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그이는 벽에 못 하나도 못박아요” “매사 내가 다 하려니 힘들어요” “연애할 때는 몰랐는데 결혼하고 나서는 손가락 하나 까딱 안해요” “직장 다니는 것만 빼 놓고 뭘 할줄 아는 게 없어요” “답답해요. 이젠 집에 들어와도 말도 별로 안해요”
대동소이한 넋두리같은 답변들이 돌아오게 마련이다.
한 남자의 아내인 여자가 남편에 대해 그런 식으로 말한다. 결혼 생활 10년, 20년 이상 해온 아내들은 부부 사이에 대화가 없다고 불평하고 이유만 생기면 술 먹으러 밖으로만 나돈다고 투덜거린다. 자기 건강을 돌보지 않고 함부로 생활하는 것을 지적하면서 ‘가정 파괴범’으로 말하는 여성도 있다. 남편은 남편대로 주말에 좀 쉬려고 하면 아내가 들볶아서 괴롭다고 하소연할 터이다.
부부 갈등의 원인은 무엇인가. 자녀 교육은 어떻게 할 것인가. ‘시월드’라는 고부 갈등은 어떻게 극복하나….
기혼 직장인 설문 조사에서 ‘부부 사이에 대화가 충분한가’라고 묻자 응답자 44%가 ‘보통이다’라고 답했고 37%가 ‘부족하다’라는 응답이었다. ‘충분하다’는 의견은 19%에 불과하다. 부부 3쌍 중 1쌍 꼴로 하루에 채 10분도 대화를 나누지 않는다는 조사도 있다. 이른바 소통 부재 현상이다.
무관심을 먼저 깨뜨려야한다.
설레임 가득 안고 시작한 결혼 생활은 막상 시간이 지나면서 다툼으로 얼룩진다. “이미 낚아놓은 고기에는 먹이가 필요없다”라는 것일까.
‘사랑의 반대말은 무관심’이라는 말이 있다. ‘잉꼬부부’의 비결은 사소한 일조차 서로 공유하고 대화를 많이 하여 잘 통하는 편이라고 한다. 서로의 말을 잘들어주고 인정하며 이해해주고 배려하는 것이 소통이다.
내 사람이니까 서로의 못난 점도 받아들여야 한다.’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했듯 빈말이라도 서로 칭찬을 해주면 ‘빈말인 줄 알면서도’ 기분이 좋아져 사이가 좋아질 것이다. 화가 나서 밉지만 다시한번 생각해야 한다. 사람은 누구나 건드리지 않았으면 하는 부분이 있기 마련인데 상대의 약점이나 자존심, 치부를 건드리게 되면 원수 사이가 되어 ‘장미의 전쟁’이라는 영화처럼 불행한 결과를 낳기도 한다.
가정에서나 국가에서나 소통이 있어야 하고 소통은 끝이 없어야 한다. 필요에 따라 스스럼없이 진심을 담아 소통에 나서야 한다. 나는 미국에 살고 있는 것과 미국 시민이 된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긍지를 갖고 있다. 자국민을 세계 어디서든 보호하고 배려하며 소통하는 훌륭한 지도자가 있기 때문이다.
나라의 중대 사안이 발생했을 때 이를 신속하게 지체없이 국민들에게 알린다는 기본 중에서도 기본을 지키기 때문이다.
나의 조국은 어떠했는가. 대국민 담화가 30개월 동안 4번 뿐이었다고 한다.그나마 기자들의 질문은 전혀 받지 않았다. 청와대에 권위주의의 장막을 철저하게 가려놓고 구중궁궐같은 적막 속에서 홀로 밥을 먹었다는 대통령은 구치소를 오가며 재판을 받고 있다.
그런 장막을 걷고 새로 취임한 대통령은 경호를 최소화하고 직접 시민들과 스마트폰 카메라로 함께 사진을 찍었다. 구내식당에서 직원들과 함께 식사도 하고 함께 산책을 하는 등 소통과 탈권위에 발 벗고 나서는 모습이다. 불통을 이어가다 탄핵에 이른 박근혜 정부의 교훈이 큰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신이 주신 행복은 가정을 통해서다. 부부와 자녀가 한 구성이듯 소통과 신뢰가 깨지면 불행을 초래한다.
‘맑은 물에서 맑은 물이 난다’는 속담이 있다. 부유하지 못해도 늘 소통하는 화목한 가정,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혼자만이 아닌, 서로 위로하고 배려하는 소통만이 화목한 행복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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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태/시인·핸디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