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령이는 직진가령이다. 단단하다. 심지가 흔들림이 없고, 용기 있는 친구다. 연산이 자기 남편(길동)을 죽였다고 생각하고 연산을 죽이려고 궁에 들어가지 않나. 계산이 아닌 헌신이다. 가령이라면 가능하다.”
채수빈은 촬영현장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얼마전 길동 아버지 아모개를 연기한 김상중은 어떤 후배가 기억에 남는지를 묻자 “채수빈이다. 예쁜 척을 안한다”고 말했다.
채수빈도 “상중 선배는 현장에서도 따뜻한 선배였고, 아버지처럼 챙겨줘 감사하다”고 했다. 남편인 길동과도 슬프지만 깊은 사랑을 나눴다. 채수빈은 “균상 오빠가 편하게 해주니까 나도 편안하게 해줄 수 있었다. 서로 오누이처럼 친해졌다”고 했다.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 짝사랑 대상인 박보검에게 받지 못한 사랑을 이번에는 듬뿍 받아 위로가 됐다고 한다. 채수빈은 “가장 즐거웠던 신(scene)”은 “길동이와 혼례를 올릴 때”였고, “가장 기억에 남는 신”은 “장대에 매달린 채로 서방님을 부를 때”였다.
채수빈은 한복이 잘 어울렸다. 선이 고왔다. 이마와 머리 모양이 그대로 드러나는 5대 5 가르마도 소화해냈다.
“무엇보다 이번 드라마를 하면서 뿌듯한 적이 많았고, 짜릿했다. 지금 시국이랑 맞아떨어지는 메시지다. 현재와 과거가 잘 조응한 것 같다.”
채수빈은 초반 길동을 좋아했지만 길동과 장록수(이하늬)가 서로 좋아하게 되자, 위축되지 않고 좋아하는 감정을 표현해 결국 길동과 사랑을 이뤄냈다.
“가령이 수다쟁이이고 들이대는 캐릭터이기는 했다. 하지만 남의 남자를 탐내는 게 아니라, 사실은 내 남자가 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그런 감정을 표현해서 사랑스러울 수 있었다.”
채수빈은 가령이 귀여움과 지고지순함을 동시에 가지고 있어 이를 표현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지만, 현장에서 느낀 감정을 중시했다고 했다. 김진만 감독도 “다 내려놓고 놀면 된다고 했다”고 한다.
채수빈은 연산이 있는 궁에 들어갈 때는 특기가 필요했다. 여악이라는 예인이라 임금 눈에 띄어야 했다. 그래서 채수빈은 고가신조 ‘어이 얼어자리’를 불렀다. 1주일간 연습해 녹음했는데, 반응도 괜찮았다.
채수빈이 길동의 아이를 가진 벅찬 감정도 임신 경험이 없어 어려웠지만 주위에 물어보며 연기했다고 한다. 감정을 조금이라도 느끼는 게 배우라는 직업의 매력이란다.
채수빈은 거듭해서 좋은 작품에 참여해 뿌듯했다고 말했다. ‘역적’에 대한 자부심과 믿음을 가지게 됐다고 했다. 백성의 힘, 진정한 능상, 폭력은 겁쟁이의 몸부림 등 인상적인 장면과 대사, 메시지를 복기해냈다. 마지막 자막에 모든 단역배우 이름까지 올라왔고, 엔딩신도 단역배우에 맞춰졌다.
채수빈은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과 연극 ‘블랙버드’ 일정이 겹치는 등 최근 무척 바쁜 연기일정을 소화하고 있지만, 재미가 있어 힘들지 않다고 한다.
채수빈은 “사랑과 세상 중에서 뭘 선택하겠느냐”는 질문에는 “사랑을 택할 것 같다. 진정으로 행복할 수 있는 길일 것 같다. 가령이만큼 헌신적으로 하는 건 힘들겠지만, 세상과 사랑중에서는 사랑을 선택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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