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이공에 최대 50% 할인…‘사드보복’ 속 면세점 매출 증가 속빈강정?

-면세점 6월 매출 전년보다 6400만달러↑
-중국의 사드 보복에도 불구 매출 증가
-이는 한국방문 따이공이 늘어났기 때문
-이들 유치위해 제살깎아먹기식 할인 한몫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 많게는 한 팔에 5개. 두꺼운 화장품 박스가 담긴 면세점 봉투가 손에 들려있다. 면세점에서 물건을 구입한 따이공(帶工ㆍ보따리상)들이다. 이들은 일단 매장에 있는 엘리베이터로 물건을 나른 뒤 입구에서 대형트럭이나 승합차에 싣는다. 이들 따이공들의 차에서는 서울시내 면세점의 포장봉투를 대부분 볼 수 있다.

최근 중국정부의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보복에도 매출액이 오른 면세점업계의 이면에는 따이공들이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따이공은 요우커(중국인 관광객) 보따리상. 최근 3년간 한국 면세사업이 성장하고, 한국화장품의 가치가 크게 올라가면서 따이공들이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다. 일선 서울시내 면세점에서는 면세상품을 잔뜩 구매해 가는 따이공들의 모습을 어렵지않게 볼 수 있다. 이들의 활약이 사드 보복 이후 더욱 빈번해졌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한 따이공이 서울 시내 한 면세점에서 대리구매한 물품을 운반하기 위해 엘리베이터 앞에 적재해둔 모습. [사진=구민정 기자/korean.gu@heraldcorp.com]
한 서울시내 면세점 주차장에서 따이공들이 상품을 운반하고 있는 모습.

1일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6월 국내면세점을 이용한 외국인 이용객 수는 106만4279명으로 지난해 6월(184만1776명)에 비해 77만7497명(42%) 가량 감소했다. 하지만 국내면세점 외국인 매출액은 6억8856만7923 달러로 전년동기대비 6400만 달러(717억5680만원 가량) 보다 증가했다.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 속에서 면세점 매출 증가는 이례적인 수치다. 이는 따이공들의 활약을 증명하는 자료로 볼 수 있다.

최근 실적을 공개한 호텔신라는 지난 2분기 연결기준 여행리테일(Travel RetailㆍTR) 영업이익이 47% 가량 감소하고, 나머지 신규면세점들도 수익이 20~40%씩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 면세점협회가 발표한 6월 매출액은 증가하는 이례적인 모습을 보였다.

사드 보복 속에서도 일정수준의 매출을 유지해야 일선 시내면세점들은 명품을 유치할 가능성이 높아지는데 따이공들에게 상품 할인혜택을 제공하면서 부진을 만회하려 들었고, 이에 전체 면세점업계의 매출이 상승했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헤럴드경제가 업계 관계자들을 통해 확인한 결과 시내면세점들은 많게는 50%까지 따이공들에게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었다. 명목은 ‘상품 대량구매’다. 따이공들이 많은 상품을 구입하니 그만큼 할인혜택을 준다. 롯데와 신라 등 기존면세점들은 판매금액의 15% 가량, 신규면세점은 20~30%가 할인혜택으로 제공하고 있다.

문제는 일부 업체가 지나치게 많은 할인혜택을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중소ㆍ중견 면세점에서는 따이공이 방문하면 상품 판매금액의 50%가까운 금액을 제공하고 있다는 소문이 업계에 퍼지고 있다.

따이공을 모집하고 있는 중국 내 사이트 페이지.

해외 여행사를 통해 모집된 따이공들은 중소ㆍ중견면세점부터 시작해 대기업 면세점까지. 전체 시내면세점을 돌며 구매 한도에 맞춰 상품을 구매한다. 일선 면세점에는 여권을 찍으면 따이공임이 확인되고, 이들에게 페이백(상품권, 현금 등) 혜택을 제공하면서 상품을 판매한다. 일부 시내면세점의 경우 따이공의 매출비중이 전체 매출액의 80~90%에 달한다고 알려졌다.

한 면세점업계 관계자는 “상품을 많이 구매하면 내국인에게도 할인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따이공들에게도 할인혜택을 제공하는건 당연하다”면서도 “문제는 일부 면세점이 지나치게 많은 할인혜택을 제공하고 있는 점”이라고 귀띔했다.

하지만 업체들은 따이공들을 막을수 없다며 하소연한다. 사드보복 때문에 최근 매출이 급감했는데 정부는 사실상 손을 놓고 방관하고 있는 상황이니, 이렇게라도 해야만 생존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로 사드 추가배치도 고려되는 현 시점에는 더욱 그렇다. 한 업계 관계자는 “50%가까운 할인률을 제공하려면 영업이익을 포기하는 수준을 넘어, 적자를 보면서까지 판매할 수밖에 없다”며 “그만큼 절박하기 때문에 이렇게라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렇다고 따이공을 적극 모집할 수도 없다. 할인혜택을 주는 만큼 업체 입장에서는 종국엔 제살 깎아먹이만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딜레마다. 일선 면세점들은 이도 저도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있다는 평가다.

한 관계자는 “특허수수료도 올해부터 크게 오르고 공항 면세점 임대료 인하에도 관계가 요지부동으로 ‘NO’를 외치는 상황에서 면세점업체들은 하루하루 살얼음길을 걷고 있다”고 털어놨다.

zzz@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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