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혁은 최근 종영한 OCN 드라마 ‘보이스’에서 생애 첫 형사 역할인 ‘무진혁’ 역을 맡아 긴장감을 높이며 액션은 물론, 세밀한 감정연기까지 소화했다.
또 영화 ‘보통사람’에서는 안기부 실장 ‘최규남’ 역을 맡아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정제된 표정과 서늘한 분위기로 관심을 끌었다. 장혁의 냉혹한 악역 변신은 성공적이었다.
“이번 영화에서 강력계 형사 성진역으로 나온 손현주 형 때문에 출연했다. 9년전 드라마 ‘타짜’ 할 때 현주 형을 처음 봤다. 나에게는 배우로서의 롤모델이라기 보다는 선배로서 롤모델이었다. 40대 정도 되면 선후배의 브릿지 같은 역할 많이 해야 하는 데 그게 쉽지 않다. 그런데 현주 형에게는 후배들이 붙더라. 그 이유를 봤더니, 많은 이야기를 해주는 게 아니고 후배들의 얘기를 들어주더라. 많은 얘기를 던져주지는 않는데, 한번쯤은 정리해 이야기 해주는 정도였다. 나도 저렇게 후배들을 대하자고 생각했다. 현주 형은 맛깔스러운 배우다.”
장혁은 배우로서 나이 들어가는 게 좋다고 했다. 20대 중반이었던 2001년 영화 ‘화산고’를 촬영할 때 장혁은 배우들에게 주는 의자에 ‘열정 개척 장혁’이라고 써달라고 했다. 열정이 무엇이건 이길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열정이 경험과 부딪히면 쉽지 않더라는 것이다.
“경험이 많은 사람의 담백한 말 한마디에 다 무너지더라. 그래서 40대라는 나이대가 좋다. 무게감이 대단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조금은 비슷하게 할 수 있는 경험이 생긴 것 같다.”
장혁은 그동안 많은 벽을 만났다고 했다. 쉽게 풀어나간 적은 한번도 없었다. 연습실에서 땀을 많이 흘렸다. 표현을 제대로 못해 스스로 답답함도 느껴봤고, 잘 해내 시원함도 느껴봤다.
“깨져보기도 한 세월들이 배우한테는 중요하다. 뭔가 계속 나올 것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나는 빨리 대처하는 배우는 아닌 것 같고, 조금씩 경험하면서 성장하는 것 같다. 그리고 첫 느낌을 중시한다.“
장혁은 데뷔할 때 회사에 지금까지 있는 것도 그 첫 느낌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배우의 길을 계속 가는데, 그 일직선은 변화하지 않는다고 했다.
“제가 운동 하는 것은 프로가 되려는 게 아니라 정심을 가다듬는 것이다. 절권도를 했던 이소룡(브루스 리)이 ‘아는 것은 다가 아니다. 하는 것이 최고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10년간 복싱을 했다. 복싱은 반복에 지치지 않는 자가 승리한다. 3분을 뛰면 터질 것 같은데 참고 들어간다. 그런 운동을 하니까 상대 리액팅, 리듬감, 템포감, 타이밍을 판별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몸이 운동으로 터득하면 몸으로 생각하는 계기가 된다.”
장혁의 연기 자양분은 1990년대와 2000년대 인 듯했다. 90년대는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시대였다고 한다. 낭만이 있던 시대였다. 영화 ‘제리 맥과이어’(1996)를 보면 뭉클함이 있었다. 2000년대 접어들어서도 영화 ‘라디오스타’(2006년)를 울면서 봤다고 했다.
“지금은 바보인가? 그건 아닌데. 나는 97년에 연기에 입문했지만, 펼쳐놓은 곳에 가서 연기하고 집에 왔다. 연도는 바뀌지만, 하는 건 계속 같다. 나이가 들어간다는 개념도 없다. 이 길에서 늦게 내려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