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세 아이유, 이제는 돌아와 거울앞에 서다

사랑의 기쁨과 슬픔·대중과 소통…
성장통 겪으며 음악도 한층 성숙

삼단고음 같은 화려함은 없지만
소박하고 단순한 언어로 풀어내

정규4집 10개트랙 음원차트 ‘올킬’

아이유가 중학교때 부터 인터뷰를 했다. 아이유가 음반을 낼 때마다, 또는 드라마에 출연할 때마다 인터뷰를 하면서 느낀 점은 나이보다 훨씬 성숙했다는 점이다. 중학생때 고등학생 같았고, 고등학생일때 대학생 같았다.

질문을 하면 소속사에서 알려준 것 같은 기계적인 답변을 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기준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바를 이야기했다. 당시 상황으로 대학에 가지 않겠다는 생각도 그 이유가 야무졌다. “수업에 제대로 들어가지도 못할텐데, 굳이 대학에 갈 필요가 있을까요”라고 했던 10대 중반의 아이유가 생각난다. ‘개념 연예인’이란 수식어는 이런 말들이 쌓이면서 아이유에게 생긴 거다.

그래서 기자는 아이유가 앞으로 크고 작은 어려움들이 닥친다 하더라도 자신의 힘으로 충분히 타개해 대중과의 소통을 이어갈 거라고 믿었다. ‘제제’ 논란에서 약간의 미숙함을 보인 걸 제외하면 아이유는 항상 논란에 잘 대처해 나갔다. 그런 경험들이 아이유가 네번째 정규앨범 ‘Palette(팔레트)’을 내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됐을 것이다.

아이유가 정규 4집으로 음원 줄세우기를 하고 있다. ‘퍼펙트 올킬’이다. 요즘은 음원차트 상위권에 오르기가 매우 어렵다. 그런데 한 곡도 아니고 4집의 10개 트랙이 모두 음원차트에 오르는 이변의 주인공이 됐다.

음원차트 1위인 정규 4집 타이틀곡 ‘팔레트’ 는 감각적이고 포근한 신스팝 사운드로 25세 아이유의 진솔한 이야기를 담아냈다. 이 곡은 작사, 작곡이 모두 아이유가 한 유일한 곡이다.

25살 아이유가 그동안 사랑도 해보고, 대중과의 소통에서 힘든 일도 겪어보면서 약간 도가 튼 느낌이랄까? 아직 20대중반이지만 “이제는 돌아와 거울앞에 선 누이” 같은 관조의 시선이 느껴지는 부분이 대중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것 같다.

아이유는 자신의 스타일로 풀어가는 방식을 택했다. 그래서인지 어렵고 복잡하거나, 붕 떠있는 느낌이 아니라, 안정되고 소박하고 단순한 언어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좋은 날의 삼단고음 같은 화려함은 없다. 사랑의 기쁨과 실연의 아픔을 과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25살 자신의 내면을 드러내고, 그것으로 소통하려는 것이다. 일기장의 글을 옮겨놓은 것 같기도 하다.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아티스트라는 얘기다.

다양한 아이유의 감성을 담은 4집의 10곡이 거창하지 않고, 차분하다. 그래서 일견 평범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정서는 매우 진솔하며 진정성이 느껴진다.

음원차트 1위인 타이틀곡 ‘팔레트’는 감각적이고 포근한 신스팝 사운드로 25살 아이유의 진솔한 이야기를 담아냈다. 작사 작곡이 모두 아이유가 한 유일한 곡이며, ‘이상하게도 요즘엔 그냥 쉬운 게 좋아’나 ‘이제 조금 알 것 같다. 날’이라고 말하는 아이유의 여유가 돋보인다.

아이유는 팔레트에 대해 “나에 관한 이야기이다. 지난번 ‘스물셋’과 맥을 같이 하지만, 그때는 이게 좋아요, 이건 아니예요라는 극과 극의 개성이었다면, 이번 ‘팔레트’는 내 주관을 짚어낼 정도로 연륜이 생긴 것 같다”고 설명했다.

‘팔레트’는 아이유의 프로듀싱과 함께 랩 메이킹과 피처링에 빅뱅의 지드래곤이 참가해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평소 아는 사이인데다 가사의 톤도 알고 있고 목소리도 어울릴 것 같아 피처링을 부탁했더니 흔쾌히 오케이했단다.

“지은아 오빠는 말이야/지금 막 서른인데(중략)그저 ‘나’일 때/가장 찬란하게 빛이 나/어둠이 드리워질 때도 겁내지 마”라고 지드래곤이 질문에 화답하는 형식이다.

더블타이틀곡인 ‘이름에게’는 압도적 스트링 선율의 거대한 사운드를 뚫고 나오는 아이유의 목소리가 진한 위로와 감동을 주는 팝발라드다.

선공개곡인 ‘밤편지’와 오혁이 피처링한 ‘사랑이 잘’도 여전히 3~8위에 올라있다. ‘밤편지’는 서정적인 어쿠스틱 기타 선율과 아이유의 목소리가 잘 어우러지는 포크 발라드다. 밤에 가사 작업을 많이 하는 아이유는 “밤새도록 조심스러운 연설 쓰는 기분으로 꼭꼭눌러 담은 가사”라고 밝혔다.

섬세한 가사와 감성 가득한 멜로디로 과거의 시간여행을 떠나는 ‘밤편지’는 추억이 함께 한다. 젊은 아이유가 불러도 아련함과 그리움이 함께 묻어난다. 


부산의 전통가옥에서 촬영된 뮤직 비디오가 없어도 노래를 들으면 머리속으로 어떤 잔잔한 그림이 그려진다. 감성을 제조하는 그의 보컬은 점점 성숙해지고 있다. 그것은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어필하기에 좋은 무기임이 확인되고 있다.

두번째 선공개곡 ‘사랑이 잘’은 권태기 남녀의 감정을 긴장감 있게 표현한 곡이다. 오혁과 아이유가 캐릭터를 각각 설정하고 이견과 갈등을 조절해가며 조화를 이룬 콜라보레이션이다. 화려한 코드진행이 돋보이면서 현재를 긍정하는 ‘이 지금’과 남녀의 이별 순간을 가사로 풀어낸 ‘이런 엔딩’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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