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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째 이어지고 있는 의류 경기 침체속에서도 괄목한 만한 성장을 이루고 있는 한인 업체가 있어서 주목된다.
흔히 호황기보다 불황기에 새로운 ‘스타’가 나온다는 이야기가 있다.
불황기에 진정한 실력자가 오히려 회사를 급성장 시킬 수 있다는 이야기다.
자연히 일정 부분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어느정도 자본력을 갖춘 업체만의 이야기로 볼수 있지만 수년째 이어진 불황을 겪고 있는 LA지역 한인 의류산업계를 보면 꼭 규모가 큰 업체만에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닌 것을 알수 있다.
각 업체마다 규모와 상황에 맞게 역량을 높여 그간의 위기를 딛고 오히려 재도약을 이룰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인력 디자인 개발 그리고 해외 개척
최근 영국계 세계적인 패스트패션 유통사인 탑샵에 입점을 확정지은 H업체는 30년 가까이 회사를 운영해 왔지만 지난 2010년을 기점으로 재정비를 시작해 그동안의 영국과 독일 등 유럽지역으로 시장을 빠르게 넓혀가고 있다.
이 업체의 가장 큰 장점은 제품 디자인에 있다.
이 업체는 매달 1000개 이상의 새로운 디자인 샘플이 바이어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이중 실제 제품화 되는 디자인은 매달 200~300개에 달한다. 기획 단계에서 사라지는 디자인까지 포함하면 하루평균 100개에 가까운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해외와 미국내 생산 역시 상황에 따라 비율을 조정해 안정적인 공급 시스템을 갖춘 것 역시 이 업체의 장점이다. 미국 뿐 아니라 해외 생산 공장과 원단 등 원부자재 공급 업체 모두 10년 이상 장기간 거래할 정도로 벤더 관리에도 힘을 쏟고 있다.
이 업체의 업주가 강조하는 핵심은 역시 ‘사람’에 있다.
생산에 참여하는 모든 과정부터 제품을 구매하는 유통 업체, 이를 구매하는 소비자 모두 ‘사람’이라는 것이다. 사람에 대한 존중과 배려를 바탕으로 제품을 개발하고 벤더나 거래처를 관리해 온 것이 2010년 이후 회사를 재정비하면서 가장 신경 부분이고 7년이 지난 현재 긍정적인 효과로 이어졌다고 전했다.
■인력 투자 및 라인 및 가격대 다양화
대형 업체로 발돋움 한 ‘E’역시 사람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업체로 이미 유명하다.
10년전 70명 수준의 중간 규모였던 이 업체는 다른 업체들이 인력 감축이 한창인 올해도 추가로 20명을 늘려 현재는 170명이 근무하고 있다.
미국내 주요 대형 유통사들과 거래를 하다 보니 자연히 개별 업체별 디자인을 비롯해 별도로 관리해야하는 턱에 인력이 늘어난 것도 있지만 중저가 중심의 판매 구조를 10여년전부터 점차 고급화 병행으로 돌아서 자연히 인력에 대한 투자 역시 늘고 있다.
이 업체는 주요 부틱 체인 스토어에서 1벌달 100달러에서 비싸게는 300달러가 넘는 중고가 제품을 자체 브랜드로 납품하고 있다.
또한 한국과 중국 등 아시아권 해외 시장에서도 중간 가격 이상의 브랜드를 순차적으로 선보이고 조금씩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여기에 이 업체는 최근 들어 모든 주요 거래처와 계약을 상품인도결제방식(COD, Cash On Delivery)로 전환했다. 가격대별 다양화된 브랜드별로 나름의 차별화도 갖춘 이른바 ‘소비자들에게 팔릴만 한 제품을 공급한다는 자신감이 바탕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눈 팔지 않고 경쟁력 확보에만 투자
LA한인의류업계에서 가장 큰 매출을 올리고 있는 A업체도 불황속 실력자로 분류된다.
흔히 돈을 벌어 한인 은행권이나 각종 부동산 등에 투자하는 일반적인 한인 의류업계의 패턴과 달리 이 업체는 대형 쇼룸과 창고를 비롯해 회사에 꼭 필요한 곳에 대규모로 투자해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고 있다.
특히 가장 큰 매출을 올리는 업체 답게 풍부한 현금 유동성을 활용해 원단 등 원부자재를 저렴한 가격에 대량으로 확보하고 이를 중국 등 해외 공장에서 저렴하게 생산해 거래처에 공급하고 있다.
이 업체는 원가 절감에 탁월한 노하우를 갖춘 덕에 규모가 10배 이상 큰 한국의 대형 의류 생산 업체 보다 저렴한 가격에 의류 제품을 미국내 주요 대형 의류 체인 업체에 공급하고 있다.
또한 이 업체는 10여년전 급격하게 내리막을 탔던 청바지 시장에 대한 재평가를 했고 몇년전 관련 업체를 인수했다. 이후 몇년간 준비 작업을 거친 후 생산과 영업 활동을 본격적으로 전개해 청바지 부문은 지난해 부터 매년 2배에 가까운 매출 신장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최근 들어 중저가 중심의 청바지 판매량이 급증한 시장 상황을 미리 예측해 준비했고 지난해 부터 결실을 맺었다는 것이 주변의 평가다.
■ 유통가 한파, 지금이 오히려 기회
유통가에 몰아친 한파속에서도 오히려 영역을 빠르게 넓혀가는 한인 업체도 있다.
저가 중심의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한인이 운영하는 의류 체인 ‘F’사는 최근 2년여 사이 매장수가 50%이상 늘었다.
이 업체는 설립초부터 독특한 운영 방식으로 관심을 모았다.
주요 지역에 고정적으로 운영되는 매장과 함께 일부 매장은 대형 쇼핑몰에 앵커 테넌트가 빠진 자리를 한시적으로 들어가 임시 매장 형태로 운영해 왔다.
주로 소득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지역을 파고든 것 역시 이 업체의 전략이다.
부담없는 수준인 10달러 내외의 저렴한 제품을 무기로 주로 10대 후반에서 20대 중반의 나이대를 대상으로 영업 활동을 전개해 현재 매장수가 가주 뿐 아니라 타주에까지 120개를 넘어서고 있다.
올해들어 이미 10개가 넘는 의류 유통사들이 파산 또는 파산 보호상태에 이르러 대규모로 매장의 문을 닫았고 생존을 위해 메이시스를 비롯한 대형 백화점 체인들 역시 앞다퉈 매장수를 줄이고 있는 현재의 유통 상황을 역이용 한 셈이다.
건물주 입장에서 백화점 등 대형 유통회사가 사용하던 큰 규모의 공간을 새로 채우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일이 필요하다. 한인 F업체는 이런 점을 활용해 저렴한 임대료를 내고 다음 입주자를 받기전까지 빈 매장을 사용하는 식이다. 일부 임시 매장 중 상권 발전 가능성이 높은 곳은 건물주와 협의를 통해 저렴한 비용으로 장기 임대 계약으로 확대하는 것도 이 업체의 전략이다.
특히 이 업체는 결제도 빠르고 깔끔하다는 평가를 업계에서 받고 있어 좋은 제품을 안정적으로 공급 받고 있는 것 역시 성장 배경으로 풀이된다.
이경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