시 조성 사업의 정책적인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나갈 BP(부평)음악산업센터가 부평구문화재단에 의해 개관됐다.
지금까지 어떤 지자체도 ‘대중음악·음악산업’을 아이템으로 도시브랜드마케팅 사업을 진행한 사례가 없었다. 따라서 국내 최초로 ‘대중음악’을 아이템으로 ‘음악도시’ 사업을 추진하는 부평구의 사례는 주목된다고 하겠다.
박준흠<사진> BP음악산업센터장은 “부평구는 1950~1970년대에 미군부대 ASCOM 주변에 형성된 20여개의 라이브클럽과 여기서 유통된 대중음악 자원이 있다. 이는 음악도시 조성에서의 역사성이다”면서 “영국 리버풀시가 1960년대 비틀즈의 음악자원을 도시마케팅 차원에서 활용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박 센터장은 BP음악산업센터에서 교육사업, 지원사업, 협력사업, 정책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음악산업아카데미를 핵심사업으로 두고 있다고 했다. 한국 음악시장을 키우고, 인천·부평 음악인들이 자생할 수 있도록 사업기획을 하는 ‘기획전문가’를 양성하는 사업이다. 기존 대중음악 교육이 연주자 양성 중심 학제였다면, 여기서는 음악사업들을 만들어낼 기획자·마케터 양성에 집중한다.
“흔히 음악시장의 생산에만 지원이 집중되는데, 음악 소비가 잘 이뤄질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데에도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그것이 음악사업 기획자, 마케터, 연구자들을 양성하는 아카데미가 필요한 이유로 연결된다.”
음악산업아카데미는 지난 3월초 선발과정을 거쳐 16명을 선발해 교육하고 있다.
“한국음악산업을 키우기 위해 우선 전문인력을 양성해야 한다. 뮤지션이 좋은 음악을 내놓는 것도 좋지만, 마케터, 기획자의 양성도 중요하다. 한국영화아카데미가 영화계에 기여했듯이 음악산업아카데미도 그런 역할을 했으면 한다.”
박 센터장은 “한국은 음악을 산업적인 관점으로 바라보는 문화가 약하다. 결과가 쉽게 나오지 못하기 때문이다”면서 “정책의 성과나 인력양성은 적어도 5~10년은 걸려야 성과가 나온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8개월 과정의 음악산업아카데미는 주로 무엇을 가르칠까?
“우선 음악을 예술과 산업으로 풀어 설명한다. 음악산업과 음악마케팅의 역사를 공부하고, 마케팅, 저작권, 투자&유통, 서비스플랫폼, 음악서비스기획, 축제기획, 음악매체기획, 음악사업기획서 작성법을 익힌다. 8월말에는 음악페스티벌과 음악 웹진을 만들어서 운영해야 하고, 9월에는 제작지원금을 받아 개인프로젝트를 발표한다. 10월에는 부평밴드페스티벌 기획단과 컨퍼런스에도 참여한다.”
박 센터장은 “음악시장 파이를 키워야 한다는 데에는 모두들 동의하면서 방법론에 들어가면 달라진다”면서 “우선 음악소비자가 늘어나야 하는데, 핵심은 나이 든 사람이 늘어나야 하는 것이다. 음악이 아이돌과 TV 중심으로 돼 있어 10대와 20대 초반으로만 움직이는 시장을 10~40대로 넓혀나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한국 영화는 90년대 중반 이후 작품과 감독 중심으로 바뀌었다. 박찬욱, 봉준호 감독이 새 영화를 내놓으면 보고싶은 가치가 부여돼 있다. 비(非)아이돌음악에서 박찬욱처럼 가치를 부여할만한 마케팅적 의미가 만들어진 적이 없다. 음악도 아티스트와 작품이 소비 판단 잣대가 되도록 마케팅이 이뤄져야 한다. 음반이 1000만장 넘게 팔린 서양의 아티스트가 한국에서는 안팔린다. 한국에서는 의미 부여가 안돼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인식을 심어주고 이런 인력을 양성하는 곳이 음악산업센터이고 아카데미다”고 말했다.
한국은 스스로 음악시장이 왜곡되고 작아지게 만들었다. 시스템이 붕괴됐다. 비(非)아이돌 음악을 들려주어도 좀체로 소비하지 않는다. 그래서 신인가수와 신보, 새로운 장르에 대한 마케팅을 통해 어떻게 소비를 부추길지 고민하는 전문인력 양성이 시급하다. 박 센터장은 음악마케팅을 하는 방법론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