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음악 프로그램 뿐 아니라 ‘K팝스타’나 ‘비긴 어게인’ 등 음악예능, 음악 리얼리티물에도 잘 어울린다. 음악을 매개로 이야기가 전개되지만 사람들과의 관계를 잘 풀어간다. 인간적인 매력이 있다는 말이다.
여기서 유희열의 재치있는 언변은 큰 힘을 발휘한다. 말주변이 좋은데다 부드러운 리더십까지 지니고 있다. 이는 이미 ‘꽃보다 청춘’의 남미 페루편에서 발휘된 바 있다.
‘K팝스타’에서 유희열은 참가자들에게 외향적인 카리스마가 아니라, 공감과 조언으로 특징지워지는 내적 카리스마라는 유연한 리더임을 보여줘 큰 인기를 얻었다.
‘비긴 어게인’에서도 유희열은 이소라가 왜 예민한 아티스트인지를 잘 보여주었다. 가사를 이소라 본인이 직접 쓸 뿐만 아니라 노래를 부를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생각’이라는 걸 알려주었다. 다시 말해 유희열은 이소라의 인간적인 캐릭터를 확실하게 부각시켜 주었다.
‘알쓸신잡’에서도 유희열의 존재가 왜 필요한지 잘 알 수 있다. 유시민, 김영하, 정재승, 황교익 등 자신의 분야에서는 난다긴다 하는 사람들이 나와 지식과 잡학 사이에서 향연을 펼치는 데서 오는 딱딱함과 무거움을 희석시켜주는 이가 유희열이다.
이들은 나름 ‘셀럽’이지만 일반인 같은 사람이기도 하다. 그 속에서 유희열은 조금 편안한 예능으로 만들어내는 역할을 맡고 있다. 대화중 리액션은 유희열의 몫이다.
유희열은 ‘알쓸신잡’ 기자간담회를 통해 “내가 맡은 것은 바보 역할이다”고 했다. 하지만 대중음악이 소재로 주어지면 그가 가장 똑똑해진다. 그는 “내가 이렇게 얄팍한 사람인지 이번에 처음 깨닫게 됐다”고 했다.
유희열은 ‘말빨’이 참 좋다는 느낌과 함께 인간적으로 참 괜찮다는 느낌이 드는 사람이다. 방송에서 왜 그가 승승장구하고 전성시대를 맞는 지 조금 이해가 된다. 그가 수장으로 있는 음악기획제작사 안테나의 모토는 ‘좋은 사람, 좋은 음악’이다. ‘좋은 음악’ 앞에 ‘좋은 사람’이 붙어있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