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임당’송승헌, 정말 쉽지 않은 위치에서 사랑법 완성해냈다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사임당, 빛의 일기’에서 송승헌은 쉽지 않은 위치다. 사임당(이영애)의 주체적인 삶을 조명하는 드라마에서, 유부녀 사임당 옆에서 시종 사랑만 해야하는 이겸(송승헌)이 할 수 있는 일이란 그리 많지 않다. 파락호 송승헌은 떠돌이 상태에서 뭔가를 보여줘야 했다.

사임당은 중종(최종환)에게 “꿈을 꿀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 달라”고 왕보다 더 당당하게 말하고, 사임당의 현대적 인물인 시간강사 서지윤(이영애)은 진실게임에서 승리한 후 교수직에 복귀하지 않고 라드의 일원이 돼 계속 진실을 추구하는 인생을 택한다. 이영애가 맡은 이 캐릭터의 막강 존재감을 앞서가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송승헌은 한 여자(사임당)를 사랑하는 한 남자로서의 지고지순함을 잘 그려냈다. 기자도 송승헌의 연기에 빨려들어갔다. 송승헌은 애절함과 애잔함, 아련함, 애틋함, 절절함의 감수성을 건드리는 섬세한 연기를 펼쳤다. 여기에 송승헌의 잘생김과 중후한 매력까지 더해지니, 더욱 멋있어 보였다.

마치 가수 신승훈이 음악으로 발라드의 애이불비(哀而不悲) 감성의 디테일을 그려내듯이, 송승헌은 연기로 세밀한 표현까지 동원해 역대급 사랑꾼을 완성시켰다. 그림자 사랑법 부터 평행선 사랑까지, 세밀한 표현법을 놓치지 않았다. ‘조선판 개츠비’라고 말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송승헌은 4일 28회로 종영한 ‘사임당, 빛의 일기’에서 이겸을 통해 끝까지 중후한 매력으로 여심을 사로잡았다. 사임당(이영애)의 조언으로 이태리에 도착한 이겸(송승헌)은 신비로운 동양의 화가로 칭송받으며 그곳에서 자신의 예술 세계를 펼쳐나가고 있었다. 이태리에서의 삶을 만족했지만 마음은 여전히 공허했다. 때때로 사임당을 떠올리며 눈물짓고, 웃었고, 절규했다.

마지막 까지 여운을 남는 연기로 유종의 미를 거둔 송승헌은 이겸을 통해 순애보 캐릭터의 새 역사를 썼다. ‘조선판 개츠비’ 이겸은 그 동안 드라마에서 보지 못한 역대급 캐릭터였다. 첫 사랑 사임당을 잊지 못해 20년 동안 파락호로 방랑했고, 다시 재회한 후에는 그림자처럼 곁을 지키며 한없는 사랑을 쏟아 부었다. 사임당의 선택과 그녀의 삶을 존중했고, 그림자를 자청했다.

순수한 순정과 야성적인 뜨거움을 간직한 이겸의 순애보는 송승헌의 연기 덕분에 생명력을 입었다. 송승헌은 뜨겁고도 절절한 눈빛 연기로 이겸의 감정을 생생하게 드러냈다. 세월을 입고 중후한 매력을 업그레이드 한 송승헌의 깊은 감정선과 세밀한 표현도 놓치지 않는 섬세한 연기는 사랑이라는 단어로 담아낼 수 없는 이겸의 차원이 다른 마음을 시청자들에게 제대로 전달하며 호평을 이끌어냈다.

퓨전 사극을 제외하면 그 동안 사극 출연이 많지 않았던 송승헌의 정통 사극 연기는 색다른 매력으로 다가갔다. 자유로운 예술가로서 천진하고, 낭만적이면서 거친 카리스마와 묵직한 힘까지 갖춘 이겸의 다채로운 매력을 자유자재로 표현해냈다. 안정적이고 탄탄한 연기력을 긴 호흡을 이끌어가며 극을 이끌었고 매 순간 긴장감의 중심에서 흡입력을 증폭시켰다. 액션이면 액션, 감정이면 감정, 한계 없는 연기로 넓은 스펙트럼을 입증했다.

한편, 28회에서는 사임당(이영애)과 이겸(송승헌)은 이태리와 조선에서도 서로를 그리며 예술로 공명했고,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서지윤(이영애)은 민정학(최종환)과의 진실게임에서 승리했다. 라드의 일원이 된 서지윤이 사임당과 이겸의 행복한 모습을 상상하며 걷는 모습으로 여운을 남기며 대장정의 마침표를 찍었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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